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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책 읽기를 부르는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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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새해 목표와는 거리가 먼 삶이라 요즘에는 어떤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리는지 모르겠으나, 역시 빠지지 않는 주제는 독서 아닐까 싶다. 하루에 30분 읽기라든지 1년에 100권 읽기처럼 달성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명의 저자를 정해 작품을 집중해서 읽는다든지 특정 시리즈를 독파하는 방식의 계획도 익숙하다. 주변에는 독서보다는 책 구매를 다짐하는 경우가 잦은데, 워낙 많은 책을 사느라 읽어내지도 못하고 쌓인 책을 쳐다보며 “올해에는 작년보다 덜 사야지”라고 마음을 먹는 상황인데, 성공 사례가 드문 걸 보면 역시 방향을 돌려 더 열심히 많이 읽는 쪽으로 향하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독서 목표로 다시 돌아와 생각해보면, 1년 후 어떤 모습을 떠올리든 출발이 중요해진다. 백 번째 책을 먼저 정해놓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첫 번째 책으로 무엇을 택할지는 만만찮은 고민이고, 여기에서 막혀 시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역시 시작이 반이다. 설 명절이 지나지 않았다는 걸 핑계로 올해의 독서에 들어서지 못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경향신문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확실하고도 아름다운 선택은 책 읽기를 부르는 책 읽기다. 독서의 효용과 방법을 전하거나 책으로 성장하고 확장되는 삶을 경험한 이야기를 만난다면, 다음 걸음을 내딛는 데에 자극이 되는 동시에 그 걸음이 더욱 경쾌하고 선명해지는 데에도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근래 나온 책 가운데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의 힘>이 떠오르는데, 전자는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은퇴한 후(물론 은퇴 전부터) 온갖 공부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외국어부터 바느질까지 모든 걸 공부로 여기고 시작하는 저자는 출발에 겁을 내지 않는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아닌 걸 알게 되었으니 충분하다는 태도로, 중도 포기의 효용을 꾸준히 확인하며 자신에게 맞는 공부가 무엇인지 쉼 없이 탐구한다. “밤을 활활 태우며 꼿꼿이 앉아 새벽을 맞이하는 자세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니 역시 백 번째 책은 아흔아홉 번째 책에 닿기 전에는 떠올리지 않는 게 좋겠다.

후자는 저자의 필명부터 ‘책읽는원숭이’인데, 목표설정부터 동기부여, 자료정리, 학습방법을 거쳐 기억관리에 이르기까지 독학의 방법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도 독서는 중요한 대목인데 정해진 시간 안에 읽기를 끝내는 ‘한독’이 흥미롭다. 독서에 사용할 시간을 미리 정하고 딱 그 시간만큼만 읽고 나서 일단 빠져나오는 게 핵심이다. 미진한 부분은 다시 시간과 전략을 세워 다음날 새롭게 시작하는 방식으로, 분위기 환기와 관점의 변화를 꾀한다. 점점 늘어나는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을 해결할 방법으로 올해 한독에 집중해보려 한다.

책 읽기를 부르는 책 읽기가 마뜩잖다면 잡지의 정기구독을 활용해봐도 좋겠다. 관심 있는 분야의 잡지를 정기적으로 받아본다면 애써 찾지 않아도 적절한 읽을거리를 때에 맞춰 만날 수 있고, 잡지는 대개 관련한 책 소식을 담고 있으니 이어지는 책을 만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다. 근래에 창간한 SF 전문 계간 ‘어션 테일즈(The Earthian Tales)’와 과학서평 매거진 ‘시즌(SEASON)’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다. 두 잡지가 전하는 세계에 관심이 적더라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에 어울리는 창간호라면 운명처럼 여기고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서로 지치지 않고 계획대로 이어가는 데에도 독려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두 세계 모두 이미 시작했다. 아직 끝을 맺지 못했을 뿐.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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