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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선거 지면 죽는 당’의 남은 4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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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잃을 위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처 방식은 전혀 달라

국민의힘은 손 놓았지만 민주당은 김대업, 김경준, 국정원 댓글 등 죽기 살기

48일은 긴 시간이다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 48일 남았다. 선거에서 48일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워낙 비호감 대선이어서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현재까지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사람이 정권 유지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 판이 아무리 출렁여도 이 격차는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신뢰할 만한 여론 지표 같다.

역대 대선을 돌아보면 정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민주당 쪽과 국민의힘 쪽이 보인 대응 방식은 큰 차이가 있다. 김영삼 정권은 정권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외환 위기이기도 했지만 내분에 빠져 있었고, 당시 여권 내 일각은 차라리 민주당 쪽으로 정권이 넘어가기를 바라는 듯한 분위기도 있었다. 실제 김영삼 대통령은 검찰에 민주당 김대중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추락으로 민주당이 정권을 잃을 위기가 왔을 때는 전혀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민주당 노무현이 막판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과 KBS, MBC가 야당 후보를 죽이기 위해 거의 매일 ‘김대업 드라마’라는 희대의 사기극을 연출하고 있었다. 진행 과정을 보면 ‘극히 드물다’는 뜻의 ‘희대’라는 말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대선 5개월 전 김대업이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비리 녹음 테이프가 있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KBS는 당시 KBS 감사가 토로한 대로 ‘광적인 방송’을 시작했다. 미쳤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9시 뉴스 대선 보도의 71%를 ‘김대업’만으로 채웠다. 사기 등 전과 5범인 김대업의 영상과 육성을 검찰이나 병무청 직원보다 훨씬 자주 방송했다. MBC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검찰이 이 사기극에 찬조 출연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이회창 후보는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노무현이 당선되자 한 달 만에 검찰은 김대업 주장은 허위라고 발표했다. 심지어 김대업이 내놓은 녹음 테이프는 녹음했다는 날짜 뒤에 제조돼 팔린 것이었다.

이렇게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지지율 추락으로 정권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 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래도 민주당 측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김대업 대신 김경준이 등장했다. 김씨가 벌인 BBK(투자 자문사) 사기 사건을 이명박과 엮어 선거 판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집요하게 벌어졌다. 그때도 여당인 민주당 쪽이 국회 다수당이었다. 여당은 BBK 특검법을 힘으로 밀어붙였고 국회는 연일 난장판이 됐다. 국회 육탄전에 전기톱과 쇠줄이 등장한 게 그때였다. 국회의원 아닌 외부인들이 국회 내부로 밀고 들어와 점거한 것도 이때였다.

이명박이 “특검 수용”을 발표하고 국회에 왔을 때 아수라장 속에서 민주당 측 누군가가 이 후보의 머리에 침을 뱉었다. 정권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의 몸부림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나중에 바로 이 특검을 통해 BBK는 김경준의 사기이고 이명박도 피해자라는 사실이 물증에 의해 밝혀졌다.

이 대통령도 말년에 추락했다. 여당 박근혜와 민주당 문재인이 막상막하 접전이어서 정권이 민주당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상당했다. 그런 위기에서도 이 대통령 정부나 여당 박근혜가 무엇을 만들어낸 것이 없다. 오히려 야당인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잡아내 활용했다. 5년 뒤 민주당 문재인 측은 국정원 댓글보다 더 심각하고 광범위한 댓글 조작을 벌였지만 국민의힘 쪽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문 대통령 당선 뒤 어이없게도 추미애 때문에 드루킹 일당이 꼬리를 잡혔다.

이번에도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민주당이 패하더라도 결코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선거 관리의 핵심인 법무, 행정안전 두 장관을 민주당 의원으로 앉혀놓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없던 일이다. 이제는 중앙선관위에 심어놓은 상임위원의 임기를 연장해 대선 투표 날까지 대못을 박으려는 기이한 시도까지 하고 있다. 검찰 경찰 공수처 감사원은 ‘대장동’ 등 여 후보 관련 사안은 철저히 뭉개고 야 후보 문제는 기를 쓰고 달려든다. 정부는 여 후보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두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노골적 행태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KBS, MBC는 방송사라기보다는 정당처럼 된 곳이다. 정권이 바뀌면 마치 여야가 교대하듯 방송사 간부직이 거의 다 바뀐다. 민주당이 정권을 잃으면 이 방송의 지금 간부들도 자리를 잃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어떤 행태를 보이겠나.

BBK 특검 난장판 속에서 민주당 쪽 사람이 이명박에게 침을 뱉은 때가 대선 투표 불과 이틀 전이었다. 민주당 사람들이 국정원 댓글과 관련해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을 덮친 것은 대선 투표 일주일 전이었다. 이 정권에는 ‘대선에서 지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48일은 긴 시간이다.

[양상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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