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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북한, 핵·ICBM 재가동 위협 "모든 활동 재가동 신속 검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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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미사일 4발을 발사하며 군사 위기를 고조시킨 북한이 '모라토리엄'(발사유예) 철회 카드를 꺼냈다.

중앙일보

북한이 지난 17일 평양 인근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로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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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8기 6차)를 열어 “그동안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전날 열린 정치국 회의 결과를 20일 오전 전했다. 극초음속미사일 등 4발의 미사일 발사가 예고편이었고, 이어 한반도 군사 안보 상황 위협이라는 본 게임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① 재가동조치 뭔가 = 북한 매체는 이날 회의에서 언급된 구체적인 ‘행동’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단, 북한은“미국의 날로 우심해지고 있는 대조선 적대행위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없이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과업들을 재포치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재고하고 잠정중지하였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데 대한 지시를 포치했다”고도 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18년 6월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ICBM)의 발사 유예를 언급한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겠다는 뜻”이라며 “김 위원장이 지시한 신형 무기 개발을 위해선 모라토리엄 철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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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어 대미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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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북한의 향후 행동과 관련해선 지난해 1월 열린 8차 당대회를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당시 소형 경량화된 전술핵무기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사거리의 정교한 타격 능력 확보라는 전략무기 개발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에 극초음속 미사일과 수중 및 지상에서 발사하는 고체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등 5대 핵심과제도 내놨다.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 한 뒤 최종 시험발사를 마쳤다고 했다. 따라서 향후 행동과 관련해선 괌이나 알래스카까지 닿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실거리 사격이나 고체형ICBM, 군사위성 발사, 잠수함을 이용한 공격능력 과시 등이 거론된다.

② 제재해제와 이중잣대 철회가 목표? = 그동안 북한은 미사일 개발을 ‘자강력’강화라고 주장했다. 미사일 발사현장에 김 위원장이 발길을 끊거나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도 신형 무기를 내놓지 않는 등 미국을 ‘의식’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외교적 관여에 방점을 둔 대북정책을 확정하고, 북한이 꺼리는 인권특사보다 대북특사를 먼저 임명하며 상황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 “우리 국가(북한)를 악랄하게 중상모독하면서 무려 20여 차례의 단독제재조치 취하는 망동”이라거나“현 미행정부는 우리의 자위권을 거세하기 위한 책동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면서다. 북한은 또 “제반사실은 미제국주의라는 적대적실체가 존재하는한 대조선적대시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명백히 실증”했다고도 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속에서도 북한이 중국에 열차를 보내며 제한적으로 국경을 개방할 정도로 북한의 상황이 심각하다”며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1년 동안 지켜봤지만 자신들에게 필요한 대북제재나 이중잣대 철회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회의가 소집되기 전날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③ 미국에 공 넘겼다 = 눈길을 끄는 건 북한 매체의 발표시점과 표현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를 전후해 정치국 회의 결과를 내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관련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국내문제와 이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북한 문제가 밀리자 ‘모라토리엄’카드로 압박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자)북한 김정은이 다시 미사일을 쏘기 시작했다”는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북한이 모라토리엄 철회가 아닌 ‘철회 검토 지시’라는 유보적 표현을 쓴 건 공을 미국에 넘기려는 '조건부'라는 지적이다. 한ㆍ미 연합훈련 등 미국의 향후 반응을 보아가며 신형 무기를 쏘아 올리겠다는 일종의 명분쌓기인 셈이다. 각각 110회와 80회를 맞이하는 김일성ㆍ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내부 자원 고갈로 경제적 성과를 내세우기 어렵자 국방력 과시로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경제난의 이유를 미국으로 돌리는 포석일 수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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