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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법원 “‘김건희 7시간 통화’ 사생활 말고 모두 유튜브 방송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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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문화방송 ‘스트레이트’가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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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티브이(TV)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김씨와 가족의 개인적인 사생활 부분을 제외하고 방송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이 <문화방송>(MBC)에 대해서 방송을 금지한 수사상황, 언론에 대한 비판 부분도 방송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는 김씨가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와의 통화 녹취 내용 방송을 금지해달라’며 제기한 방영금지 및 배포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19일 저녁 일부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녹음파일 중 공적 영역에 관련된 내용과 무관한 채권자(김건희) 자신 또는 윤 후보자를 비롯한 채권자 가족들의 개인적인 사생활에만 관련된 발언, 이 기자가 포함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는 발언을 방송하거나 인터넷에 게시해선 안 된다. 나머지 신청은 모두 기각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수사상황이나 언론관에 관한 발언 모두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배우자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채권자의 여러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관한 언론관·권력관 등은 유권자의 광범위한 공적 관심 내지 공공이해에 관한 사항“이라며 “채권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수사·재판이 진행중인 사건, 논문 및 각종 학력·경력·수상실적 표절·위조·왜곡·과장 의혹 등도 유권자의 공적 관심 내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혼 전 O 회장 및 검찰 간부와 관련된 유흥업소 출입과 동거 의혹도 단순히 사생활 문제가 아닌 기업, 검찰 간부 등과의 커넥션, 뇌물수수 의혹 등과 얽혀서 국민적 관심사가 돼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씨의 사생활과 관련한 부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에 해당하지 않고, 보도가 이뤄질 경우 채권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며 방송 금지 결정을 내렸다.

결정이 나온 뒤 열린공감티브이는 “7시간45분 가량의 녹취에는 김건희씨 또는 윤석열 후보의 사생활로만 보이는 내용은 극히 드물고, 이 기자가 포함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는 없다. 결국 해당 판결은 7시간45분 전체 녹취 공개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기획해서 사적 대화를 유도하고 몰래 녹음한 파일에 대해 방영할 수 있도록 일부 결정한 부분은 헌법상 인격권, 사생활보호권의 본질을 침해한 것으로 아쉽게 생각한다. 악의적 편집을 통해 대화 맥락과 취지가 달라질 경우 그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심문기일에서 양쪽은 방영 여부를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김씨 쪽은 열린공감티브이가 해당 파일을 공개하려는 것을 두고 “언론으로서 보호받을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김씨의 변호인은 “사적 대화에 불과하기 때문에 언론·출판의 보호대상인 공적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 관음증을 충족할 의사로 이 사건 녹음파일을 유포하려고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만이 반복되는 정치공작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김씨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통화 중 언급한 부분을 놓고서는 “수사 및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김씨가 친인척의 유죄를 인정하는 것처럼 매도될 가능성이 크다. 최종결과가 나오기 전 김씨뿐만 아니라 윤석열 후보도 범죄자인 것처럼 단정해 비방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열린공감티브이 쪽은 이런 가처분이 “헌법상 사전검열 금지에 위배된다”고 맞섰다. “어떤 내용이 김씨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인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체의 보도를 하지 말라는 가처분 자체는 헌법 21조가 규정한 사전검열의 금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다. 열린공감티브이 쪽은 “사적 대화라 하더라도 후보자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배우자의 언론관 등을 보도하는 것은 공익적 목적이 크다”고 했다. 수사 관련한 사안을 두고서도 “사건관련자로부터 얻어낸 진술을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보도할 수 없다는 부분이 선례로 남게 되면, 대장동 게이트 등 국민적 관심 사안의 사건관련자에 대한 취재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건희씨는 이명수 기자와의 7시간45분 분량의 통화 내용이 문화방송과 유튜브 방송을 앞두자 방송금지 가처분을 냈다. 앞서 문화방송 가처분 사건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4일 김씨의 발언 중 수사 중인 사건과 정치적 견해, 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내용을 제외하고 방송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이에 따라 통화 내용 일부가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방영됐다. 김씨가 서울의 소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리는 오는 2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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