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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핵시험·ICBM 재개 검토” 북, 2월·4월 거론…군사행동 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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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김정은 주재 노동당 정치국회의서

대미 대응 토의…광명성절·태양절 경축 결정

‘행동’ 땐 베이징올림픽 피해 태양절 가능성

‘김정은 발언’ 보도 없어 ‘경로 변경’ 여지도


한겨레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대미국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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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대미국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단해온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포함한 전략적 군사행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시험·ICBM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중단)’을 약속한 바 있는데, 이 ‘약속’을 더는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열린 8기6차 정치국회의는 “싱가포르 조미 수뇌(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조선반도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성의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고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했다”고 <노동신문>은 보도했다.

정치국 회의에서는 “현 조선반도 주변정세와 일련의 국제문제들에 대한 분석보고를 청취하고 금후 대미 대응 방향을 토의했다”며 “최근 미국이 우리 국가의 정당한 주권행사를 부당하게 걸고들면서 무분별하게 책동하고 있는데 대한 자료가 통보됐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수백차례 합동군사연습”과 “각종 전략무기 시험들“ “첨단군사공격수단 남조선 반입” “핵전략무기 조선반도 주변 지역 배치” “20여차례의 단독 제재 조치” 등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명백히 실증”하는 사례라고 열거됐다.

아울러 회의에서는 “정치국 결정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탄생 110돌과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탄생 80돌을 성대히 결정할 데 대하여’가 채택됐다”고 <노동신문>은 보도했다.

김일성·김정일 생일은 북에서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태양절”(4월15일)과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광명성절”(2월16일)로 불리는데, 북쪽은 이때에 맞춰 핵시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한 전례가 있다. 예컨대 3차 핵시험은 광명성절(2월16일)을 나흘 앞둔 2013년 2월12일에 있었다. 김정은 체제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가 된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곧 ‘광명성 2호’(2009년 4월5일)와 ‘광명성 3호’(2012년 4월13일) 발사는 태양절(4월15일)에 임박해 이뤄졌다. 당시 북한 당국은 ‘광명성 3호’ 발사에 앞서 “태양절 100돌 계기”로 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겨레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대미국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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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열린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태양절·광명성절 “경축 문제”와 “대미 대응 방향”이 함께 토의됐다는 <노동신문> 보도에 비춰, 북쪽이 실제 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그 시점을 태양절이나 광명성절에 맞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광명성절(2월16일)은 베이징겨울철올림픽 기간(2월4~20일)과 겹쳐 태양절(4월15일)에 시점을 맞출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아울러 ‘대미 대응’과 ‘경축’을 겸한다면, 핵시험보다는 평화적 우주 이용 명분을 앞세운 ‘인공위성 발사’ 형식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선택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다만 이번 정치국 회의 결정과 관련한 <노동신문>의 보도문에 담긴, 미국의 대응에 따라 행동의 변화를 줄 여지를 둔 대목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김 총비서의 직접 발언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김 총비서의 발언이 절대적 권위를 지니는 체제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경로 변경’을 포함해 선택지를 넓히려는 의도적 ‘침묵’일 수 있다. 둘째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 재가동”을 바로 선언한 게 아니라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당장 ‘행동’에 나서겠다는 얘기는 아닌 셈이다.

둘을 함께 고려할 때 김 총비서가 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직행’하기보다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앞뒤로 “선결적·주동적 신뢰구축 조치”라며 폐기·해체한 풍계리 핵시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재건 활동’에 우선 나서며 미국과 한동안 ‘밀당’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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