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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화천대유에 5억 입금한 박영수 전 특검 “계좌만 빌려주고 관여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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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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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사업자금을 건넸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언론에 일부 공개됐다. 박 전 특검 측은 초기 사업자금 5억원이 전달되는 과정에 ‘계좌만 빌려줬을 뿐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박 전 특검의 이름이 여러 차례 나온다. 한국일보가 20일 보도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2020년 4월4일 박 전 특검의 인척으로 알려진 이모씨에게 줄 돈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라고 했다. 이어 “○○(이씨) 통장에. 그것은 해 줘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라고 했다.

김씨 말은 화천대유 설립 초기 자금을 박 전 특검을 통해 받았으니 인척관계인 이씨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검찰도 이들의 자금 거래를 일부 확인했다. 2015년 4월3일 박 전 특검 계좌에서 김씨 계좌로 5억원이 이체됐고, 대장동 개발이익 배당이 이뤄진 뒤 김씨가 이씨에게 100억원 가량을 전달했다.

박 전 특검이 김씨에게 돈을 건넨 시점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1주일만이었다. 당시 화천대유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사업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었는데 총사업비 중 일부분인 70억원 가량을 사업 보증금 명목으로 납부해야 했다. 당시 화천대유가 성남도시공사에 납부한 72억원 중에 박 전 특검의 계좌에서 나온 5억원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박 전 특검이 투자자로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녹취록에는 박 전 특검과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이 오랜 기간 자금 거래를 한 게 아닌지 의심케하는 정황도 담겼다. 김씨는 2020년 6월17일 정 회계사와의 대화에서 “남욱이가 (이씨에게) ‘정당히 돈 쓴 거 까보자’고 그랬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너(이씨) 이제 그만해. 요번에 하면은 진짜로 니네 형(박 전 특검) 변호사회장 나올 때서부터 그런 것까지 다 나오면 어떻게 해. 남욱이가 돈이 어딨어. 다 그 돈으로 넣은 거지. 이러면 다 죽는다’”고 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당시 경제지 법조 출입기자였던 김씨, 대장동 사업을 추진 중이던 남욱 변호사 등이 선거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가 2014년 초부터 2015년 3월까지 남 변호사 측에 43억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 말은 이 돈 중 일부가 당시 변협회장 선거에 쓰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시점을 전후해 남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이 몸 담은 법무법인 강남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남 변호사에 대한 수원지검의 수사가 시작되자 박 전 특검이 변호를 맡았다.

김씨는 2020년 7월2일 녹취록에서 박 전 특검 측에 돈을 주는 방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이씨가) 나한테 ○○(박 전 특검 딸)이에게 돈 50억 주는 거를 자기(이씨)를 달래. ○○이를 차려 주겠대. 내가 ○○이를 50억 정도 줄 생각을 하는데”라고 했다.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박 전 특검의 딸이 실제 50억원을 수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박 전 특검 딸은 지난해 6월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은 바 있다.

박 전 특검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5억원은 김만배씨가 이씨로부터 화천대유의 초기 운영자금으로 차용한 돈으로 그 과정에서 김만배씨와 이씨 사이에 자금거래 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김만배씨 등이 부탁해 박 전 특검의 계좌를 통해 화천대유의 계좌로 이체가 된 것”이라며 “선의로 승낙한 것으로 그 이후로는 돈의 사용처나 두 사람간의 정산문제 등 금전거래가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관여한 바도 없다”고 했다.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된 50억원 부분은 수차 언급한 바와 같이 아는 바 없다”고 했다.

녹취록에는 사업자들 간에 비용분담을 두고 다툼이 벌어진 정황도 고스란히 담겼다. 김씨는 2020년 7월 정 회계사와의 대화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너는 부패공무원”, “돈 많이 쓰지, 뇌물 받지”라고 말했다고 했다. 남 변호사에게는 “너는 양아치 기질이 있어. 시끄러우면 다 징역 가는 게 최고 좋아”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유 전 본부장이 해준 이야기라며 “징역 가면 자기(유동규)가 1번, 내가(김만배) 2번, 남욱이는 3번이라고 그랬다”고 정 회계사에게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이 했다는 이 말은 현실이 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 순서로 구속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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