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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400야드 치는 세계랭킹 1319위 ··· 장타는 '신의 선물' 아니다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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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제임스 하트 두 프리즈. <사진 골프위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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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장타는'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장타만 칠 수 있다면 영혼까지 팔 수 있다고 하는 욕망의 화신들도 있다. 장타자가 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수들도 많다. 몸집을 불려 괴물 장타자로 거듭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나 엄청난 체력 훈련으로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장타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주로 큰 키나 헤라클레스 같은 힘을 타고난 선천적인 장타자들이 이에 속한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장타가 신의 선물은 아닌듯 하다.

21일(한국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에서 열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도 엄청난 장타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괴물 장타자가 출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시우가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는 이 대회에 초청된 제임스 하트 두 프리즈(26·남아공)가 주인공이다. 206㎝의 거구인 프리즈의 장타는 상상을 초월한다. 작년 남아공 선샤인투어에서 평균 373.1야드를 날렸다. 평균 거리가 370야드가 넘는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400야드를 날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많이 열리는 탓에 다른 투어에 비해 거리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400야드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장타 1위 디섐보는 평균 323.7야드를 날렸다. 프리즈가 디섐보 보다 무려 50야드 정도를 더 멀리 날린 것이다.

비록 잦은 부상 탓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면도 있겠지만 그의 성적은 무척 초라하다. 2019년 한번 준우승을 하기도 했지만 선샤인투어에서 10위 이내에 든 것은 네번 밖에 되지 않는다. DP월드투어(옛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는 16번 출전해 5번 컷통과한 것이 전부다. 그의 세계 골프 랭킹은 1319위다.

이번 대회에는 프리즈와는 반대로 성적도 뛰어난 장타자 한명이 더 출전한다. 작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장타 2위, 상금 1위에 오른 재미동포 김찬이다. 키 188cm로 일본에서 뛰는 선수 중 최장신이기도 한 김찬은 현재 PGA 2021~2022 시즌 장타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작년 조조챔피언십에서 공동15위에 오르고, 올해 소니오픈에서 컷탈락하는 등 6개 라운드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PGA 장타 랭킹에서 329.3야드를 날려 1위에 올라 있다.김찬의 세계랭킹은 현재 65위다.

여자프로골퍼 중에는 장타를 치면서도 성적은 나쁜 선수들이 더 많다.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평균 290야드를 넘긴 장타자가 나왔는데, LPGA의 대표 장타자 아네 판 담(네덜란드)은 아쉽게도 올해 시드를 따내지 못했다. 상금랭킹 120위에 머물러 시드를 잃은데다, 퀄리파잉 토너먼트 최종전에서도 45위 이내에 들지 못해 2022 시드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LPGA 2부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도 처음으로 290야드 이상을 친 선수가 나왔지만 장타 1위(298.6야드)에 올랐던 사라 화이트(미국)도 퀄리파잉 토너먼트 최종전에서 정규 투어 진출을 노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역시 시메트라 투어에서 290야드 이상으로 장타 2위(293.2야드)에 올랐던 베일리 타디(미국)도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시드 획득을 하지 못했다.

장타와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장타 욕심을 버리는 선수들도 나오고 있다. 매킬로이가 먼저 '장타 포기'를 선언했다. 장타를 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고 장타 보다는 정확도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20일부터 열리는 DP월드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 출전한 매킬로이는 대회를 앞두고 "페어웨이 적중률 6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2017~2018시즌 PGA 장타왕에 올랐던 매킬로이는 2020년 디섐보의 장타에 자극 받아 스피드와 거리를 더 늘리는 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매킬로이는 "잭 니클라우스 시대든, 타이거 우즈 전성기든, 아니면 오늘날이든 거리는 항상 장점이었다. 모든 스포츠가 빨라지고 길어지고 강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골프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타에 집착하는 열정만큼 성적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마침내 생각도 바뀐 것이다. [오태식 골프포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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