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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日, 사도광산 유네스코 신청 고심...우파는 “역사 전쟁 휘말려”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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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한 니가타현 사도광산 갱 내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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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노동자 강제 노역 현장인 니가타(新潟)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 기한(2월 1일)이 다가오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이 고민에 빠졌다. 니가타현과 집권 여당 자민당 보수파 정치인들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조기 신청을 결단하라”며 날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내부에선 한·일 관계와 실질적인 등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19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보수 단결 모임’ 의원들은 전날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조기 신청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정부에 제출했다. 결의문엔 사도광산 문제가 ‘역사 전쟁’의 양상이 됐다며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 정부에 설명하라는 주문도 담겼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니가타현 간부와 사도시장 등은 “사도광산은 세계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증명됐다”고 호소하는 한편, 한국 측의 강제 동원 문제 제기에 대해 “한반도 출신자가 일한 사실은 있지만 강제 노동인지 여부는 자료나 기록이 없어 파악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니가타를 지역구로 둔 다카토리 슈이치 보수 단결 모임 공동 대표 역시 이날 “사도광산은 조선인 노동자도 일본인과 같은 대우로 급여가 지불됐고 복리 후생이나 사택이 있었다는 내용의 자료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등재가 되지 못하더라도) 자부심은 남는다”고 정부 결단을 촉구했다. 이 모임 고문을 맡은 아베 신조 전 총리도 한국에 “팩트 베이스(사실에 기반해) 반론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측 공문서에 최소 1100여명의 조선인이 사도광산에서 일하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귀국한 기록이 남아있고, 갱도 내 강도 높은 노동과 부상에 시달리다 탈출한 피해자의 증언도 존재하지만 이를 외면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 내각은 신중한 모습이다. 실제 이날 보수 단결 모임은 관저에 직접 조기 채택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제출하려 했지만, 관저 측이 거부하며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기시다 총리는 기자단을 만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등록 실현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제대로 생각하고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결단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와 현실적인 절차 문제를 꼽았다. 3월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을 자극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우려가 관저에서 제기되고, 신청 절차 역시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일본 측의 요구에 따라 가맹국 일부가 반대하면 세계 기억 유산에 등재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일본은 덕분에 중국의 일본군 위안부 및 난징대학살 기록의 기록유산등재를 저지했다. 외무성은 “일본이 합의 없이 (세계문화유산 후보로)추천하면 모처럼 도입된 제도가 무의미해진다”며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국 반대 속에 신청을 강행했다가 유네스코에서 등재하지 않기로 결의할 경우 다시는 도전할 수 없게될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단념했을 때 닥칠 정치적 후폭풍이다. 5월 니가타현 지사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총리와 정부가 “한국 눈치를 본다”는 여론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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