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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국민연금 대표소송 수탁위 결정, 소송 남발·연금 손실 우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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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상장협 전문가 토론회…"임원처벌 프로젝트 실익 없어"

"법률로 규정해 법적근거 갖추고 남소 방지책도 마련해야"

뉴스1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 부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이날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에서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수탁위에 일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2022.1.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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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민연금법상 검토·심의기구에 불과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심의·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제치고 대표소송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소송 남발을 우려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자문기구였던 수탁위가 주주대표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소송 남발로 연기금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예정된 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해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이관하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지침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 해 수탁위가 판단하도록 이원화돼 있다. 복지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개정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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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국민연금, 대표소송 자격있나?' 주제발표(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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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침금융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본부 대신 시민·사회단체의 입김이 강한 수탁위가 소송주체가 되면 기업 경영과 관련 대부분 사안이 국민연금 대표소송으로 남발할 것으로 관측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0일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연금, 대표소송 자격있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기업과 주주는 물론 국민연금에도 실익이 없고,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 처벌법이라면 국민연금 대표소송은 기업 임원처벌 프로젝트"라며 "국민연금은 기업 이사가 내부시스템을 통해 감시·감독 의무 이행을 소홀히 했을 때도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 기업은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되고, 해외 헤지펀드들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승소해도 손해배상금이 기업 일반회계에 편입되기 때문에 국민연금 및 주주들이 얻는 이익이 없고, 패소 시엔 대상 임원들이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기업 평판도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이기든, 지든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수해야해 결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국민연금 대표소송이 성립하려면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로 직접 규정해 법적근거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소송의 법적 근거, 제소원칙, 결정 절차 등 중요 사항들은 국민연금 내부 지침에 불과한 수탁자 활동 지침만으로 진행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소송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선 소 제기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지침과 여론 및 시민단체의 압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큰 수탁위보다는 기금운용에 책임이 있는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해야 한다"며 "수탁위와 같은 위원회에 맡기자는 것은 '위원회공화국'의 전형적인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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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에서 지정토론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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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토론에서는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 이상철 경총 홍보실장(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우용 정책부회장은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 활동을 수행하려면 정부에 종속돼 있는 지배구조부터 개편해야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 위원장이 보건복지부위원장이며, 위원장을 포함한 당연직 위원 6인이 정부인사로 이루어져 있어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은 "해외 주요 공적연기금의 경우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 회사 지분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개별회사에 대한 투자한도 제한을 두고 있다"며 "투자를 제한하지 않을시 자칫 경영간섭 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금위 산하 이해관계자 단체들이 추천한 인사 9인으로 구성된 수탁위를 내세우고 있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수탁위가 기금운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 책임과 수탁자책임 활동에 따른 책임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은 현행처럼 공단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되, 예외적인 사안에 대해 별도판단이 필요하면 수탁위가 아닌 기금위가 맡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원식 교수는 "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실질적으로 유도하는 데에는 장기간 소요되는 대표소송보다 '월스트리트 룰(Wall-street Rule)'을 적용해 투자기업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대표소송으로는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없고, 오히려 호재 없이 경쟁기업의 주가만 높이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곽관훈 교수는 "대표소송 결과로 책임을 지는 주체는 결국 기업의 주주와 국민연금 가입자인 국민"이라며 "정부로부터 독립된 전문가들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과 주주권 행사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거버넌스 정립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수탁위 활동지침 개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침 개정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공단 내 전문적인 기금운용 조직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으로 편중된 위원회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현행 지침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철 경총 실장은 “대표소송 시 막대한 소송 비용에 비해 국민연금의 승소가능성이 높지 않고, 막대한 소송비용에 국민연금의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고도 실제 부결된 비율이 평균 2.4%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면 수탁위에게 대표소송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송남발로 기금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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