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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익선·창신동 죽은 상권 살린 ‘미다스의 손’ 글로우서울 성공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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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익선동에 새로운 바람을 넣은 청수당 (글로우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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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 지하철역에서 내려 후미진 뒷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미로처럼 좁은 길을 지나야 한다. 상대편에서 사람이 오면 어깨를 부딪힐세라 깨금발로 잠시 비켜서 지나가게 해야 할 골목길이다. 평일 낮인데 꽤 사람이 많다. 특히 한 카페 앞은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맑은 물이 흐르는 집. ‘청수당’이다.

그 옆 온천집, 송암여관도 젊은 고객으로 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소셜미디어(SNS)상 청수당 관련 포스팅은 1월 누적 기준 3만3000개, 월평균 3000개 이상 올라온다.

익선동 좁은 골목, 고즈넉한 한옥촌에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풍경. 누가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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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우서울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던 2021년에도 13개 매장을 내는 등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다. 서울 익선동 온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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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우서울 어떤 회사

▷익선동, 소제동 등 낙후 도심 재생 발군

이런 생경한 풍경을 만든 곳은 글로우서울이라는 회사다. ‘로컬크리에이터(지역 가치 창출가)’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왔을 때 주요 사례로 거론되는 그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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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우서울 주요 프로젝트(글로우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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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우서울이 하는 일은 뭘까. 오래된 지역, 낙후된 도시 재생 사업을 위한 공간 디자인, 브랜딩 컨설팅 전문 회사다. 브랜드 기획부터 개발, 노하우를 담은 운영까지 총괄한다. 업계 전문용어로는 ‘마스터 매니지먼트(총괄 운영)를 제공한다’라고 한다.

글로우서울은 서울 익선동 거리 기획을 통해 살라댕 방콕, 청수당, 온천집 등 다양한 매장을 열며 없던 상권을 만들었다. 도시 재생 부문에서도 선구자다. 대전 소제동 철도관사마을은 일제 시대 때 조성돼 일본식 건축 양식의 집들이 다수다. 다만 옛 정취는 있으되 편의시설이 부족해 시민에게 외면받았다. 글로우서울은 도시 재생 프로그램(소제동 프로젝트)을 진행, 지금은 젊은 층이 찾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유통 대기업도 ‘러브콜’이다. 지난해 문을 열어 지역민들은 물론 외지인까지 끌어들인 롯데쇼핑몰 타임빌라스의 경영 컨설팅, 공간 기획, 디자인을 진행한 곳도 이곳이다. 타임빌라스 내 거대한 유리 온실을 연상시키는 ‘글라스빌’은 자연 속에서 쇼핑하는 느낌을 전하면서 지역 명소로 떠올랐다.

창업자는 유정수 대표. 직장 생활 중 익선동 공간에 매력을 느껴 애초(2015년) 부업 겸 해서 카페(글로우키친)를 냈다 지역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8년 지금의 핫플레이스 개발 회사를 만들고 익선동 주변 지주들을 설득, 본격 로컬크리에이터의 길로 뛰어들어 오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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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도넛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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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우서울은 최근 청수당 스파(마사지숍)를 내는 등 감각적인 공간개발로 각광받고 있다.(글로우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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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제조기? NO

▷없던 상권을 만드는 회사

“도심 어디서든 30분 이내에 일본 혹은 태국 방콕에 온 듯한 느낌을 주려 했다.”

유정수 대표의 말이다. 실제 그의 기획력으로 살라댕 방콕을 시작으로 온천집, 청수당, 워터밀, 송암여관, 호텔세느장, 도넛정수, 우유소 등 맛집이 탄생했고 최근에는 청수당 브랜드를 확장한 청수당스파(마사지 숍)까지 열었다.

그렇다면 글로우서울은 ‘맛집’ ‘인스타용 핫플’을 만드는 회사일까?

유 대표는 ‘아니다’라고 했다.

“독보적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상권에 알맞은 리테일 브랜드를 기획하고 개발해 가맹 사업까지 합니다. 공간에 최적화된 콘셉트를 가진 브랜드 개발을 통해 트렌디한 핫플레이스, 관광 명소 등 새로운 상업 공간을 개발합니다. 또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초대형 복합몰부터 호텔, 리조트까지 영역을 무한히 확장해나가고 있는 기업입니다.”

정리하자면 사업 모델은 크게 3가지다.

건물주나 토지 지주(땅 주인)를 위해 해당 부동산을 대리 개발, 총괄 운영을 하는 사업이 하나, 상권이나 입지가 좋지 않은 낙후된 곳을 글로우서울만의 노하우로 개발하는 지역 개발 사업이 또 하나, 마지막으로 롯데몰처럼 대형 공간 브랜딩, 공간 디자인, 시공 등의 용역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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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과 협업해 만든 롯데쇼핑몰 타임빌라스 `글라스빌` (글로우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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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면 대박’ 노하우는

▷좌석 : 매력적인 공간 = ‘6:4’ 황금률

“익선동 상권은 종로 한복판에 있지만, 사람들도 잘 모르고 찾지도 않고, 버려지거나 하는 빈집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이런 공간이 저희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익선동의 경우는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오랜 세월이 건물에 스며들어 있죠. 그래서 보통 이 공간이 갖고 있는 스토리와 제가 만들어내는 매장의 분위기가 시너지를 내면 항상 성공하더라고요.”

유 대표의 설명이다.

이처럼 글로우서울은 익숙한 풍경 속에 세련되고 젊은 감각을 불어넣는 전략으로 각광받는다.

더불어 ‘상권’에 대한 역발상도 시장에서 먹혔다고. 이미 형성돼 있는 상권에 진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글로우서울은 반대로 ‘상권을 만든다’는 관점으로 접근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 익선동, 그리고 창신동 프로젝트처럼 그 공간을 직접 가보고 싶어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글로우서울이 개발한 서울 창신동 상권은 해발 120m임에도 MZ세대들이 운동화를 신고 찾아와 사진 찍고 SNS에 올리는 명소가 됐다.

유 대표는 “공간 기획을 하면서 ‘익숙함 속에 새로움을 찾아라’ ‘진입장벽이 낮은 단일 메뉴 대신 유행의 기복이 덜한 장르에 주목하라’와 같은 성공 법칙도 생겼다”고 소개했다.

온천집을 예로 든다면 단순히 샤브샤브나 스키야키 메뉴를 파는 집이었으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했다. 매장의 주요 콘텐츠인 온천을 매장 중앙에 과감하게 배치하고 모든 자리에서 온천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단순히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좌석을 촘촘히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면 재방문율과 집객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말이다. 유 대표는 “한 끼 때우는 목적이 아니라 꼭 이곳에 와야 하는 이유, 이 장소에 방문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도록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소위 ‘6:4’ 황금률 이론이다. 유 대표는 “좌석 비율 6, 매장의 콘셉트를 나타내는 오브제가 4를 차지하도록 하면 공간 성공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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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30분 이내에 태국 방콕에 온 듯한 느낌을 주려 기획한 `살라댕방콕` (글로우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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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눈앞

▷온천집 해외서도 첫선 보일 듯

글로우서울은 각종 부동산 개발 회사, 자산운용사, 건물주, 지자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NICE에프앤아이로부터 60억원에 투자를 받은 바 있고 추가로 시리즈B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다. SK디앤디의 부동산 운영·관리 전문 자회사인 디앤디프라퍼티매니지먼트(DDP)와는 임대 주거, 상업 공간 모델 개발도 함께하기로 했다.

유 대표는 “청수당이 단순히 카페가 아니라 마사지를 받고 힐링할 수 있는 청수당스파로 사업 영역이 확장된 데 이어 숙박을 할 수 있는 스테이, 나아가 호텔의 형태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글로우서울 브랜드는 현재 해외 업체로부터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다. 온천집을 비롯한 많은 브랜드를 해외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영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숙련자를 채용, 세계로의 발판을 열어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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