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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화산재 뒤집어쓴 통가, 죽음의 산성비에 어장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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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분출가스, 물과 만나면 산성화 우려
‘국토의 1000배’ 해양생태계 파괴 불가피
‘천연 방파제’ 산호초 떼죽음 가능성
나사 “폭발력, 히로시마 원폭 500배”
서울신문

화산재 뒤집어쓴 통가 - 뉴질랜드 방위군 정찰기가 촬영한 17일(현지시간) 통가 해변의 모습. 건물 꼭대기와 나무들이 회색빛 화산재를 뒤집어쓰고 있다. 해안가 역시 지난 15일 폭발한 해저화산이 뿜어낸 화산재로 오염돼 있다. 2022.1.19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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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화산의 대규모 폭발로 국가 재난에 직면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가 장기간 환경 악화와 식량난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화산이 내뿜은 유독 물질과 가스가 생태계 오염을 가속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화산학자인 셰인 크로닌은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열대성 기후인 통가에 당분간 산성비가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화산이 방출한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의 수증기와 산소와 상호작용을 통해 산성비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신문

검게 뒤덮인 통가 - 지난 2020년 11월 5일 통가 롤로포우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왼쪽)과 지난 15일 해저화산 분화 후인 17일 같은 지역을 찍은 위성사진. 2022.1.19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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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비는 광범위한 농작물 피해를 초래한다. 통가의 주요 재배작물인 토란, 옥수수, 바나나 등의 생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크로닌은 “화산 분화가 얼마나 지속될 지 여부에 따라 식량 안보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화산재 구름이 통가 서쪽에도 퍼져 있어 인접국인 피지 역시 산성비 피해가 우려된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은 피지의 대기 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비가 올 경우 가정용 물탱크를 덮고 실내에 머물러 달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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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가의 해저화산 폭발로 인한 높은 파도로 기름이 유출된 페루의 벤타니야 카베로 해변에서 한 시민이 기름으로 뒤덮인 손을 보여주고 있다. 2022.1.19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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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를 뒤덮은 화산재는 해양 생태계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섬나라인 통가의 어업활동이 보장된 배타적경제수역은 70만㎢로, 국토 면적의 1000배에 이른다. 10만 5000명의 통가 주민 대부분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통가 지질국은 화산 분출을 몇 주 앞두고 해수가 유독성 화산 분출로 오염돼 어업활동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화산재로 오염된 해수는 산호초를 질식시키고 물고기의 먹이활동에 치명적일 수 있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지질학자 마르코 브레나는 “몇 장의 사진을 볼 때 화산재가 담요처럼 섬과 바다를 덮고 있는 것 같다”며 “일부 물고기를 멸종할 수 있고 어장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신문

- 미국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18일 공개한 위성사진은 남태평양 통가 인근 ‘흥가 통가·흥가 하파이’ 해저 화산 폭발 전후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지난해 4월 10일 촬영된 사진(위)에는 화산 왼쪽에 하파이섬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지만, 지난 6일 해저 화산이 화산재와 연기를 내뿜는 상황이 관측됐다(가운데). 화산 폭발 사흘 후인 18일 촬영된 사진에서는 섬의 면적 대부분이 파도에 침식돼 사라졌다(아래). 이날 통가 정부는 화산 폭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집계를 통해 3명이 사망하고 수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망고섬과 포노이푸아섬 등 일부 부속 섬들의 주택 대부분이 파괴되는 등의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맥사 테크놀로지 AFP 연합뉴스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산호군락의 파괴는 해수면 상승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통가는 기후위기로 연간 해수면 높이가 세계 평균의 2배인 6mm씩 상승하고 있다. 통가 정부는 산호초와 해초, 맹그로브숲 등 천연 방파제 가치를 연간 1100만 달러(약 130억원)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15일 분화한 해저화산의 폭발력은 TNT 5~10메가톤의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수석과학자 제임스 가빈은 2차 세계대전 말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의 500배가 넘는 폭발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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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 화산폭발 여파로 1만㎞ 밖 페루서 원유 유출 사고 발생 - 17일(현지시간) 남미 페루 카야오주 벤타니야의 해변이 유출된 기름으로 뒤덮여 있다. 남태평양 통가의 해저화산 폭발 이후 1만㎞ 넘게 떨어진 페루 태평양 연안에도 높은 파도가 치면서 인근 정유공장에서 하역 작업을 벌이던 유조선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2022.1.18 카야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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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 정부는 화산 분화 4일만인 18일 첫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15m의 쓰나미에 해변 지역이 강타당해 집이 무너지고 최소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토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파괴와 인명피해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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