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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대장동 초과이익 환수, 3차례나 건의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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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문기 마지막 편지 공개… “저는 너무나 억울하다” 호소

조선일보

2021년 10월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는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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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세 차례나 넣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자필 편지가 19일 유족들에 의해 공개됐다. 김문기 처장은 2015년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이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 등 대장동 사업의 실무 전반을 담당했다. 민간 사업자가 추가 이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문제는 이 사건 배임 혐의의 핵심이다.

김 처장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A4용지 2장 분량의 이 자필 편지는 ‘사장님께 드리는 호소의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작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세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난 이후 윤정수 당시 성남도개공 사장에게 보내기 위해 작성했다고 한다.

김 처장은 편지에서 “대장동 관련 사업에 대해 일선 부서장으로서 일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금번과 같은 일들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너무나 억울하다”며 “회사에서 정해준 기준을 넘어 초과이익 (환수 조항)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았고 당시 임원들은 공모지원서 기준과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 결정을 했다”고 했다.

이런 내용은 서울중앙지검 수사 결과와도 부합한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2015년 5월 화천대유는 성남도개공의 수익을 ‘대장동 임대주택용지 A11블록’(1822억원 상당)으로 제한하는 사업협약서를 성남도개공에 제출했다. 당시 김 처장은 그 내용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민간사업자에게 막대한 추가 개발이익이 돌아갈 것을 우려해 성남도개공이 지분율(50%+1주)만큼 추가 개발이익을 환수하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된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초과이익 환수조항은 7시간여 만에 삭제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다만, 검찰은 당시 정민용(불구속 기소)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파트장이 김 처장에게 ‘삭제’ 지시를 했다고 결론을 내린 반면, 김 처장은 자필 편지에서 “유동규 BBJ(기획본부장)나 정민용 팀장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압력,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지시를 했던 성남도개공 ‘임원’이 누구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인들은 “고인이 ‘나는 끝까지 원칙을 지켰고 민간업자들과 타협하지도 않았다’고 하면서도 ‘윗선’을 언급하는 데는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김 처장 편지 내용이 수사 결과와 일부 상이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공소장은 관련자 진술과 객관적 자료 등을 모두 종합해 작성된 것”이라며 “공소 사실 역시 김문기씨가 정민용씨의 지시가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따랐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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