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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스타트업은 어렵다? '그들만의 리그' 벗어나니 더 큰 '미래'가 보였어요" [스타트업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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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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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퓨처플레이 사옥에서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왼쪽)과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가 사진 촬영을 하던 중 서로 마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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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결승전을 끝으로 막 내린 스타트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유니콘하우스>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던 스타트업 업계의 장벽을 어느 정도 허물었다. 무너진 건 스타트업 업계의 장벽만이 아니었다. 우승한 바이오 실험 자동화 스타트업 ‘에이블랩스’와 벤처투자사 ‘퓨처플레이’는 테크 스타트업(원천 기술 초기 기업)은 대중의 이해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오해를 허물었다.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퓨처플레이 사무실에서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와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한 회의실 유리벽엔 “기억하라. 당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쪽으로 당신의 삶이 만들어진다”는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사가 쓰여있었다.

신 대표는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서비스라 생각했고, 대중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생각해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조차 꺼렸다”고 했다.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는 기업의 비전과 스토리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에이블랩스는 시청자 투표와 청중 평가에서 모두 1등을 차지했다. 류 대표는 “테크 스타트업도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있었다”며 “아무리 어려운 기술이라도 그 기술이 주는 효용에 대해선 초등학생도 알 수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블랩스는 2억~3억원대 기존 액체 핸들링 기계의 10분의 1정도 가격인 2000만~3000만원대에 실험 자동화 로봇을 개발·판매 중이다. 현재 바이오 실험실 90%가 수작업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실험 자동화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실험 자동화 시장의 규모가 2019년 42억달러(약 5조22억원)에서 연평균 5.2%씩 성장해 2025년엔 55억달러(6조50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에이블랩스는 장비 판매를 넘어 클라우드 랩을 통한 ‘실험실 자동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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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대표는 스타트업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콘하우스> 예선에 보급형 실험용 로봇을 가지고 나왔다. 그 앞에는 심사위원으로 류중희 대표가 앉아있었다. 유튜브 채널 ‘EO’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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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서 류 대표는 신 대표의 멘토로 활동했다. 2006년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기업 올라웍스를 창업한 류 대표는 2012년 약 350억원에 올라웍스를 인텔에 매각한 ‘업계의 신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프로그램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2월 막 회사를 창업한 신 대표의 첫 IR(투자자 대상 기업설명) 상대가 퓨처플레이였다. 투자 유치는 실패했다. 류 대표는 “신 대표처럼 바이오와 기계공학을 모두 전공한 경우는 많지 않아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높게 봤다”면서도 “당시엔 기계 없이 설계도면 2개만 있었다. 투자를 진행할 단계는 아니라고 봤다”고 했다. 신 대표는 “당시에 받았던 날카로운 질문이 곧 회사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며 “제품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7개월 후 두 사람은 <유니콘하우스> 예선에서 재회했다. 무대에 오른 신 대표 옆에는 개발이 완료된 보급형 실험용 로봇이 함께였다. 류 대표는 “솔직히 ‘큰일났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 정도 실행력이면 엄청난 가치를 가진 팀이란 걸 직감했다”며 “방송에 나와 다른 VC(벤처투자사)들이 투자하기 전에 얼른 먼저 계약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예선이 끝난 뒤 퓨처플레이는 에이블랩스에 투자를 결정했다. 류 대표는 “기술 개발은 경쟁사보다 두 발짝 앞서야 한다”며 “막대한 펀딩(자금 조달)이 가능한 바이오 기업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어낼까 걱정했다. 싼 가격에 완벽하게 돌아가는 기계를 7개월 만에 만든 집요함에 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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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모두 공학도다. 류중희 대표는 “에이블랩스를 비롯해 기술력을 가진 유니콘(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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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기기 실증 작업을 마친 에이블랩스는 현재 제품 납품을 논의하고 있다. 신 대표는 “조부·외조부가 모두 암으로 돌아가신 뒤 암 연구의 끝을 보고 싶었다. 병원 연구실,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를 거쳐 창업에 이르렀다”며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창업을 했고, <유니콘하우스> 이후 더 큰 꿈을 꿔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인류의 건강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퓨처플레이는 투자 회사가 아닌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회사”라며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 육성 플랫폼을 꿈꾼다”고 했다. 그는 이어 “MZ세대가 왜 스타트업에 열광할까를 생각하면 노동수익만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며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인재를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류 대표는 “기술은 논리적이고 명확하며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같은 엔지니어 입장에선 투자하기 훨씬 쉬운 영역”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건 어려워요. 취향의 문제니까요. 기술은 그렇지 않아요. 다만 사업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죠. 2013년 회사를 설립하고 7년쯤 지나자 투자한 기술 회사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지켜보면 너무 재미있어요. 사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한국에서 탄생한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원천 기술 회사잖아요. 에이블랩스를 비롯해 기술력을 가진 유니콘(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나올 때가 됐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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