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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재명, '중도층·2030' 구애에도 지지율 정체… 돌파구 없어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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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벤트 선거운동’ 백약이 무효

최근 몇 달 새 저명인사와 연쇄 만남

이번에는 ‘3대 투자가’ 로저스와 대담

대외일정 적극 소화하며 尹과 차별화

관심 컸던 탈모 공약 등 반짝 관심만

李, 선대위에 의견 구해도 ‘예스맨’뿐

“친문·이낙연 그룹 견고… 차별화 고충”

세계일보

‘세계 5강으로 가는 길’ 주제로 대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사진)가 20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와 ‘대전환의 시대, 세계 5강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대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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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이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이다. 관건은 중도층과 2030세대를 설득하는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 깜짝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 선거운동’까지 펼치고는 있으나,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20일 세계 3대 투자가로 알려진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대전환의 시대, 세계 5강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화상 대담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 4차 산업혁명, 미·중 경쟁 등 전례 없는 위기 속 세계 경제에 대한 성찰을 나누고,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시장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행사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 후보와 저명인사의 이벤트성 만남 일정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해 12월 이 후보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와 화상 대담을 갖고 공정의 가치를 논했다. 11월엔 존 오소프 미 조지아주 상원의원과 만나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당시 역사적 사실관계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이 후보 측은 ‘이슈 선점 효과’를 누렸다며 긍정 해석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에선 “대선 후보가 그 정도 말도 못 해서 되겠나”라는 말도 나왔다.

이 후보는 같은 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연쇄적으로 만났고, 뉴욕타임스 편집국장 등 임원진과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달리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대외 일정을 적극적으로 소화한 것이다. 이 밖에 탈모 공약 및 스티브 잡스 스타일의 ‘신경제’ 구상 발표도 반짝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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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야심 찬 기획이 무색하게 지지율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여야 공히 중도층과 2030세대를 잡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인식 속에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공약이 유사성을 갖게 돼 이 후보 측의 차별화 전략이 무색해지고 있다. 각종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실무진들 사이에선 “‘자기 장사’하려고 행사 사회를 보게 해달라는 민원만 각 의원실로부터 쏟아진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 후보 측은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다양한 시리즈 공약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도 지지율 상승엔 크게 기여하지 못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후보가 참여하는 선대위 단체 대화방은 ‘예스맨 집합소’가 됐다고 한다. 이 후보가 답답한 나머지 의견을 구하고 싶어 화두를 제시하면 선대위 관계자들이 ‘네’, ‘알겠습니다’라는 대답만 줄줄이 쏟아낸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이재명 대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JM, 우리가 원하던게 이거잖아' 리아킴, 백구영, 영제이, 시미즈, 하리무, 루트와의 만남을 갖고 댄서들의 근무 환경, 고충을 청취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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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 개인적으로는,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를 여전히 지지하는 현역 의원 그룹과 친문(친문재인) 강성 당원들이 견고한 상황에서 기존 민주당과 과감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거나 화두를 제시할 수 없는 고충이 있다고 전해진다. 한 여권 인사는 “이 후보가 호남의 벽과 친문의 벽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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