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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만배 “곽상도가 돈 달라고 그래”…정영학 녹취록 언론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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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곽 의원이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
검찰, 녹취록 언론 공개에 “형사처벌 대상”

경향신문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0월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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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피고인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상도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금품을 요구했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정영학 녹취록’ 일부가 언론에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이른바 ‘50억 클럽’과 성남시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구체적 정황도 담겼다.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로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의 수사 초기부터 녹취록을 자진 제출하고 협조해 ‘대장동 일당’ 중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 녹취록 중 2019~2020년 정 회계사가 김씨와 나눈 대화가 담긴 부분을 한국일보가 19일자에 보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2020년 4월4일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병채 아버지(곽상도 전 의원)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아버지가 뭘 달라느냐’고 묻자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라고 대답했고, 자신이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하느냐. 그러면 양 전무(화천대유 임원)보다 많으니까,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 줘야지’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계사가 “형님도 골치 아프시겠습니다”라고 말하자 김씨가 “응, 골치 아파”라고 대답하는 내용도 있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는 화천대유에서 대리급으로 근무하다 퇴직하며 퇴직금 50억원(세금 등을 제외하면 25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1~3월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무산 위기를 막아준 대가를 받았다고 의심해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김씨는 정 회계사와 대장동 분양수익 420억원 배분 계획을 상의하며 곽 전 의원을 포함해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정치·법조·언론계 로비 대상 6명의 실명을 언급했다. 2020년 3월24일 김씨는 “자, 50개(억원)가 몇 개냐 쳐볼게. 최재경(전 민정수석), 곽상도(전 국회의원), 김수남(전 검찰총장), 권순일(전 대법관), 박영수(전 특별검사), 홍선근(머니투데이 회장)”이라고 말하자 정 회계사는 “50개 곱하기, 300억이죠”라고 말했다.

김씨는 성남시의회 관계자 2명에게 각각 15억원과 5억원을 주겠다는 구상도 말한 뒤 “100억원이 남네. 이○○ 것까지는 되네”라고 말했다. 이모씨는 대장동 아파트 분양대행업체 대표로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이다. 이씨는 김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토목건설업체 대표인 나모씨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김씨의 변호인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녹취록은 동업자들이 수익 분배를 놓고 갈등하던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과장한 발언을 녹음한 것”이라며 “검찰이 전방위 계좌추적을 벌였는데 실제 돈이 전달됐다면 로비 혐의도 기소하지 않았겠냐”고 반박했다.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녹취록 중에서 곽 전 의원 관련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검찰의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 과정에서 해명되는 중”이라며 “법원 영장심사에서도 녹취록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50억 클럽’ 인사들도 해당 의혹에 “화천대유나 김만배씨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일이 없다”(박영수) “사실무근”(권순일·김수남·홍성근)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얘기”(최재경)라고 부인한 바 있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화천대유의 로비를 받은 공무원들이 사업에 협조하는지 여부를 병채씨가 파악해 보고한다고 전했다. 2020년 7월6일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돈 좀 더 주면 어때. 마지막에 공무원들이 자기네들 밀착된 업체들 뒤로 받아가고 하는데, 위에서 물을 많이 부어야 밑으로 내려가지”라며 “내가 병채한테 맨날 보고받고 있다. ‘그래, 그 물이 잘 내려오고 있나’ 그러면 얘는 ‘아, 이쪽은 공무원하고 잘 해서 농사가 잘 되고 있습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성남시 공무원들을 접대한 정황은 여러 발언을 통해 나왔다. 김씨는 2020년 6월17일에는 “형이 밤마다 공무원을 얼마나 많이 만났는데. 성남시… 장애물을 밤에 제거 다 하잖아”라고, 같은 해 7월6일에는 “내가 저녁마다 만나고 주말마다 시청 사람들 데리고 가서 공(골프)치는데”라고 말했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며 사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020년 3월13일 김씨는 “김만배 방패가 튼튼해. 별명이 이지스함(최신종합무기 시스템을 탑재한 군함)이야. 김 이지스. 대한민국에 이 큰 사업을 해서 언론에서 한 번 안 두드려 맞는 거 봤어?”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가 “그건 형님이 계셔서 그렇죠”라고 치켜세우자 김씨는 “그럼”이라고 받았다. 김씨는 같은 해 7월6일 “잘못하면 너하고 나하고 구속이야. 응? 너 사고 없이 여기까지 했으면 정성 들이면서 맨날 해야지”라고 정 회계사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은 검찰 측 핵심 증거로 꼽힌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는 지난 17일 공판에서 “공소사실과 쟁점을 보면 녹취록이나 관계자의 대화만으로 공소사실이나 피고인 결백이 입증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객관적 증거에 대한 변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정영학 녹취록’에 의존하기보다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녹취록이 언론에 유출되자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에서 “재판과 수사에 지장을 주고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열람·등사한 자료를 재판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유출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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