바이든 “푸틴, 우크라 침공 예상… 재앙급 제재 가할 것” 경고

美·러 신경전 지속

“러 은행서 달러 결제 못 할 것”

침공 땐 초강력 금융제재 예고

반도체 수출 제한 준비도 착수

러 ‘우크라 나토 가입 반대’ 감안

“가까운 시일내 가입 가능성 없어”

러선 “침공 의사 없다” 거듭 주장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침공 시 러시아에 ‘재앙’에 가까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침공 시 러시아 경제제재를 위한 준비 작업에도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푸틴)가 서방과 미국,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상대로 중대한 시험을 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나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내 추측으로 그는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것”이라며 “그는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경우) 그는 생각하지 못할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그런 행동을 한 것을 후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 은행이 달러를 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초강력 금융제재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전면전을 원하지는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머잖은 시점에 (나토에) 가입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이 최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측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글로벌 전자제품 공급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 차단 등 새로운 대러 수출 제한을 준비하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NSC는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전례 없는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SIA는 금융제재를 포함해 이란·북한과 같이 러시아에 대한 광범위한 수출통제, 중국 화웨이에 적용한 것처럼 외국산 제품 선적을 차단하는 등 일련의 조치 가능성을 모색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의 거듭된 무기공급 거절에도 전함과 대공방위 시스템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안드리 멜리니크 주독일 우크라이나 대사는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흑해 연안의 견고한 방위를 위해 시급하게 필요한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 전함을 공급받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보로네시 포고노보 훈련장에 러시아군 차량이 집결해 있다. 보로네시=AP뉴시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이날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유럽이나 다른 어딘가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위험은 전혀 없다고 확신한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군사 공격하거나 우크라이나로 침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미국과 서방이 무기와 군사교관을 보내고, 군사기지 설치와 군사훈련 등의 계획을 세워 이행하는 등으로 호전적인 우크라이나 정권을 부추기는 활동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미국에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문제를 둘러싼 히스테리를 멈추고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 것을 촉구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매파’들을 도발로 내몰지 않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장갑차들이 크림반도의 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크림=AP연합뉴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대미 공조 강화를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에게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시리아 정부가 국제 테러리즘과 관련된 위협을 극복하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40년 이상 미국인들에게 맞서고 있고 절대로 제재와 위협 때문에 국가 발전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박진영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