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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석방 불가" 판결해도 '법원 의견'에 불과…"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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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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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근처 슈퍼에서 흉기를 훔친 뒤 모녀 관계인 피해자 3명의 주거지에 침입해 이들을 차례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4차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김태현에게 살인죄 외에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위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등 4개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2021.4.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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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6)에 대한 2심 선고를 계기로 법조계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화를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이어지고 있다. 판사 또한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가석방은 절대 안 된다고 밝혔지만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20년 뒤 가석방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조은래·김용하·정총령)은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 전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는 온라인상에서만 알며 함께 게임을 하던 A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지난해 3월 자택에 침입해 A씨와 동생,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극단적인 인명 경시 성향을 드러냈고 교화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는 등 이유로 사형 구형에는 수긍했다. 그럼에도 김씨가 어린시절 따돌림을 당한 점 등을 참작해 사형을 대체하는 격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참회하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가석방 절대 불가' 의견을 표한 것이다. 재판부는 "가석방 불허라는 법원 '의견'이 행정부 심사와 판단에 어느정도 기속력을 가질지 모르겠다"며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을 상실한 현재 형벌 시스템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상황에서 법원은 가석방 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형이 무기징역으로 확정될 경우 훗날 가석방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가석방 심사는 행정부에 속하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담당해 법원의 의견이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 사형수의 경우 가석방 심사 대상에서 빠지지만 형법에 따르면 20년 형기를 채운 무기수형자는 심사 대상에 오른 뒤 반성 정도, 범죄 동기, 나이, 죄명 등을 엄격히 평가받아 가석방될 수 있다.

실제로 요건을 갖춘 무기수들은 가석방된다. 이를테면 2017년과 그 다음해에는 각각 11명, 40명의 무기수가 가석방됐다. 살인죄를 저지른 수감자도 2014~2018년 5년 간 1694명이 교정 시설에서 나왔다. 검찰 출신 법률전문가는 "김씨가 모범수인 척하면서 복역하면 출소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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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근처 슈퍼에서 흉기를 훔친 뒤 모녀 관계인 피해자 3명의 주거지에 침입해 이들을 차례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4차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김태현에게 살인죄 외에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위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등 4개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2021.4.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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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을 선고받았어야 할 무기수가 가석방될 경우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흉악범에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이 힘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법조인들은 1998년 이후 사형을 집행한 바 없는 우리나라에서 실제 집행이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사형이 다른 형벌보다 범죄 예방 효과가 높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으며, 사형과 동시에 '개선교화'라는 교정시설의 설립 목적이 사라진다. 사형 폐지론자들은 재판부 오판으로 사형이 선고돼 집행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점도 지적한다 . 몇몇 흉악범의 사례를 근거로 사형 집행을 현실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사형을 대체할 형벌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거론된다 . 영구 격리해야 할 범죄자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니,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인 우리나라에 마련될 필요 있는 제도라는 말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형벌로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서도 지난해 10월 7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0명이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해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신 가석방이 불가한 '종신징역'과 '종신금고'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석방 요건을 규정한 형법 제72조에 '종신형을 받은 사람은 가석방을 불허한다'는 조건을 다는 것으로도 제도 변화가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승 위원은 "무기징역이 사실상 내리기 힘든 사형을 대체하기 위해 선고되는 경우가 있는데, 사형의 대용물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알맞다"며 "무기수인 흉악범이 징역 35년을 받은 유기수보다 먼저 출소하는 역설적 상황을 막기 위해서도 가석방 가능한 무기징역형과 구분되는 종신형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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