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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느렸지만 韓 야구 역사에 남았다' 느림의 미학,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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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두산베어스 좌완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던 중 눈물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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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좌완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던 중 눈물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 두산 구단 최초 좌완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36)이 현역에서 물러났다. '느림의 미학'으로 KBO 리그를 풍미했던 유쾌한 남자였지만 은퇴 회견에서는 눈물을 보였다.

유희관은 20일 두산의 홈 구장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13시즌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소회를 밝혔다. 정장을 입고 회견장에 나온 유희관에게 김태형 두산 감독을 비롯해 첫 승을 합작한 포수 박세혁, 우완 홍건희, 최원준 등 동료들이 꽃다발을 건넸다.

포스트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입담을 뽐내온 유희관은 "미디어데이에 자주 나오고 인터뷰도 꽤 해서 떨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떨린다"며 말문을 연 뒤 잠시 침묵했다. 이어 "영광스러운 자리를 마련해준 구단주와 두산 프런트에 감사하다"면서 "입단할 때부터 많이 아껴주신 두산 역대 감독님과 코치님, 같이 땀 흘리면서 고생한 동료들께도 감사하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유희관은 "두산 팬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면서 "항상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질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 내 인생의 3분의 2인 25년 동안 야구를 했다"면서 "은퇴한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지만 은퇴 기자회견까지 하는 걸 보면 '행복한 야구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뿌듯한 소회도 드러냈다.

2009년 신인 2차 6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유희관은 지난 시즌까지 활약했다. 2011, 2012년에는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2군) 리그에서 뛰었다. 통산 281경기 1410이닝 101승 69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58을 올렸다.

특히 두산 좌완 투수 최초의 100승을 달성했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이는 이강철 kt 감독과 정민철 한화 단장, 장원준 등 KBO 리그에서 유희관까지 4명만이 보유한 대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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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좌완 유희관(왼쪽)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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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좌완 유희관(왼쪽)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유희관은 시속 120~130km의 느린 구속에도 절묘한 제구력과 변화구로 살아남았다. 2015년에는 18승을 거두기도 했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 3번의 우승을 이룬 두산 왕조의 한 축을 담당했다.

자신의 별명인 '느림의 미학'에 대해 유희관은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좋은 애칭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나 또한 '이렇게 느린 공으로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했고 '1, 2년 하다 포기할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고, 두산이라는 좋은 팀을 만난 덕에 은퇴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 유희관은 4승 7패 평균자책점 7.71에 머물렀다. 붙박이 선발로 자리잡은 2013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포스트시즌 명단에도 제외됐다.

은퇴 결정에 대해 유희관은 "모든 선수가 언젠가는 은퇴한다"면서 "작년에 아주 부진했고,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 결국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졌다"면서 "포스트시즌에서 열심히 뛰는 후배들 모습을 보면서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은퇴 결심과 연봉은 무관하다"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유희관은 현역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1군 첫 승을 거둔 날"을 꼽았다. "2013년 5월 4일 LG전"이라고 또렷하게 기억한 유희관은 "더스틴 니퍼트의 대체 선발로 등판해 승리를 챙겼다"고 회상했다. 이어 "1승이 있어야 100승까지 갈 수 있다"면서 "2015년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우승한 날은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이었다"고 강조했다.

역시 유희관은 가장 뿌듯한 기록에 대해 "8년 연속 10승"이라고 꼽았다. "100승 이상을 거둔 것에도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유희관은 "나 혼자 만든 기록은 아니고 감독, 코치, 동료들 덕에 좋은 기록을 만들고 떠난다"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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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좌완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마운드를 밟아본 뒤 그라운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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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좌완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마운드를 밟아본 뒤 그라운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유희관은 아시안게임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유희관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 잘할 자신이 있었다"면서 "물론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뽑히지 못한 것이고 공이 느리니 국제 대회에서 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일을 하게 되면 그 분야에서 대표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인생 2막은 어떻게 될까. 유희관은 향후 거취에 대해 "고민 중이고 그동안 뵙지 못했던 분과 만나면서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면서 "나도 제2의 인생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달변인 만큼 중계 해설 제의도 받았는데 이에 대 유희관은 "방송 3사에서 받았다"면서 "은퇴를 결심한 뒤 '이제 야구장에 출근할 수 없다'는 생각에 괴로웠지만 그래도 나를 찾아주시는 분이 많아서 안도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해설위원이 될지, 다른 방송인이 될지, 코치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유희관은 "그라운드에서 늘 유쾌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팬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두산을 사랑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나는 이제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우리 프로야구가 팬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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