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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연패 끊어낸 KCC... 불화설 털고 신기록 달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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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KCC, 고양 오리온 86-71로 격파... 'KBL 리빙 레전드' 반열에 오른 라건아

오마이뉴스

▲ 1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KCC는 고양 오리온을 86-71로 이겼다. ⓒ KCC



최악의 슬럼프를 겪던 프로농구 전주 KCC가 오랜만에 값진 승리를 거두며 기념비적인 하루를 보냈다. 1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KCC는 고양 오리온을 86-71로 격파하며 악몽같던 10연패 사슬을 탈출했다.

KCC는 지난해 12월 12일 오리온전 승리를 마지막으로 무려 한 달 넘게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10연패는 KCC의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으로 허재 감독 시절인 2006-2007시즌(2007년 1월 10일~2월 17일)과 2014-2015시즌(2015년 1월 30일~2월 22일 안양 KGC전)에 이은 세 번째였다. 만일 이날 경기마저 패했다면 KCC는 구단 역사에 불명예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위기였다. 전창진 KCC 감독에게도 부산 KT 사령탑 시절인 2014년 10~11월에 기록했던 8연패를 뛰어넘는 감독 최다연패 신기록 행진 중이었다.

급기야 10연패를 기록한 지난 11일 원주 DB전에서는 팀의 에이스인 이정현이 전창진 감독으로서 공개 질타를 받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정현은 이날 고작 6분 54초 출전에 그치며 무득점에 그쳤다. 전창진 감독은 이정현을 일찍 교체하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재투입하지않은 이유에 대하여 무성의한 플레이로 인한 문책성임을 솔직히 밝혔다. 감독이 팀의 핵심이자 베테랑 선수를 공개적으로 저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로 인하여 전창진 감독과 이정현간에 갈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달라진 KCC

다행히 올스타 휴식기를 통해 선수단 분위기를 정비할 시간이 주어진 것은 KCC에 전화위복이었다. 지난해 10월 22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손가락 골절상으로 이탈했던 송교창이 올스타 휴식기 이후 마침내 복귀전을 치렀고, 슈터 전준범도 돌아왔다.

심기일전한 KCC 선수들은 연패를 끊기 위하여 초반부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KCC는 이날 더블더블을 기록한 라건아(14점 20리바운드)를 비롯하여 이정현(13점 4리바운드), 김상규(13점 5리바운드), 유현준(13점), 정창영(10점) 등 무려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하는 고른 활약을 펼치며 모처럼 KCC다운 팀플레이가 살아났다. 복귀전에서 13분 출장한 송교창이 8점 3리바운드, 전준범이 15분 출장하여 3점슛 2개로 6득점을 올리며 짧은 시간에도 효율적인 생산성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상대적으로 오리온이 외국인 선수들의 난조와 수비밸런스 붕괴로 자멸한 덕도 있었다.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오리온은 이대성(17점)과 머피 할로웨이(15점 7리바운드)가 분전했지만, 대체 선수인 제임스 메이스가 야투를 10개 시도하여 고작 1개를 성공시키는 난조를 보이며 단 3득점(8리바운드)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오리온은 연패 행진이 시작되기 전 KCC에게 마지막으로 승리를 헌납했던 상대였고, 이번에는 또다시 연패탈출의 제물이 되는 기묘한 인연을 이어갔다.

불화설을 불식시킨 이정현과 전창진 감독의 프로다운 후속 대처도 돋보였다. 최근 배구계를 강타했던 여자배구 IBK기업은행과 조송화 사태에서 보듯이, 감독이 스타 선수들을 다루는 게 조심스러워진 시대다. 감독이라고 해도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자칫 갈등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반발이나 항명 사태로 치닫기도 한다.

하지만 이정현과 전창진 감독은 공개 질타 사건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공식경기에서 프로답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했다. 이정현은 두 자릿수 득점은 물론이고 경기 내내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이끌며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정현은 인터뷰에서 "당시 내 경기력이 안 좋았다. 내가 부족해서 지적 받은 것이고, 감독님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팀이 연패를 하고 있으니 분발하라는 메시지를 대표해서 나에게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숙한 대처를 보였다. 전창진 감독도 "감독이 선수를 혼낸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늘은 이정현이 리더 역할을 잘해줬다"며 칭찬했다. 어느 조직에서나 한 번씩 발생할 수 있는 감독과 선수간의 갈등을 극복하는 '모범답안'을 두 프로들이 함께 보여준 장면이다.

라건아 'KBL 역대 리바운드 기록' 경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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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KCC는 고양 오리온을 86-71로 이겼다. ⓒ KCC



또한 이정현과 함께 KCC의 또다른 한 축인 라건아가 이날 경기에서 'KBL 역대 리바운드 기록'을 경신한 것도 뜻깊은 경사였다. 라건아는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리바운드 5222개를 기록하며 서장훈의 기록 5235개를 불과 13개 차이로 쫓고 있었다.

라건아는 오리온전 4쿼터 6분여를 남기고 14번째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서장훈의 기록을 넘어섰다. KBL은 예정대로 경기를 중단하고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KBL 김희옥 총재가 기념패를 전달하며 신기록을 달성한 공을 라건아에게 증정했고, KCC 구단 또한 기념패를 제작하여 라건아에게 전달했다. 또한 기록이 달성되자 KCC 동료들뿐만 아니라, 라건아의 절친으로 유명한 이대성 등 상대팀 오리온 선수들까지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라건아는 경기 종료까지 다시 5개의 리바운드를 추가하며 20개를 채웠다. 이로써 라건아는 총 5242개의 리바운드로 서장훈을 2위로 밀어내며 KBL 역대 최다 기록 보유자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라건아는 2012년 리카르도 라틀리프라는 이름의 외국인 선수로 KBL에 진출한 이래 2018년 초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며 무려 10년째 한국무대에서 활약중이다. 서장훈이 통산 688경기에 5235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면, 라건아는 불과 482번째 경기에서 대기록을 경신했다. 경기당 약 10.87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는 라건아는 1989년생으로 나이가 아직 만 32세에 불과하여 앞으로 최소한 4~5년 정도는 더 선수생활을 이어갈수 있다. 라건아가 몇 년 더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간다고 감안할 때, 6000리바운드를 넘어 은퇴 전까지 7000리바운드 기록에도 근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장훈을 비롯하여 에런 헤인즈(4442리바운드)-김주성(4425리바운드)-로드 벤슨(3993리바운드) 등 KBL 역대 리바운드 탑5 중 현재 라건아를 제외하면 모두 은퇴 선수들이다.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향후 10년간 라건아의 기록에 근접할 만한 후보조차 없는 것을 감안하면, 라건아의 리바운드 누적 기록은 KBL에서 깨지기 어려운 불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시즌 다소 아쉬운 팀성적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 라건아는 명실상부한 'KBL 리빙 레전드'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올시즌 개막 이후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성적 부진 등 연이은 악재들로 유난히 바람 잘 날 없었던 KCC였지만, 이날만큼은 모처럼 부상자 복귀와 팀워크 회복, 대기록 달성 등으로 훈풍이 넘치는 하루를 보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팀의 기세가 무색하게 9위(11승 21패)라는 부진한 성적에 그치고 있는 KCC에게 후반기 첫 승이 대반격의 서막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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