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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자수첩]CES에서 확인한 "한국 속 세계" 그래도 불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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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전시장 어디서도 우리만한 혁신을 찾기 힘들었다. 한국의 혁신이 세계적인 혁신이란 확신이었다."

지난 5~7일 미국서 열린 'CES 2022'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인의 말이다. 이 기간 한국 기업 전시관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기업들이 불참했음을 감안해도 한국 기업들의 전시 내용은 외형·내용적 측면에서 충실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 곁에서 함께 이동하며 보조하는 기능을 갖춘 '삼성 봇 아이' 로봇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따로 마련한 오토존에서는 증강현실 기술과 모빌리티가 결합한 미래상을 보여줬다. 현대차는 차를 두고 로봇·메타버스만 들고 나온 '파격'을 택해 웨스트홀 전시관 주인공이 됐다.

SK는 거대한 숲 같은 부스에서 NCM9 배터리, CCUS 기술, AI반도체가 어떻게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지 한눈에 보여줬다. 50년 전 조선업 불모지에서 근로자들이 '구두끈도 못 푼 채' 자고 일어나길 반복하며 세계 1등 기업으로 키워냈다는 현대중공업은 첫 참가한 CES에서 자율주행 선박을 선보이며 새 반세기 비전을 선포했다.

그러고 보면 지난 한 해 유독 한국 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연초, 한국 국내총생산은 3만1497달러로 G7 국가 이탈리아를 제쳤단 소식이 있었고 7월엔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올렸다.

CES 취재 후 귀국길엔 문화 영역이긴 하나 오영수 배우가 한국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를 수상했단 낭보가 들렸다. 배우의 "이제 세계 속 우리가 아닌 우리 속 세계"란 소감이 앞선 기업인의 말에 겹쳤다.

성과들에 도취될 법도 하지만 기업인들의 표정은 무겁다. 4차 산업혁명 패권을 쥐기 위한 각국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더딘 정책지원 탓이다.

수소법 개정안은 반년 가까이 국회에서 답보 상태다.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려면 구습에서 벗어난 파격 세제혜택, 인센티브가 필요하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애태우던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기대에 못미쳤단 평가들이다. 선진국들이 막대한 지원을 퍼붓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선에 가까울수록 경제 현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우리 속의 세계', 자칫 맛보기로만 끝날까 불안하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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