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5, 카메룬)는 '프레데터(Predator)'라는 별명을 지녔다. 포식자라는 뜻인데,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육식동물을 가리킨다.
원조 프레데터는 돈 프라이(56, 미국)다. 프라이는 1996년 UFC 8 토너먼트 우승자로, 2011년 은퇴할 때까지 이 링네임을 썼다.
다카야마 요시히로와 난타전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프라이 역시 '육식동물과(科)'라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은가누가 보여 주는 본능적인 움직임과 무지막지한 힘 때문인지 이 별명은 은가누에게 더 잘 어울린다. 슬램덩크 강백호처럼 '날 것'의 무언가가 있다.
데이터도 은가누가 왜 '프레데터'인지 말해 준다. 총 전적 19전 16승 중 12승을 KO로, 4승을 서브미션으로 따냈다. 승리한 경기에서 피니시율이 100%다.
UFC에선 11승(2패)을 거뒀다. 옥타곤에서 이긴 경기 시간을 다 합해도, 33분 12초다. 경기당 3분 1초인데, 이것은 평균적으로 3분 언저리에 상대를 끝내 왔다는 의미다. 초반 폭발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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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가누의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는 신기한 점이 하나! 은가누는 펀치 파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희한하게 아주 정확하다. 간혹 자세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펀치에 힘을 실어 상대의 턱이나 관자놀이를 맞힐 수 있다. 벨라스케즈나 로젠스트루이크를 눕힐 때를 떠올려 보자.
코너 맥그리거의 말처럼, 정확성은 파워를 이기고 타이밍은 스피드를 이긴다(Precision beats power, and timing beats speed). 은가누의 경우는 '정확성+파워' 그리고 '타이밍+스피드'다.
여러 본능형 중 종합격투기에 가장 최적화된 헤비급 파이터가 아닐까 한다. 전성기 주니어 도스 산토스보다 더 수사자답다.
야수성은 흥행을 부른다. 캐주얼 팬들까지 모을 수 있는 대단한 매력이다. 은가누가 타이틀 방어를 이어 간다면 코너 맥그리거의 이름값에 다가갈 수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시장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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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동물의 야수성을 잡는 게, 기술과 전략이다. 오는 23일 UFC 270에서 맞붙는 시릴 가네(31, 프랑스)는 은가누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조련사 스타일이다.
경량급처럼 날렵한 스텝에 좋은 눈을 갖고 있다. 중장기전 경험이 많아 초반 거리를 두고 싸우다가 운영으로 점수를 차곡차곡 쌓는다. 상대가 가랑비에 충분히 젖으면, 폭풍우를 몰고 가 끝내기도 한다.
가네는 신체 능력으로 따져도 은가누에게 밀리지 않는다. 탄력과 순발력이 발군이다. 은가누는 천부적인 재능에서 본능과 야수성을 앞세운 기술을 갖게 된 경우, 가네는 뛰어난 반사신경에 다양한 기술뿐 아니라 침착성과 전략수행능력을 강화한 경우다.
은가누가 강백호라면, 가네는 서태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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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보면, 케이지에서 야수성은 전략에 점점 밀리고 있다.
다른 체급에 비해 여전히 야수성이 살아 있는 헤비급에서 테크니션 가네가 '프레데터'를 길들인다면, 그 의미가 상당하다고 평가한다. 헤비급에서도 육식동물의 영역은 줄어든다는 뜻이다.
헤비급 역대 최고의 본능형 파이터와 헤비급 역대 최고의 테크니션의 싸움이다. 종합격투기 역사에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대결이다.
옥타곤에서 야수성이 통하는 영역은 남아 있을까, 헤비급에도 테크니션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궁금하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전문가들은 서태웅 가네가 강백호 은가누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베팅 사이트에서 가네가 톱 독이다.
정찬성과 정다운도 가네의 승리를 장담했다. 이재선 해설위원, 김두환 해설위원의 생각도 같다. 손진수도 가네의 승리를 예상했다. 나 역시 가네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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