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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도 광산, 강제 노역과 무관"…일본서 사도 광산 '역사왜곡'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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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문제를 놓고 일본 보수·우익 세력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세계유산 추천 움직임을 비판한 가운데 집권 자민당과 니가타현 등을 중심으로 세계유산 등재가 강제 노역과 무관하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 문화심의회가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에 추천할 일본 후보로 선정했음에도 일본 문화청이 "정부 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며 추천을 즉시 결정하지 않은 가운데 세계유산 등재를 희망하는 이들이 강경론으로 기우는 양상입니다.

이와 관련해 니가타현은 "한반도 출신자가 일한 사실은 있지만, 강제 동원이었는지 어떤지 자료나 기록이 없고, 파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오늘(19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자민당 보수·우익 성향 의원 등으로 구성된 '보수단결의 모임'은 전날 일본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재임 중 일제 강점기 일본의 가해 행위에 물타기 하는데 앞장섰던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사실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반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영방송 NHK의 보도에 따르면 모임은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에 추천하려는 시대가 (일제 강점기와) 다르다는 것을 한국 측에 외교 경로로 설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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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측은 에도 시대(1603∼1868년)까지로 대상 기간을 좁혀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일제 강점기가 제외됐으니 강제 노역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인 셈입니다.

모임의 대표자 격인 다카토리 슈이치 중의원 의원은 일본 정부가 추천 결정을 미루는 것에 관해 "무엇을 어떻게 검토해서 판단한 것인지 밝히지 않으면 니가타현 주민의 이해도, 국민의 이해도 얻을 수 없다"며 일본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사도 광산은 에도 시대에는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 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활용됐고 이 과정에서 일제가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인을 대거 동원한 곳입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발간 자료에 의하면 "최대 1천200여 명의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으나 실태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으며 히로세 명예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적어도 2천 명 정도"가 동원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 추천을 강행했을 때 한일 간 역사 논쟁이 다시 가열할 수 있다는 점이나 사도 광산이 유네스코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015년 군함도 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조선인 강제 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한 약속을 아직 이행하지 않았으며, 이는 일본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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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의 반대가 있으면 사실상 세계유산으로 결정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편하는 데 앞장선 이력도 있습니다.

세계유산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일본이 자국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반대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등재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된 태도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사도 광산을 추천하라는 일본 정치권의 요구와 한일 관계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둘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고 오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사도 광산 문제의 대응 방침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서 "정부로서는 (세계유산) 등록을 실현하는데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어제 밝힌 바 있습니다.

추천서 마감은 다음 달 1일이며 일본 정부는 그 전에 사도 광산을 추천할지 여부를 정식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사도광산 홈페이지, 연합뉴스)
안상우 기자(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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