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출렁이는 부동산 통계에 ‘시계제로’ ... “거래 실종에 지난 주는 급등, 이번 주는 급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부동산 통계가 간혹 나오는 거래 사례에 의해 크게 출렁이는 모양새다. 특히 표본이 작은 자치구 단위 통계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마치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작은 주식이 약간의 자극에도 급등락을 일으키는 것과 비슷하다.

조선비즈

서울 송파구 한 건물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25% 상승하며 전주(0.14%)에 비해 크게 뛰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주인 12월 27일에는 0.03%로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서울 금천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27일 0.04% 오르다 올해 1월 3일 0.14%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서초구는 0.18%에서 0.03%로 상승 폭이 줄며 반대로 움직였다.

이들 지역에 뚜렷한 상승·하락 요인이 될 수 있는 특별한 호재나 규제 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보합(0.00%)세를 보이며 크게 올랐던 12월20일(0.36%)과 비교가 됐던 인천 계양구 아파트값은 1월 3일까지 비슷한 수치(0.01%)를 유지하다가, 1월 10일 갑자기 0.22% 훌쩍 다시 뛰었다. 이천 아파트 매매지수도 지난해 12월 27일 0.49%오르다 1월 3일 0.00%로 보합세를 나타내나 했지만, 1월 10일 들어 다시 0.22% 상승했다. 통상 상승 폭이 크게 줄고 보합세가 지속되면 시장에서는 ‘하락세’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지만, 통계는 정반대로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지방의 경우엔 등락 정도가 더 심한 사례도 많다. 광주광역시 남구 아파트 매매지수는 지난해 ▲12월 13일 0.13% ▲12월 20일 0.34% ▲12월 27일 0.85% 등으로 불과 2주 만에 0.72%포인트(P)나 상승 폭이 커졌다. 그러나 바로 다음 주인 1월 3일에는 0.06%로 추락한 상황이다. 부산 동구도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13일까지 3주 연속 보합(0.00%)을 이어가다 12월 20일에 갑자기 0.35% 상승으로 급등했다. 이후 12월 27일(0.25%), 올해 1월 3일(0.12%)로 상승 폭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통계는 각종 정책의 기초 지표로 활용되는 중요한 통계 자료다. 규제지역을 지정하거나 해제하는데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고, 집을 사거나 팔고자 하는 개인들도 항상 촉각을 기울이는 지표다. 어느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갑자기 솟구치면 매도인들은 배액배상을 해서라도 매물을 거두려고 하는데, 반대로 집값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번엔 매수인들이 계약금을 포기하고서라도 매입을 철회하려 들기도 한다.

이렇듯 중요한 부동산 통계 지표가 출렁이는 원인으로는 최근 대출 규제와 대선 이전 관망세 등으로 심화되고 있는 ‘거래 빙하기’가 지목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359건으로 지난 2008년 11월 1163건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9일 기준으로 신고된 12월 거래량도 980건에 불과해 ‘역대급 빙하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경기부동산거래량도 4827건으로 전월(7946건) 대비 40% 가량 축소됐다. 전국적으로 살펴봐도 부동산 거래량은 ▲10월 4만3126건 ▲11월 2만9618건 ▲12월 2만3700건(1월 19일 기준) 등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앞서 2020년 11월의 전국 부동산 거래건수가 9만469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년 새 거래량이 3분의 1 미만으로 떨어진 셈이다.

KB부동산과 한국부동산원과 같은 부동산 통계기관은 실거래가를 기초 데이터로 활용하는 표본조사 방식으로 매주 아파트값 통계를 낸다. 만약에 표본 집단에 대해 반영할 만한 실거래 사례가 없으면 인근 시세나 중개업소 의견, 직접 현장조사 등을 통해 가격 추이를 추정하게 된다.

많은 표본에서 거래가 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간혹 일어난 거래가 통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졌고, 이게 매주 변동률이 출렁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거래량이 작은 시기에는 마치 ‘빙판 아래 흐르는 강물’처럼 시장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변동성이 강한 주간 통계가 ‘거래 실종’으로 더 널뛰기하는 만큼, 의사결정의 절대적인 지표로 활용하지는 않는게 좋다”면서 “이런 혼란을 멈추기 위해서는 표본조사가 아니라 선진국처럼 완전히 실거래가 기반의 통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hyu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