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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만배, 최윤길에 “의장직 줄테니 조례안 통과시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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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길 구속영장에 명시

조선일보

김만배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40억원의 사후 뇌물을 약속받았을 뿐 아니라, 김만배씨 도움으로 2012년 성남시의회 의장에 선출됐다는 내용이 최 전 의장 구속영장에 담긴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김만배씨가 최윤길씨를 도와 시의회 의장으로 앉힌 뒤 최씨를 통해 대장동 사업 추진에 반드시 필요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설립 조례안이 통과되도록 ‘작업’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김씨 등 대장동 일당과 성남시는 성남도개공을 설립해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최씨를 구속한 경기남부청은 최씨와 함께 2013년 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이 통과하는 데 역할을 했던 다른 성남시 의원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입수한 최씨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시의원이었던 최씨는 당시 새누리당 내에서 시의회 의장 후보자를 선출하는 경선에 나갔다가 탈락했다. 3선 시의원으로 의장직을 원했던 최씨는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새누리당 소속으로 의장 선거에 독자 출마했다.

이때 김만배씨가 최씨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최씨에게 “의장직을 제공해 줄 테니, 의장이 되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되도록 해달라”고 제안했고 최씨는 이를 수락했다고 한다. 이에 김만배씨는 성균관대 동문인 당시 성남시의회 민주당 대표 윤창근 의원(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부탁해 민주당 시의원들이 2012년 7월 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최씨에게 몰표를 주도록 했고, 새누리당 의장 후보였던 박모씨가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고 경찰은 구속영장에서 밝혔다.

최씨는 의장이 된 지 한 달 뒤인 2012년 8월 새누리당이 “민주당과 야합했다”며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자 탈당했다. 그는 의장 임기 말인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에 입당,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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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성남시의회 최윤길 의장과 이재명 시장 - 2012년 11월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성남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에서 열린‘사랑의 김장 김치 나누기’행사에서 당시 최윤길(왼쪽) 성남시의회 의장이 이재명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김장 김치를 먹여주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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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최씨는 2013년 2월 새누리당의 반대에도 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 조례안이 가결되는 과정에 최씨가 의사 진행권을 마음대로 행사한 것을 두고, 경찰은 구속영장에서 “매수된 최윤길은 시의회 의장직의 직권을 남용해 조례안을 통과시켜주는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씨가 2010~2011년부터 이미 ‘대장동 일당’들로부터 접대 골프와 금품을 받아왔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3년 9월 출범했고,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으로 영입된 유동규씨 등은 성남도개공과 화천대유가 참여했던 ‘성남의뜰’을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익 배분 설계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원하는 대로 이뤄져 김만배씨 등은 수천억 원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그 초석을 최윤길씨가 놓은 셈”이라고 했다.

이후 최씨는 대장동 사업이 ‘대박’이 나자 대장동 일당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2012년 3월 김만배씨가 이미 최씨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 수익이 나오면 사업 지분, 돈, 각종 이익 등 페이버(favor·대가)를 주겠다”고 제안한 상태였다고 한다. 2013년 1월 김씨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간의 대화 녹취록에는 김씨가 “최 의장 섭섭하지 않게만 해놔” “결국 최 의장이 시장(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하고 협상을 해야 돼”라고 한 내용이 담겨 있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최씨는 2020년 12월 정영학씨에게 “그동안 도와준 대가를 달라”며 3억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러자 2021년 1월 김만배씨에게 직접 돈을 요구했다. 김씨는 “회사의 자금으로 한꺼번에 돈을 줄 수 없다”면서 2021년 2월 최씨를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앉혔다. 화천대유는 최씨에게 성과급 40억원, 연봉 8400만원, 법인카드 월 300만원을 주는 채용 계약서를 썼다. 그러나 최씨는 한 차례도 화천대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고, 법인카드는 골프 의류를 사거나 골프 비용으로 썼다는 것이다. 최씨는 작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고 검경 수사가 본격화하자 정영학씨 아내, 가족 등에게 “나만은 구속, 처벌을 피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한편 김만배씨 측은 최씨 구속영장 내용에 대해 “김씨는 최씨에게 성남시의회 의장직을 제안하면서 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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