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사기” 맞불 집회 그대로 강행
수요시위 현장에 경찰 차벽·펜스 등장
1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7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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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극우단체들의 수요시위 방해 행위에 대해 경찰에 긴급구제를 권고했지만 이들 단체는 19일에도 ‘맞불 집회’를 열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명예훼손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서울 호텔 앞에서 제1527차 수요시위가 열렸다. 경찰은 시위를 주최한 정의기억연대와 극우단체들의 충돌에 대비해 양측 집회 장소 사이에 소형버스로 차벽을 세웠다. 수요시위 현장 주변에는 철제 펜스와 질서유지선을 쳤다. 경찰은 “집회 장소를 벗어나 다른 단체로 이동해 의도적으로 충돌을 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며 “현장에서 제지하지 않아도 채증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법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 방송도 했다.
이번 시위는 인권위가 극우단체들을 상대로 한 공권력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지난 14일 경찰에 긴급구제를 권고한 이후 처음 열렸다. 전날 김창룡 경찰청장과 송두환 인권위원장의 면담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돼 경찰의 후속조치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극우단체들은 이날도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멈추지 않았다. 자유연대·엄마부대 등은 수요시위 무대 바로 뒤편에서 집회를 열고 “위안부 피해가 사기”라며 소녀상 철거와 정의연·여성가족부 해체를 요구했다. 집회 시간과 장소 변경을 요구한 인권위 권고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김병헌 위안부법 폐지 국민행동 대표는 “우리가 실정법을 위반했으면 형사 고발을 하면 되지, 왜 인권위에 가서 징징대느냐”고 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지울수록 번지리라’ ‘날개는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라고 적힌 손팻말이 등장했다. 평화의소녀상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이어간 극우단체들을 겨냥한 표어로 추정된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시위에 참석한 시민 30여명은 “일본 정부는 전쟁범죄를 인정하라” “공식 사과·법적 배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인권위 권고를 언급하며 “반갑고 환영한다. 인권위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행 집회·시위법상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단체들에 집회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도록 여러 차례 권유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며 “인권위 권고가 있는 만큼 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인권위 권고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종로경찰서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한경희 사무총장은 “경찰이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유연대·엄마부대 등 극우단체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평화의소녀상 철거, 정의기억연대·여성가족부 해체 등을 요구했다. 박하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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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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