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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실체 드러나는 ‘50억 클럽’… 감사원, 사정기관 본분 망각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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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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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 등 정치인과 법조인에게 50억원씩을 챙겨주려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정영학 회계사가 2019∼2020년 김씨와 나눈 대화로 누구에게 돈을 건넬지와 배분 계획 등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 말로만 떠돌던 ‘50억 클럽’ 실체를 유추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수사를 뭉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서둘러 특검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녹취록은 베일에 가려있던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 의혹을 한눈에 보여준다. 김씨가 정·관계 인사 6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50개(50억원)’씩 챙겨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정 회계사는 ‘곱하기 50 하면 300억’이라고 답했다. 곽 전 의원이 금품을 요구한 내용도 포함됐다.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는 50억원 퇴직금 의혹이 불거지자 “일 열심히 하고, 몸 상해서 돈 많이 번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의 말은 신빙성이 낮아졌다.

김씨가 정·관계를 상대로 부적절한 행위를 했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녹취록을 평가절하할 순 없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가지고 대장동 사업의 전모를 파악한 것이 사실이다.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4인방’ 가운데 녹취록을 검찰에 넘긴 정 회계사만 유일하게 불구속 기소한 이유는 뭐겠나. 녹취록 내용이 제기된 각종 의혹들과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검찰이 녹취록 공개를 두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열람·등사한 자료를 재판 이외 다른 목적으로 유출하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언론을 겁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처음부터 수사를 잘했다면 녹취록 내용까지 들먹였겠는가.

대장동 관련 공익감사 청구를 기각한 감사원 행태 역시 마뜩잖다. 감사원은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고 감사 청구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어불성설이다. 규정에 ‘긴급을 요하는 경우’를 예외로 두지 않았나.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는 지적을 받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이 예외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어떤 것을 예외로 하겠나. 실제로도 수사와 재판 중 감사를 실시한 경우는 허다하다. 감사 청구 기간 5년이 초과했다는 논리도 구차한 변명이다. 그러니 진실 규명 의지가 없다는 소릴 듣는 것 아닌가. 검찰과 감사원이 더 이상 사정기관의 본분과 역할을 망각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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