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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바이든 영국 대사에 ‘정치자금 후원자’ 지명, 유럽 3국 대사 모두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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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정치 자금 기부자 잇따라 해외 대사직 등용 비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각) 영국 주재 미국 대사에 ‘정치 자금 후원자’였던 제인 하틀리 전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를 지명했다. 영국 대사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가장 권위 있는 직책 중 하나로 꼽힌다. 외교가에선 바이든 미 대통령이 ‘비외교 전문가’인 정치 자금 모집 담당이나 고액 기부자들을 잇따라 해외 대사직에 등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제인 하틀리 주영국 미 대사 지명자. /미 국무부


하틀리는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잠시 근무했지만 이후 고위 임명직이나 선출직 공무원 직책에 출마·당선된 적은 없다. 그는 미 민주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민간 부문에서 경제·정치 자문기업의 대표를 지냈다. 그는 2012년 재선에 도전한 오마바 당시 대통령 캠프에서 활약하며 하틀리는 50만달러(약 5억7000만원) 이상의 정치 자금을 모금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10월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로 기용돼 2017년 1월까지 재직했다.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은 지난해 대선 때에도 하틀리는 바이든 캠프의 재정에 관여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CNN은 이날 “주영대사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고,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하틀리는 미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두 직책인 주영 대사와 주불 대사를 모두 지내게 됐다. 이와 관련해 WP는 “주영 대사는 주불 대사와 더불어 미국 대통령이 지명해야 할 가장 명망이 높은 직책”이라며 “미국과 영국의 외교적·군사적·역사적 관계에 비춰 프랑스보다는 영국이 좀 더 중요한 임지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불 대사에 핵심 측근인 데니스 캠벨 바우어 전 벨기에 대사를 지명했고, 유럽연합(EU)을 이끄는 독일 주재 대사 후보자로는 역시 여성인 에이미 거트먼 펜실베이니아 대학 총장을 기용했었다. 이로써 유럽의 핵심인 영국·프랑스·독일 3국의 미국 대사가 모두 여성으로 채워지게 됐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대사 10명 중 3명은 대선 캠프에서 후원금 모금을 담당해 기용됐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취임 1년간 지명된 대사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 캠프에서 최소 10만달러 이상을 모금했거나 모금한 사람의 배우자인 경우가 모두 2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체 대사 임명의 29%에 달하는 수준으로, 같은 기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높은 비중이었다.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 미 대선 때 큰 정치 기부금을 낸 핵심 기부자들을 대사직에 등용하는 것은 미 정치판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다만 문제는 민주당이 과거 이런 ‘보은 인사’ 관행에 대해 강력 비판해왔는데도 바이든 정부 들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대사직에 경험이 없는 고액 정치후원금 기부자, 측근들을 임명했다고 비판해왔다. 역대 미 대통령들은 통상 대사직의 경우 직업외교관에서 3분의 2, 정치적 임명 케이스로 3분의 1을 임명하는 비율을 유지해왔다. 또 정치적 임명의 경우 ‘현안’이 적은 국가에 주로 파견돼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런 관행을 무시하고 전체의 45% 정도를 정치인으로 임명하고 주요국에 파견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행에 반발해 2019년 10월 민주당의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애미 베라 의원은 미국 해외 대사의 70%는 국무부 출신 직업외교관 가운데 임명돼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베라 의원은 “직업외교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이 법안에 공화당도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었다. 이 법은 통과되지 못해 폐기됐다.

WP에 따르면 현재까지 임명된 대사 가운데 직업 외교관 출신은 39%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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