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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빈손 걱정되지만 안 할 수 없어요"…LG엔솔, 마지막까지 뜨거운 청약 열기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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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일반청약 마지막 날인 19일 오전 11시경 서울 여의도 KB증권 영업점을 찾은 투자자들의 모습. 청약 주문을 받기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대기 번호가 90번을 넘어섰다.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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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주변에서 LG에너지솔루션 이야기밖에 안 해요. 뉴스가 그렇게 자주 나는데 모를 수 있나요. 청약에 참여한 사람도 많은 것 같았고요. 저만 안 하기는 아쉬워서 마지막 날 부랴부랴 왔어요."

19일 오전 10시 20분경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영업점을 찾은 투자자 A씨는 이날 생애 첫 증권계좌를 만들었다. 안내 담당 직원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 여부를 물어보고 다니면서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을 알려 줬다. 평소 주식투자와는 거리가 먼 성향이라고 생각했는데 LG엔솔 공모주 일반청약에 뛰어든 지인들 덕분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A씨뿐만이 아니었다. 청약 막차를 타기 위한 투자자들이 객장 안으로 계속 들어왔다. 밖에서는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뜨거운 투자심리를 꺾지는 못했다. 대기표에 출력되는 숫자는 곧 100번대가 될 기세였다.

청약 마지막 날인 이날도 첫날에 이어 여전히 중·장년층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았다. 직원의 도움에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머리카락과 눈썹이 희끗한 투자자 B씨는 "문의 폭주로 대표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영업점으로 왔다"며 "직원이 가르쳐 주는 대로 하니까 확실히 편하기는 했는데 혼자서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지난주 미성년자인 아들과 딸 명의의 계좌를 신설해 뒀다는 투자자 C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수량이 배정될 것 같아서 자녀들의 통장을 가지고 왔다"며 "마지막 날에는 9시부터 주문을 받는 줄 알고 9시 반에 왔는데 첫날과 똑같이 10시부터라서 1시간 가까이 기다린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영업점도 북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KB증권 여의도점과 반포점은 오후 12시 30분경 각각 108명과 126명에 달하는 투자자를 받았다. 신한금융투자 한남점, 하나금융투자 압구정점 등도 비슷했다. 억 단위 뭉칫돈이 오가는 사이사이 전화벨이 울려댔다.

주부라고 밝힌 투자자 D씨는 "남편과 자녀들은 온라인으로 청약을 마쳤는데 저는 도통 접속이 되지 않아서 방문할 수밖에 없었어요"라며 휴대 전화 화면을 보여 줬다. 애플리케이션을 누르면 오류 창이 뜨면서 자동으로 종료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어제에 비해 전체적으로 내방 고객 수가 줄었다"며 "첫날 상장주관사단 가운데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구 대신증권 청담점도 전날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전날에는 투자자들이 로비를 점령하고 있었지만 이날은 오전 11시 40분 기준 번호표가 33번까지 나갔다. 당일 개설한 계좌로 청약 주문을 넣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기자가 별로 없으니 빨리 나오라고 누군가와 통화를 한 투자자 E씨는 "딸에게 건 전화"라며 "나는 기다려도 되지만 딸은 재택근무 중이라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F씨는 "일부러 마지막 날 오자고 생각했다"며 "그나마 대신증권의 경쟁률이 낮은 편이라 심적으로 여유가 있었다"고 안도했다.

오후 2시경 LG엔솔의 주관사단 7곳을 통해 모인 청약증거금은 93조원을 돌파했다. 기존 최대치였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017억원)가 세운 기록을 벌써 깼다. 동시에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달성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시각 균등배정 기준 청약경쟁률은 미래에셋증권이 187.26대 1로 제일 높다. 하나금융투자(64.11대 1), KB증권(59.51대 1), 대신증권(49.20대 1), 신영증권(48.45대 1), 하이투자증권(48.00대 1), 신한금융투자(47.18대 1)가 그 뒤를 이었다. 청약 건수는 400만건을 넘겼다.

현재 균등배정 예상 물량은 대신증권이 2.99주로 가장 많다. 다음은 하이투자증권(2.86주), 신영증권(2.57주), 신한금융투자(2.16주), 하나금융투자(1.64주), KB증권(1.54주), 미래에셋증권(0.35주) 순이다. 경쟁률을 비교하면서 기존 청약 주문을 취소하고 유리한 증권사에서 재청약을 시도하는 등 투자자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이에 빈손으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어느 투자자는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4개 계좌의 청약을 진행했다. 최소 청약 단위인 10주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150만원이 필요하다. 운이 나쁘면 600만원을 투입하고도 0주를 수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LG엔솔 임직원 대상으로 진행된 우리사주 청약에서 총 850만주 가운데 34만5482주의 실권이 발생하면서 일반청약 물량도 증가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권주는 주관사단이 나눠 가진다. 대표주관사 KB증권의 개인 배정 물량은 기존 486만9792주에서 502만8천138주로 약 15만주 추가된다. 공동주관사 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는 약 7만주가 더해진다. 인수회사인 미래에셋증권·하나금융투자·신영증권·하이투자증권에도 약 7000주가 배분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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