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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분양가 5억원 광주 아파트, 市 개입 후 6억원으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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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광주광역시 서구 중앙공원1지구 전경 /광주광역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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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서 진행 중인 ‘중앙공원1지구’ 개발 사업은 시(市)가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여 서구 일대의 임야를 개발, 공원과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광주시는 재작년 6월 사업자가 올린 사업 계획을 인가했지만, 이후 사업 내용을 바꿔줬다. 공원은 줄이고, 아파트는 더 높게 짓고, 서민 수요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는 더 올리는 방향이었다. ‘국민평형’으로 통하는 30평대 아파트 분양가가 5억1000만원에서 6억1710만원으로 올랐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가 오히려 ‘이익을 줄이겠다’고 제안했지만 시가 이를 거부하는 일이 있었고, 시의 해명에 의문점이 포착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광주경실련 등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야 개발해 92%는 공원으로, 8%는 아파트 짓는 사업

18일 광주시와 건설업계,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 2018년 5월 중앙공원1지구 개발사업에 참여할 사업자 공고를 냈다. 민간 투자자를 모집해 숲과 논밭으로 이뤄진 광주 서구 금호·화정·풍암동 일대 241만2688㎡ 규모 땅을 사들이고, 그 땅 대부분에 공원을 건설하되, 일부에는 아파트를 건설·분양해 사업자도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사업이었다.

그해 12월, 한양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시공능력평가 30위권 대형건설사인 ‘한양’을 앞세우고, 그 뒤에 우빈산업·KNG스틸·파크엠 등 시행사업자와 운용사 등이 줄을 서는 구조의 컨소시엄이었다. 지분은 공사 담당 한양이 30%, 인허가·토지 취득 등 시행 담당 우빈산업과 KNG스틸이 각각 25%, 24%, 운용 담당 파크엠 21%였다. 컨소시엄을 주도한 우빈산업은 2016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고, 직원이 10명 이하다. 2017년~2020년 연평균 매출 5억원대, 순손실은 6억원대를 기록해왔다.

한양컨소시엄은 당시 총면적 가운데 약 92%에 해당하는 222만3327㎡를 녹지·공원시설로 조성해 시에 기부하고, 나머지 약 8%에 해당하는 18만9361㎡에 아파트 2104세대를 짓겠다고 제안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000세대(분양 789세대·임대 211세대)를 소위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5㎡로 채우겠다는 안이었다. 국민평형 분양가는 평당 1500만원, 1채 기준 5억1000만원 수준이었다.

한양컨소시엄은 특수목적법인(SPC)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공원개발’)을 만들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갔다. 2020년 6월, 시는 중앙공원개발의 최초 제안 분양가 수준대로 사실상의 공사 허가인 ‘실시계획인가’까지 내줬다.

그러더니 열하루 뒤, 시가 SPC에 ‘고분양가 관리지역 대응계획’을 요구했다. ‘공사 예정지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됐으니, 대응 계획을 가져와보라’는 것이었다. 해당 지역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2019년 7월)된 지 이미 11개월이 지난 시점이었고, 동시에 진행중인 중앙공원 개발 사업 10개 지구 가운데 단 하나, 1지구에만 내려온 요구였다.

◇市, 공원 줄이고 아파트 더 짓도록…특혜 논란에 건설사가 도리어 난색

시의 요구를 받은 공원개발은 사업구조 변경을 위한 시와의 협의에 들어갔다. 협의 과정에서 ‘아파트 층수를 더 올리고, 공원을 줄이고, 분양은 나중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역 사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시민단체들은 “시가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고 했다. 언론 노출 빈도가 잦은 대형건설사이면서 SPC 최대 주주인 한양은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꼈고, “시행 이익을 줄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곤 SPC 내부에서 ‘쿠데타’가 벌어졌다. 2020년 12월 우빈산업과 KNG스틸, 파크엠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주간사인 한양이 지명했던 파견 대표이사를 해임한 것이다. 이어 새로운 대표이사를 앞세워 시와 계속 협의하기 시작했다. 한양은 나름의 절충안을 시에 제출했지만 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년 8월 시의 최종 변경안이 나왔다. 아파트 세대수가 2370가구에서 2779가구로 늘었고, 공원 면적은 6096㎡ 줄었다. 40평~50평형대 대형평수 분양가는 평당 130만원씩 낮아졌지만, 그 대신 서민 수요가 큰 30평대 아파트 분양가는 5억1000만원에서 6억1710만원으로 올랐다. SPC가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 매출총이익은 한양 절충안(501억원)의 배(倍)가 넘는 1184억원으로 뛰었다. 시행사 우빈산업은 자본금 5000만원의 수백배 이익을 챙기게 됐다.

◇광주경실련 “市, 1년전 상황 핑계로 사업자 이익 보전”

이러한 변경 과정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시가 마치 계획이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5개 시민단체들은 당시 성명을 내 “시는 다수 시민의 의사와 공익은 외면한 채 사업자 이익 보장에 앞장서고, 사업자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며 “비공원시설 면적을 늘려주고, 용적률을 확대해 줬으며, 세대수도 늘려줬는데, 분양가를 찔끔 인하하고, 정부의 고분양가 관리지역 정책에도 사업자 수익은 철저하게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실시계획인가가 이미 난 상황에서 1년 전에 지정된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핑계 삼아 사업 구조를 계속 변경해 사업자의 이익을 보전해줬다는 것이었다.

광주시가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 사업 구조 변경의 근거 가운데 하나였던 시 내부의 ‘HUG 분양가 사전심사 내용 보고’에는 ‘시가 HUG(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분양가 사전심사를 받은 결과 평당 적정 분양가가 1100만원~1200만원으로 나왔다. 이 가격으로 진행되면 사업자가 충분한 이익을 얻기 어려워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따라서 HUG 심사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건설 공사가 상당 부분 진척된 시점에 분양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HUG는 고분양가를 관리한다며 선분양에 대해선 심사를 한다.

하지만 HUG에 따르면 시의 심사요청도 없었고, 분양가를 시뮬레이션 요청도 없었다. ‘정식 심사가 진행돼도 실시계획에서 인가된 수준의 분양가라면 분양을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게 HUG의 입장이었다.

◇광주시 “원칙 아니지만 시간상 어쩔 수 없었다”

광주광역시는 이 같은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다. 시 관계자는 “보고서는 허위가 아니다. 심사요청이나 분양가 시뮬레이션은 아니지만, 보고서는 HUG 측과 만났을 때 상담한 내용을 참고용으로 정리한 것”이라며 “고분양가 관리지역 지정에 따른 대응 방안을 미리 받고 다 처리해 놓은 뒤 실시계획인가를 내는 게 원칙이긴 하다. 하지만 HUG가 분양가 산정 방식 등을 실제 확정한 게 실시계획인가 한 달쯤 전이었다. 시기상 실시계획인가부터 내려놓고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실시계획인가 뒤에도 사업 구조가 변경되는 경우는 매우 많다”고 말했다.

투자자 이익을 대폭 줄인 한양의 제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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