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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수처 출범 1년-上] '첫 돌'맞은 공수처, 출발부터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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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판사 출신 공수처장·차장 임명

'황제 조사'부터 '유보부 이첩' 등... 연이은 논란

근본 원인은 '전문성 부족'이라는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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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
1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검찰의 기소독점체제를 허물어 사법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국민적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수사력 부족과 기본기 논란, 통신자료 조회와 같은 인권침해 수사 관행 답습 등 수많은 비판 속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공수처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앞으로 공수처가 존재가치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위기에서 빠져나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출발부터 불안했던 공수처

공수처는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수사 전담 기구로 설치를 제안하고 이후 20대 국회에 들어서야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공수처 설치법안이 통과됐다. 공수처 설치 이전까지 검찰은 경찰의 수사까지 지휘하는 등 강력한 수사권을 가졌고 기소권까지 독점해 검찰에 대한 견제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판사·검사·고위직 경찰에 대한 기소권을 넘겨받았다. 표면적으로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우선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받은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법 해석 차이가 커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의 원인이 됐다. 또 검사·수사관뿐 아니라 행정직원 정원까지 법으로 규정한 것이 결과적으로 공수처의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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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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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공수처장도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거센 반발 속에 판사 출신인 김진욱 당시 헌법재판소 선임연구원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지명했다. 당시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기구이기 때문에 검찰 출신을 모두 배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수처의 2인자 위치인 차장 자리엔 검찰 출신을 지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김 처장은 같은 판사 출신 여운국 당시 변호사를 차장으로 지명했다. 공수처장과 차장 모두 수사 지휘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이었고, 이는 실제 공수처 수사에 큰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역임했던 이석연 변호사(법무법인 서울)는 공수처의 미래에 우려를 표했다. 이 변호사는 아주로앤피와의 인터뷰에서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집권세력의 증오심과 진정으로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갈망 사이에서 탄생한 불완전한 사생아”라며 “당시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태어난 조직이었기 때문에 공수처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 ‘황제 조사’부터 ‘유보부 이첩’까지... 연이은 논란

공수처는 지난해 3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혐의를 받던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공개로 직접 면담하고 기초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 고검장을 공수처 관용차에 태워 청사로 들인 CCTV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일었다.

대표적인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 고검장을 수사기관장이 직접 만났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공수처는 ‘황제 조사’논란 당시 검찰이 CCTV 영상을 기자에게 흘려줬다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출범 후 첫 내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취재 기자에 대한 통신영장까지 발부받고 아직까지 정식 수사 전환을 하지 못하면서 수사권을 남용해 보복한 것이라는 뭇매를 맞았다. 이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비판이 한층 더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 내사는 향후 공수처 ‘사찰 논란’의 발단이 됐다.

또 공수처는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현 대전지검 부부장)에 대해 기소 대신 아무 결론 없이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며 논란을 빚었다. 이 검사는 ‘김학의 별장 성접대’사건과 관련해 윤중천씨와 면담한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3월 이 검사에 대한 의혹 가운데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하는 부분만 공수처에 사건을 넘겼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넘겨받은 지 9개월이 지난 12월, 이 사건을 다시 검찰로 이첩했다. 당시 공수처는 “검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기 때문에 한번에 기소할 수 있도록 사건을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검사에 대한 사건은 공수처가 우선권을 가진다는 생각으로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주장하다가 갑자기 이 검사 사건을 검찰로 이첩한 것은 모순이라는 법조계의 비판이 이어졌다.

공수처 발전 방안과 제도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자문위원회와 수사심의위원회는 공수처를 둘러싸고 각종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말 이진성 전 헌법재판소장이 초대 자문위원장에서 사퇴한 이후 아직 후임도 정하지 못했다. 공수처 자문위원 중 한 명인 서강대 임지봉 교수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수사 적절성을 평가하는 수사심의위원회는 공수처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김민성 인턴기자 mnsung2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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