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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24시간 해라" vs "여건 안 된다"… 오미크론 오는데, 의원 재택치료는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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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의 의원 재택치료 차질 빚어
상급종합병원 중환자 병상 확보도 지지부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료계 우려
한국일보

지난달 1일 서울 강남구보건소에서 재택치료 전담TF팀 관계자들이 재택치료 대상자들에게 제공될 키트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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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의사회는 애초 20일부터 동네 의원에서 코로나19 재택치료 관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이달 말 오미크론이 우세 변이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구로구의사회는 전날 마지막 점검 회의를 열어 준비 상황을 살폈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허탈해하며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심야 회의까지 하며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하루 더 미뤄 21일부터 시작하자"라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다. 방역당국이 '동네 의원도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확산이 코앞인데 의원 재택치료가 난항을 겪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 무증상, 경증 환자 대부분을 동네 의원이 맡아야 할 텐데, 이런 속도면 어림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중환자 병상도 방역당국이 정한 만큼 다 채워지지 못했다. 오미크론 대응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다.

방역당국 "의원 재택치료, 의사가 24시간 대기하라"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택치료를 의원급으로 확대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야간 환자 모니터링'이다. 방역당국과 의료계는 이 문제를 두고 수주째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세를 감안하면 이미 시험가동 뒤 문제점을 찾아 해결했어야 할 시점인데도 그렇다.

방역당국은 재택치료에 참여하는 의원도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에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는 '퇴근 후 오후 10시까지는 의사가 원내(의원)에서 환자 모니터링을 하고, 오후 10시 이후부터 오전 진료 시작 전까지는 시의사회가 모니터링한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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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건강온누리약국에서 동작구청 관계자가 코로나19 환자에게 전달할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약사에게서 받고 있다. 동작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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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의사 수 한정적인데 불가능한 얘기다" 반발


의료계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며 반발한다. 21일 재택치료를 시작할 예정인 구로구 한 의원의 A원장은 "건강보험 수가를 준다는 이유로 병원을 떠나지 말라고 하는 건데, 그럼 이튿날 환자는 어떻게 진료하느냐"고 토로했다. 의사가 한두 명뿐인 동네 의원에서 당직 근무를 돌릴 수도 없다. 당국 요구대로 24시간 동네 의원 불을 켜놓는다 한들, 처방전을 환자에게 갖다 줄 사람도 약을 탈 약국도 없다.

개원가에선 당국 방침이 오히려 재택치료 확대를 막고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낸다. 구로구에서 재택치료에 참여하겠다는 의원은 7곳인데 딱 거기뿐, 더 이상 늘지 않는다. 전날 구의사회 회의에서도 '이런 식이면 못 하겠다'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A원장은 "주말도 없고, 다음 날 진료에 무리가 되는 이 체계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며 “일단 야간엔 시의사회가 제안한 절충안을 적용해 재택치료 관리를 시작해보겠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중환자 병상은 아직도 ‘공사중’


중환자 병상도 준비가 덜 되긴 매한가지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추가로 행정명령을 내려 중증 414병상, 준중증 208병상을 더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확보 기한은 이달 19일까지였는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상당수가 행정명령 수량만큼의 중증 병상을 추가로 마련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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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지난달 22일 공사 관계자들이 중환자실을 음압병실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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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병원은 19일까지 확보했어야 하는 중증 병상 24개가 지금도 공사 중이다.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지만, 공사가 언제 끝날지는 미정이다. B병원은 행정명령으로 추가해야 하는 19병상 중 13개, C병원은 10병상 중 절반만 준비됐다. D병원은 추가할 중증 병상 13개 모두 자리만 잡아두고 공사는 시작도 못했다. E병원은 중증과 준중증 병상을 합쳐 52개를 추가해야 하는데, 아예 별도 건물에 만드느라 확보 시점을 다음 달로 늦췄다.

현장에선 "중환자 병상 방심하면 안 돼" 경고


최근 위중증 환자 수가 확 줄면서 중환자 병상에도 일부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많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러나 “통계 수치상으론 병상이 늘었을지 몰라도 실제 가동할 수 있는 병상은 훨씬 적고, 인공호흡기 같은 기자재와 인력이 부족한 현상은 여전하다”며 “재택치료도 몇 명까지 버틸 수 있을지 설명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병원은 병상 확충에 따라 인공호흡기 10대를 정부에 신청했는데, 3개밖에 못 받았다.

중수본 관계자는 “이달 말이면 행정명령으로 추가할 병상의 90% 이상이 확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들은 병상이 행정명령만큼 다 확보되는 시점은 설 연휴를 감안하면 일러야 내달 중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 치료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미크론 대응에 불안 요소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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