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일문일답] '은퇴' 유희관 "편견과 싸워왔는데…좋은 팀 만나 이겨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느림의 미학' 101승 달성…"나는 행복한 선수“

"유쾌한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뉴스1

두산 베어스 좌완 첫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1.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느림의 미학'으로 불린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유희관(36)이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친정팀에 대한 진한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희관은 2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회견에 앞서 지난 2015년부터 유희관을 지도한 김태형 두산 감독이 은퇴를 기념하는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어 유희관의 첫 승과 100승을 합작했던 포수 박세혁과 투수 후배 홍건희, 최원준이 차례로 꽃다발을 유희관에게 선물했다.

유희관은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자리 만들어준 구단 프런트에 고맙다. 또한 많이 부족한 나를 입단할 때부터 많이 아껴주셨던 감독님들께도 감사하다"며 눈물을 훔친 뒤 "지도해준 코치님들, 동료, 팬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지난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42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유희관은 2013년부터 선발 한 축을 맡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3회(2015·2016·2019년)에 기여했다.

특히 유희관은 KBO리그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지만 뛰어난 제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 프로통산 101승을 기록했다.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두산 좌완 최초 100승이라는 대기록도 작성했다. 이런 유희관에게는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유희관은 "8년 연속 10승이라는 기록이 가장 뿌듯하다. 또한 통산 100승을 올렸다는 점도 만족스럽다"며 "내가 팬들의 편견을 깨지 않았나 생각한다. 혼자 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보이지 않게 노력을 했고, 좋은 팀을 만나서 많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나는 행복한 선수"라고 팀과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뉴스1

두산 베어스 좌완 첫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2.1.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유희관의 일문일답이다.

-은퇴 소감은?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구단에 감사하다. 입단했을 때부터 부족한 나를 많이 아껴준 역대 감독님들과 코치님들, 같이 땀 흘리면서 고생하고 가족보다 더 자주 보며 영광스러운 자리를 함께했던 동료들에게도 고맙다. 마지막으로 두산 팬들이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응원하고 격려해준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유니폼을 벗는 게 실감이 나는가?
▶기자회견에 오기 전까지 실감이 안 났는데 이제야 느낌이 온다. 은퇴가 믿기지 않지만 이런 자리를 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 추운 날씨임에도 찾아온 취재진을 보고 내가 열심히 야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행복한 선수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 어땠나?
▶나를 대표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도 프로에서 '느린 공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주변에서도 '1~2년 하면 안 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스스로 보이지 않게 노력했고, 좋은 팀을 만나 성대한 은퇴식을 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고 본다.

-언제부터 은퇴를 생각했나?
▶지난해 많이 부진해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가을야구 엔트리에서 빠진 채 후배들을 봤는데 이제 내 자리를 물려줘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한 후배들을 보며 뿌듯했고, 후배들이 앞으로 명문 두산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2군에 있으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다. 이제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시기라고 생각했다.

-연봉협상 불발이 은퇴와 관계가 있나?
▶연봉 문제로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많이 사라졌다. 내가 좋은 후배들의 성장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진로는?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못만났던 사람들 만나면서 조언을 듣고 있다. 제2의 인생은 나도 궁금하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해설 제의 받았나?
▶방송 3사에서 받았다. 앞으로 야구장으로 출근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착잡했는데 그래도 나를 찾아주는 곳이 많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해설, 방송, 코치 등 무슨 일을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
▶프로 첫 승이 기억난다. 2013년 5월 4일 니퍼트 대체로 등판해서 첫 승리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1'이라는 숫자가 있어서 '101'이라는 숫자가 될 수 있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2015년 잠실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다.

-장호연의 109승 기록을 못깨서 아쉽지 않은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기록을 의식하고 야구하지는 않았지만 목표의식으로 삼았다. 앞으로 뛰어난 후배들이 나를 넘어 두산 최다승을 기록했으면 좋겠다. 많은 기록이 나와야 두산이 명문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

뉴스1

두산 베어스 좌완 첫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둘러보고 있다.2022.1.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시 태어나면 무슨 종목을 선택하겠나?
▶야구 빼고는 다 할 것 같다. 공 다루는 스포츠는 다 잘해서 야구만큼 잘 했을 것이다. 쉼 없이 달렸던 야구는 이제 가슴 속에 담아두겠다.

-전성기 때 국가대표팀에 못 들어간 아쉬움은 없나
▶늘 국제 무대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아쉽기도 하다. 내가 부족해서 못 뽑힌 것이다. 앞으로 다른 일을 하게 되면 그쪽 일에서 대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은퇴 후 팬들에게 받은 메시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악플말고 선플 받은 적이 처음이다. 집에서 혼자 댓글들을 보면서 울컥했는데 '다시는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는 말이 마음을 울렸다. SNS에 일일이 댓글도 달아드렸는데, 팬들이 없으면 야구 선수, 프로야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선수 생활 중 팬들에게 마음의 상처도 받았을 텐데?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다. 악플도 관심의 일종이라고 생각, 내게 애정이 있어서 그런 말을 했다고 여겨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내 팬이 아니더라도 넓게 보면 야구팬이다. 야구팬들이 많아지길 바람이다.

-은퇴한다고 했을 때 가장 슬퍼했던 선수는?
▶그동안 후배들에게 잔소리도 많이 하고, 모질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다들 연락을 해줬다. 함께 두산에서 뛰었던 양의지, 김현수, 최주환 등이 수고했다고 말해줬다. 후배들을 위해 더 좋은 말을 해주지 못하고, 잘 챙겨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내 잔소리 듣느라 고생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아직도 현역에서 뛰는 선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분들을 보면서 프로 선수 생활에 대해 많이 배웠다. 선배들이 없었으면 나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두산의 끈끈한 문화를 보면서 나도 성장했다. 후배들이 계속 두산의 문화를 유지하면서 명문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김태형 감독님과 따로 대화를 나눴나?
▶너무 고생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감독님께서 '더 해도 될 텐데'라며 아쉬워하면서도 남은 인생을 응원해주셨다. 감독님과 티격태격했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다. 나를 아들처럼 생각해서 더 챙겨주시려고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계셨기 때문에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선수 생활 중 가장 뿌듯했던 점?
▶8년 연속 10승, 100승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더불어 팬들의 편견을 깼다는 것도 성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이룰 수 없었다. 좋은 동료, 코칭스태프를 만나서 이뤄냈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은퇴 기자회견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나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 팬들과 두산을 사랑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나는 은퇴하지만 팬들이 후배들을 더 사랑해주고 프로야구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프로야구가 다시 예전의 인기를 되찾도록 선수들도 잘해야 하지만 팬들의 많은 관심도 필요하다.
dyk0609@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