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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연아의 추천곡’ 맞춰 베이징 사로잡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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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22 베이징] 피겨스케이팅 김예림

조선일보

'투란도트' 음악에 맞춰 연기하는 프리스케이팅 의상을 입고 양손에 스케이트를 든 김예림. 그는“어렸을 때 가끔씩 '나중에 베이징올림픽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힘든 순간들을 잘 이겨내고 출전하게 됐다”며“다른 건 금방 질리고 취미 생활도 오래 못 하는데, 유일하게 피겨만큼은 꾸준하게 해왔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베이징올림픽 동안 네이버와 함께 대표 선수 화보와 훈련 영상 등을 담은 응원 특집 페이지를 운영한다.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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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19)은 지난 9일 전국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실수 없이 마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경기 끝나자마자 운 건 처음”이라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심한 허리 통증이 생겼다고 한다. 이대로 올림픽 도전은 물거품인가. 두려운 마음으로 병원에서 진통제를 맞고 경기를 치렀다.

대회를 2위로 무사히 마친 그는 다음 달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에 걸린 출전권 두 장 중 한 장을 따냈다. 지금껏 베이징 올림픽만 바라보며 착실히 쌓아온 모든 훈련이 그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연습했던 과정이 떠올랐죠. 정말 열심히, 잘해왔구나.”

조선일보

김예림은 올림픽 대표로 나란히 뽑힌 유영(18)과 함께 4대륙선수권이 열리는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지난 17일 출국했다. 4대륙선수권 여자 싱글 경기는 21일부터 시작된다. 허리 근육은 많이 회복됐다고 했다. 응급 상황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한 비결은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인정하는 성실성이다. 출국을 앞두고 만난 김예림은 “정해진 훈련을 매일매일 똑같이 빠짐없이 해요. 어떤 날은 힘드니까 덜 하고, 또 어떤 날은 컨디션 좋으니까 더 하고, 그런 식으로 훈련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김예림은 2010년 김연아(32)의 밴쿠버 올림픽을 보고 피겨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언니들을 제치고 유영, 임은수(19)와 여러 대회 1~3위를 휩쓸며 큰 기대를 받았다. 2018-2019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은메달을 두 개 땄고, 시즌 상위 6명만 진출하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러시아 선수 5명과 나란히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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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후 부상으로 주춤하는 동안 라이벌들이 앞서 나갔다. 김예림은 그저 열심히 훈련하는 것으로 슬럼프를 헤쳐 나갔다. 2020년 4대륙선수권 6위에 오르며 다시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엔 안정적 연기로 유영을 제치고 회장배 랭킹대회와 전국종합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 대회에 나가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늘 하루 연습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잘하려면 몸을 열심히 풀어야 하고, 잘하려면 꾸준하게 훈련해야죠. 감정에 휘둘리는 걸 정말 싫어해요.”

김예림뿐 아니라 그와 경쟁해온 유영, 임은수, 이해인(17)도 ‘연아 키즈’다. 김연아를 보고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고,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실력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방심할 수도, 나태해질 수도 없었다고 한다. “좋은 친구이자 좋은 라이벌들이 없었다면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의 이번 올림픽 쇼트프로그램 음악은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 같은 소속사에 있는 김연아가 추천해줬다. 김예림의 곱고 부드러운 선, 서정적이고 우아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올림픽 티켓을 따낸 날엔 ‘허리 부상 있다고 들었는데 잘 버텨줬고 잘했다’는 김연아의 축하 메시지도 받았다고 한다.

김예림의 키는 작년 여름 170㎝였다. “그새 더 자랐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동작이 더 크고 시원해보이죠. 장점으로 살리려고요.” 한때는 큰 키가 피겨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부심이 됐다. “올림픽에 나가서 어떤 결과를 얻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난해 여름 도쿄올림픽을 보면서 선수로서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는 “올림픽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는 것만이 지금 나의 목표”라고 했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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