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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거대 양당’에 갇힌 TV토론…역대 대선 처음 ‘양자만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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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지상파 3사에 30일이나 31일 양자토론 제안

국민 알권리 침해하고 대선 판세 ‘양강 구도’로 왜곡 우려도

“거대 양당 횡포” 비판 속 안철수 쪽,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한겨레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19일 서울서부지법에 지상파 3사에 대한 대통령후보 초청토론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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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의 양자 티브이(TV) 토론회를 설 연휴 기간인 30일 또는 31일에 하는 방안을 지상파 3사에 제안하기로 했다. 하지만 20대 대선 첫 토론회가 거대 양당 후보만으로 진행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대선 판세를 ‘양강 구도’로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주민 민주당 방송토론콘텐츠 단장과 국민의힘 티브이 토론 실무협상단 소속 성일종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만난 뒤 이런 내용의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성 의원은 “1안은 31일 오후 7∼10시 사이에 중계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만약 방송사들이 편성에 어려움이 있다면 2안은 30일 같은 시간대 중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단장은 “국민의힘 안을 저희가 수용했다”며 “두 안이 방송 사정으로 어렵다면 방송사가 이미 합의한 27일도 저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설 연휴 전 토론’에 합의하면서, 방송사들은 27일 토론회를 양당에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전 세대가 모이는 설 전날(30일) 저녁 시간이 적합하다”며 이를 거부한 바 있다.

대선에서 거대 양당 후보가 따로 티브이 토론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양자토론을 벌인 적이 있지만, 이는 법정 의무 토론을 앞두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 참여 대상을 △국회의원 5인 이상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직전 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 3% 이상 득표한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 중 한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당연히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 참여 대상이다. 반면 언론사 주최 토론회는 형식·구성이 자유롭고 선거 1년 전부터 아무 때나 열 수 있어, 이번 토론에서 이들을 배제한 게 위법하지는 않다.

다만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거대 양당이 다른 정당 후보들을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토론회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많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조,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어 “공정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티브이 토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올바른 참정권 행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선거 절차”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만 참석하는 양자 티브이 토론은 소수 정당 후보는 물론이고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불공정 행위이며, 거대 양당의 정치적 횡포”라고 비판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공영방송이 양자 구도 토론회를 하는 것은 인위적인 양강 구도를 만드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비에스>(CBS)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어떤 구도의 토론이 진행돼야 하나’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40.8%가 ‘모든 후보가 참여한 토론’을 꼽았다. ‘이재명-윤석열’ 양자토론을 답한 응답은 13.6%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또 언론사 초청 토론은 당사자 협의에 따라 참여 대상을 얼마든 조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김성수 민주당 선거대책위 공보수석부단장은 “민주당은 양자, 다자 등 어떤 형태의 토론이건 하자는 입장이었고, 협의 당시 국민의힘은 ‘4자 토론은 법정 토론으로 갈음하면 안 되겠느냐’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민주당에서 양자토론을 제안해왔기 때문에 (당 대 당) 협상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다자토론 전환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어떤 토론이건 하자는 게 우리 입장”라고 열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 와서 다시 협의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토론 횟수가 다른 대선에 견줘 적다는 점을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양자, 다자 토론 등을 다양하게 열어 유권자들의 선택 기회를 넓히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당은 이날 법원에 티브이 토론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서울서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서를 낸 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지금 15~17%까지 간다. 이런 후보를 제외한 방송 토론은 법에 위반되지 않더라도 방송사의 재량권을 넘어섰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배진교 원내대표가 17일 방송 3사를 찾아 다자 토론 개최를 촉구했다. 김현석 <한국방송>(KBS) 선거방송기획단장은 “후보들이 모두 응할 경우 다자토론도 방송3사 공동초청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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