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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보수정당서 추경 늘리자고? “후보 이름 지우면 누구 공약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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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간 공약 유사한 이유에…전문가들 “이제 완전히 새로운 국정방향 제시하는 건 쉽지 않다”

세계일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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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로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대선 후보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앞다퉈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면서 후보간 대결 양상이 비전 경쟁은 실종된 채 '포퓰리즘 대선'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표(票)퓰리즘'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이 대중을 중시하는 경향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깊이 있는 정책 논의가 실종되고 후보 간 공약 차별화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모든 문제를 정부 재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과도한 '곳간 열기'나 비현실적인 공약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특징으로 선거 판도를 좌우할만한 메가 이슈나 거대 담론의 부재를 꼽는다.

과거 대선에서는 2002년 행정수도 이전, 2007년 4대강, 2012년 경제민주화, 2017년 재벌개혁 등 굵직한 현안이 선거 판을 관통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사진 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오른쪽) 후보 모두 적극적인 돈 풀기에 나서는 한편으로 포퓰리즘성 공약 제시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후보 이름만 지우면 누구 공약인지 알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올 정도다.

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지원책이 대표적인 분야다.

지난해 10월 이 후보가 총 15조∼25조원 규모의 전 국민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약하자 윤 후보는 더 큰 50조원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추가 손실보상 지원책으로 판을 키웠다.

또한 지난 14일 당정이 소상공인·자영업자 300만원 추가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기로 하자 윤 후보는 "훨씬 큰 규모로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상 보수 정당은 재정 안정성을 중시하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표심을 의식하다보니 민주당과 유사한 방향으로 가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후보들이 공약의 효과나 재정 부담 등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고려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약속한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은 부대에서 같이 근무하는 부사관과 장교 월급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예산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후보의 탈모 치료약 건강보험 적용은 SNS 상에서 호응을 얻었지만 한편에선 더 시급한 문제인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윤 후보는 오는 4월로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을 백지화하겠다고 했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전력의 적자 등 부작용에 대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시선도 고개를 들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후보자의 국정철학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대중영합적으로 선심성 공약을 내놓는지 봐야한다"며 "결국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후보 간 공약이 유사한 이유에 대해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오르고 제도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국정방향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현재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가 코로나19인 상황에서 대응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국의 사회경제 규모가 많이 커지면서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며 점점 공약 간 차별화가 없어지는 추세"라며 "재정 투입은 코로나19 이후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반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큰 이슈가 사라진 자리에 특정 집단을 겨냥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도 봇물을 이루며서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이 후보의 타투 시술 합법화나 대중골프장 회원제식 운영 금지, 윤 후보의 대형마트 종이박스 자율포장대 복원이나 등기부등본 무료 열람 등이 해당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대선 후보급' 공약으로 간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소하지만, 유권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후보 입장에서 간과하기도 힘들다.

유 교수는 "시대가 바뀌면서 유권자에게 큰 문제는 중요하지 않고 내 생활과 직접 관련된 맞춤형 공약이 중요하다"며 "후보들의 공약도 이런 변화를 반영해 생활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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