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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사이드 스토리]맘스터치, 증시에서 발 빼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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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상폐 위해 주식 공개매수…프리미엄 19% '돈'보다 '경영효율'…빠른 재매각 가능성 무게 [비즈니스워치] 이현석 기자 try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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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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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터치가 주식 시장에서 퇴장합니다. 지난 2015년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발을 디딘지 6년 만입니다. 맘스터치는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다음달 15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매수 대상은 전체 주식의 15.8%인 1608만7172주입니다. 주당 매수 단가는 전일 종가 대비 19% 높은 6200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이번 상장폐지는 경영 상의 문제는 아닙니다. 코스닥 시장 퇴출 조건은 △2년 연속 30억원 미만의 매출액 △관리종목 지정 이후의 영업손실 △최근년말 완전자본잠식 △40억원 미만의 보통주 시가총액 30일간 지속 △유동주식수 1% 미만의 분기 월평균거래량 등입니다. 이 중 맘스터치에 해당되는 사안은 없습니다. 맘스터치는 100% 자기 의사로 상장폐지를 결정한 겁니다.

맘스터치는 왜 상장사 지위를 내려놓으려는 걸까요. 일단 기업이 무엇을 위해 상장하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기업은 상장을 통해 자신들을 널리 알리고, 추후 주가 부양에 따른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신용등급 향상 등 혜택도 얻을 수 있죠. 하지만 상장의 가장 큰 목적은 사업 확장 등에 필요한 투자금 유치입니다.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연이어 상장에 도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데 상장사가 짊어져야 할 의무도 많습니다. 일단 상장 유지를 위해 꼬박꼬박 상장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사업보고서나 분·반기보고서 등 주요 경영사항을 투명하게 정기 공시해야 합니다. 반면 비상장사는 외부 감사를 받는 경우에 한해 회계법인의 감사만 받으면 되죠. 때문에 상장사는 정부 규제에 직접적으로 노출됩니다. 여론에도 민감하고요. 경영권에도 상장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남의 돈을 끌어쓰는 게 상장인 만큼 소액주주 간섭을 피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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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전 맘스터치 대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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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단점을 고려하면 맘스터치에게는 상장폐지가 더 옳다는 판단입니다. 맘스터치는 지난 2019년 말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KL&P)에게 매각됐습니다. 사모펀드는 인수 기업의 가치를 높여 3~5년 후 재매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인수 기업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맘스터치가 상장 최대 목표인 투자금 조달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상장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이 자진 상장폐지를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사모펀드는 인수 기업의 사업 또는 기업 내부 구조를 개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맘스터치도 마찬가지입니다. KL&P는 맘스터치 인수 후 메뉴를 치킨 위주로 개편하고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효율이 낮은 브랜드는 리모델링했습니다. 최근에는 특수 매장 '맘스터치 랩(Lab)'을 열었습니다. 이 매장은 치킨·피자·맥주 등 상권 맞춤 메뉴를 판매하는 테스트 매장입니다. 기존 맘스터치 메뉴를 판매하지는 않습니다.

맘스터치는 맘스터치 랩에서 데이터를 얻어 가맹점 경쟁력을 높이고, 신사업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이에 훗날 사업 구조가 크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안정적 사업 운영을 요구하는 기존 주주·가맹점주와의 마찰을 피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KL&P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외식 시장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신속한 변화를 결정할 수 있는 효율적 프로세스를 정착시켜야겠죠. 이것이 맘스터치가 상장폐지를 결정한 이유로 보입니다.

다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맘스터치의 이번 결정은 의외인 면이 있습니다. 보통 상장사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재매각 전략은 주가부양을 통한 차익 실현입니다. 게다가 자진 상장폐지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맘스터치는 이번 공개매수에 1000억원을 투입하죠. 맘스터치의 역대 최대 연간 영업이익의 4배 가까운 금액입니다.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KL&P가 설립한 맘스터치 최대주주 한국에프앤비홀딩스가 총 1500억원의 대출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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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에 인수된 후 맘스터치의 '내실'은 분명 개선됐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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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일각에서는 맘스터치의 재매각이 임박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실제로 KL&P는 이미 다른 사모펀드에 비해 빠르게 엑시트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인수했던 가야산샘물을 2년 만에 동아쏘시오홀딩스에게 되팔았죠. 당시 KL&P는 투자원금의 3배가 넘는 금액을 매각 대금으로 받았습니다. 게다가 맘스터치가 상장폐지된다면 KL&P는 지분 100%를 갖게 됩니다. 적합한 매수자가 나타난다면 더 수월하게 맘스터치를 매각할 수 있습니다.

미래는 어떨까요. 일단 상장폐지는 순조로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KL&P의 공개매수 가격에는 19%의 프리미엄이 붙어있습니다. 맘스터치 상장 이후 최고가와 비교해 봐도 더 비쌉니다. 과거 비슷했던 사례와 비교하면 압도적입니다. 2016년 IMM프라이빗에쿼티는 태림페이퍼를 인수한 후 자진 상장폐지한 바 있습니다. 당시 공개매수 조건으로 주가 대비 3분의 1을 제시했다가 주주들에게 소송까지 당했죠. 맘스터치 주주들의 반발은 이 때처럼 심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상장폐지 이후입니다. KL&P는 향후 맘스터치의 사업을 지속 확장하겠다고 강조합니다. 사모펀드에게 인수됐던 회사들이 으레 하곤 하던 대규모 배당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로 KL&P는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 중간 배당을 받지 않기도 했죠. 하지만 빠른 사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통제가 있을 것으로 염려하는 의견도 있고요.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가맹점주가 입게 됩니다.

KL&P는 맘스터치 인수 이후 좋은 성과를 내 왔습니다. 비효율적 사업 구조를 바꿔 '내실'을 키운 것은 사실입니다. 맘스터치 랩 등 '실험'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KL&P가 상장폐지 이후에도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변화는 최소한 재매각 전까지 이어질 겁니다. 다만 이전 대비 더 큰 힘을 얻은 대주주가 사업을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한 경우도 많았죠.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맘스터치의 미래가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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