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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모텔촌→광주 최고 분양가→철거 위기로… 뒤바뀐 화정아이파크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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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는 모텔촌이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개발 현장이었다. 분양 당시 광주 최고 분양가를 경신한 이 아파트는 갑작스러운 붕괴 사고로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조선비즈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19일 모습. 뒤편으로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이 보인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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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광주 화정아이파크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과 도로를 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입지다.

터미널 주변은 유동인구가 많아 전통적으로 숙박업소와 술집 등 유흥업소가 모이는 곳이다. 화정아이파크 부지도 원래 ‘돔나이트클럽’과 ‘자유나이트클럽’ 등 광주에서 유명한 나이트클럽 두 곳과 모텔, 식당이 즐비한 먹자골목이었다. 광주 사람들은 ‘터미널 뒤편 나이트클럽 있던 곳’으로 기억하는 장소다. 현재도 화정아이파크 주변엔 모텔이 제법 있다. 화정아이파크에서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반대편으로 반경 약 200m에 모텔이 10곳 몰려 있다.

화정아이파크 인근에서 동신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박화옥(76)씨는 “지금은 하루에 담배 두 갑밖에 안 팔리지만, 예전엔 나이트클럽과 모텔, 식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 하루에 담배를 50갑씩도 팔았다”면서 “박스로 담배를 들여와도 일주일도 안 돼 동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유흥업소가 장사가 안되며 점점 거리에 사람도 줄었는데, 이곳에 고층 아파트가 생긴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화정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유흥업소가 많을 땐 인근 모텔도 유흥업소와 맞물려 장사가 잘됐는데, 지금은 노동자들이 잠을 자는 용도로만 쓰인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이 모텔촌을 자체 개발사업으로 추진했다. HDC그룹 계열사인 HDC아이앤콘스가 시행을 맡아 나이트클럽과 모텔 등 부지를 매입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이 HDC아이앤콘스와 시공계약을 맺으며 ‘화정아이파크’를 짓게 됐다. HDC아이앤콘스는 HDC현대산업개발과 2019년 4월 2735억원에 시공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당시 매출액 대비 9.8% 수준이었다. 디벨로퍼 강자로 불린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요 사업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한 달 뒤인 2019년 5월 곧장 화정아이파크를 분양했다. 지하 4층~지상 39층, 7개동, 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 규모다.

분양 당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선 ‘대대광(대구·대전·광주)’ 열풍이 불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자 지방 광역시로 불길이 옮겨 붙은 결과였다. 화정아이파크는 청약 경쟁률이 최고 108대 1, 평균 67대 1이었을 정도로 인기였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84㎡(34평형)가 4억8600만~5억7600만원으로 광주 최고 분양가 기록을 썼다.

‘광주의 강남’이라 불리는 동네는 남구 봉선동인데, 화정아이파크는 인근 광주호반써밋플레이스(2020년 입주), 염주더샵센트럴파크(2022년 입주 예정)와 함께 서구를 대표하는 대장주로 등극했다. 국토교통부 분양권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화정아이파크는 사고 직전 프리미엄(웃돈)이 약 2억원으로 신고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선 “화정아이파크를 분양할 때 광주가 시끌시끌했다”고 했다.

화정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들이 몰리며 경쟁률이 높았고, 프리미엄도 1억~2억원 붙어 거래되던 아파트”라면서 “지난해 6월 1일부터 분양권 양도세 중과가 이뤄지며 물건이 쏙 들어갔지만, 가끔 나오는 분양권 호가는 프리미엄 4억원대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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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찾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인근 모텔촌의 모습.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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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입주 예정으로, 환골탈태를 불과 10개월 앞둔 화정아이파크는 철거 위기에 놓이게 됐다. 광주시는 사고 이튿날인 지난 12일 화정아이파크를 포함해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건설 현장의 공사를 중단시켰다.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어처구니없는 부실시공으로 지난해 학동 참사에 이어 믿을 수 없는 대참사가 발생했다”면서 “화정아이파크 1단지와 2단지 전체를 철거한 뒤 다시 공사하라”고 밝혔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지난 17일 회장직을 사퇴하며 “아파트 철거와 재시공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화정아이파크를 철거 후 재시공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 현장에서 수천억원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투입한 공사비 전부가 손실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이 현장에 1353억원을 썼다. 사고가 난 1월초 기준으로는 최소 150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 철거 후 재시공 시 최소 2년 이상 입주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입주자 보상금으로 1000억원대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 건물이 이미 39층까지 올라간 상태여서 이런 초고층 건물을 전면 철거하는 비용도 시공비 못지 않을 것으로 분석돼, 총손실은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작년 영업이익은 5857억원이었다.

광주=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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