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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유희관, 남은 고효준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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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은퇴를 전격 선언한 유희관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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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준(39)은 빠른 83년생이다. 만39세이지만 원래 이대호(롯데), 오승환(삼성), 추신수(SSG)와 동기다. 2002년 프로에 뛰어든 후 5번 팀을 옮겼다. 고효준은 지난 15일 SSG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21번째 시즌을 위해서다. 이 팀에서 뛰면 6번째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된다.

유희관(36)은 18일 전격 은퇴 선언을 했다. 2009년 입단 이후 오로지 두산 한 팀에만 몸을 담았다. 같은 좌완이지만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고효준은 빠른 공을 던진다. 마흔의 나이에 여전히 140㎞를 넘긴다. 유희관은 느리다. 시속 130㎞의 완행열차는 신기하게도 100승(통산 101승69패, 평균자책점 4.58) 고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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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한 투구폼의 고효준. 마흔 살 현역이길 원한다.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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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준은 2002년 2차 1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드문 재목이다. 1년 만에 방출됐다. 2003년 SK로 옮겼다. 2005년 고효준은 비로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57⅔이닝을 소화했다. 67개의 탈삼진을 기록. 이닝 당 1.16개다. 그해 탈삼진 공동 1위 배영수와 리오스는 각각 147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배영수의 이닝 당 탈삼진 수는 0.85개, 리오스는 0.72개였다.

유희관은 그해 두산에 입단했다. 느린 볼 투수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불펜 피칭을 지켜보면 빠른 공에 먼저 눈길이 간다. 포수 미트에 꽂히는 소리부터 다르다. 더구나 유희관은 대졸이었다. 성장 가능성이 있을까.

첫해 13⅓이닝을 던져 10개의 탈삼진을 잡은 게 신기할 정도다. 사실 유희관의 공은 직접 타석에 들어서 봐야 진가를 안다. 눈에 빤히 들어오는 공이어서 쉽게 배트를 내지만 결과는 꽝이다. 생각보다 볼끝이 좋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싱커를 잘 던진다. 볼끝이 살아 있는 직구와 궁합이 좋다. 치솟고 떨어지고. 속기 십상이다. 느려도 너무 느린 공으로 100승을 올린 이유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유희관은 8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다. 2015년은 피크였다.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 외국인 투수 해커(19승5패·NC)만 없었더라면 다승 1위를 할 뻔했다.

고효준의 전성기는 13년 전이다. 2009년 11승10패2세이브1홀드를 기록했다. 126⅔이닝을 던져 탈삼진 152개(3위). 탈삼진 1위 류현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위력이었다. 류현진은 189이닝을 던져 188개.

고효준은 2011년 말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KIA를 거쳐 2018년 다시 친정 롯데로 돌아왔다. 이후 툭하면 옮겼다. 최근 2년 새 두 번이나 방출 통보를 받았다. 매년 되풀이 된 셈이다. 지난해 11월 LG로부터 작별 통보를 받던 날 그는 훈련 중이었다. 그날 양을 다 채운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귀가했다.

고효준은 또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1년 전 LG와도 했던 과정이다. 만39세의 베테랑에겐 쑥스러운 절차다. 통과를 하면 21번째 시즌을 맞게 된다. 역대 투수 가운데 세광고 선배 송진우에 이어 두번째다.

유희관과 두산은 14일까지 재계약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만남 며칠 후 유희관은 전격 은퇴를 발표했다.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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