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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터뷰] 공유 "'고요의 바다'는 유의미한 도전…제작자 정우성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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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배우 공유는 `고요의 바다`를 통해 한국형 SF 장르의 지평을 열었다. 제공|넷플릭스


"의미있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기쁩니다."

'도가니', '부산행', '밀정', '82년생 김지영', '서복'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온 배우 공유(43)가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통해 또 하나의 유의미한 도전을 성공으로 마무리했다.

'고요의 바다'(감독 최항용)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최항용 감독이 만든 단편 영화가 원작이다. '마더' '미쓰 홍당무' 각본을 쓴 박은교 작가가 참여했고, 배우 정우성이 제작 총괄로 함께했다.

'고요의 바다'에서 공유는 대원들의 안전과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는 우주항공국의 최연소 탐사 대장 한윤재 역을 맡았다. 극중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기존 자신의 얼굴을 내려놓고 '고요의 바다' 속 캐릭터에 몰입한 모습을 보여줬듯, 공유 역시 전작들의 얼굴을 버리고 오롯이 한윤재로 분해 단 24시간 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무수한 갈등과 위기를 열연했다.

최초의 한국형 SF 드라마라는 이정표가 된, 자신의 출연작을 본 느낌은 어떨까. 공유는 단연 '만족스럽다'는 답을 내놨다.

"현장에서 배우들은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이것이 후반작업을 통해 어떻게 완성될 지에 대한 기대감, 노파심이 있었어요.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비주얼적으로 구현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습니다. 작품을 선택하고 모든 배우, 스태프가 한땀한땀 고생하고 만들어서 피드백 받고 나서 느낀 점은, 이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쁘고 자부심도 느낍니다. 부족한 점이 없지 않지만 좋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가 나오는 데 분명 '고요의 바다'가 초석이,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데뷔 후 다양한 장르의 많은 작품에 참여해 온 공유였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 때문에 촬영 내내 우주복을 입고 얼굴만 내놓은 채, 표정과 액션으로 연기하는 것 역시 카메라 앞이 일상이듯 익숙했던 그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자, 고난도 미션이었다.

"근미래 배경이다 보니 우주복이 경량화 돼 있을 것이란 설정이 있었지만 우주복 무게가 10kg 정도 됐고, 저는 다른 배우들보다 액션이 많았기 때문에 와이어 액션이나 좁은 곳에서 뛰는 장면 등이 의상 때문에 조금 더 힘들었어요. 또 헬맷을 썼을 때 눈과 유리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약간 폐소공포가 있는 배우들 중엔 답답함을 느끼는 분도 계셨고요. 저도 처음엔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졌어요. 처음엔 한 번 컷 나오면 헬맷을 벗기도 했는데 이후엔 그냥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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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가 `고요의 바다` 속 와이어 액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공|넷플릭스


공유가 언급한 액션신은 여타 작품의 그것과도 차원이 달랐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고치러 나갔다가 떨어지는 장면의 경우, 공유가 상상을 더해 선보인 혼신의 열연과 CG 후반작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보는 이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고요의 바다' 속 명장면으로 손꼽을만 하다.

"와이어 액션도 기존 와이어 액션과 달랐어요. 10~12개 정도? 정말 많은 와이어를 달았고, 엘리베이터 신 같은 경우 내가 고치러 나갔다가 떨어지는 장면을 찍는 게 육체적으로는 가장 힘든 시퀀스였어요. 비주얼이 어떻게 구현될 지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에 나갔죠. 그런 마음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참았는데 역시나 후반 작업을 너무 잘해주셔서 멋지게 나온 것 같아요. 보면서 저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왔어요. 너무 즐겁고 유익한 경험이었죠.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이 나올 때 너무 신났어요."

'고요의 바다'에는 공유와 함께 한 배를 탄 '정예요원'으로 호흡한 다수의 배우가 존재한다. 그 중 송박사 역의 배두나와는 전우애와 함께 첨예한 갈등도 보여준다. 배두나와의 호흡에 대해 묻자 그는 "'고요의 바다'의 중심에서 중심을 너무 잘 잡아줘 정말 고맙다"고 입을 열었다.

"저는 배두나라는 배우가 아이코닉한 배우라고 늘 생각해왔어요. 언젠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고요의 바다'에서 만나게 됐죠. 지금도 (배)두나 씨에게 감사한 게, 같이 하는 현장 배우들에 대한 애티튜드(태도)가 너무 좋은 분이었죠. 그 부분도 너무 고마웠고, '고요의 바다'의 중심에 선 인물로 두나씨가 흔들림 없이 중심 잡아줘서 잘 마무리 됐죠.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준, 김선영, 이무생, 이성욱 등 여러 배우들과의 '전우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유는 "비슷한 또래가 주를 이뤘고, 다들 각자 분야에서 경험 많은 분들이라 나이 상관 없이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처럼 호흡했다. 특히 같이 신체적으로 촬영하기 힘든 게 있다 보니, 전우애라는 게 끈적끈적한 게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고요의 바다' 제작자였던 선배 배우 정우성에 대해서는 '감동'을 전했다.

"정우성 선배님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고, 20년 넘게 했지만 작품을 함께 한 일이 없어 친해질 일이 없었어요. 이번에 같이 하게 됐는데, 작품에 대한 열정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으시더라고요. 특히 본인이 배우기 때문에 현장에서 배우들이 어떤 게 불편하고 이로울 지를 너무 잘 알고 계셨죠. 저를 포함해 모든 배우, 가장 어린 막내 배우까지 다 챙겨주시는 걸 보고 감동 받고, 많은 걸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제작자로서의 열정이 뛰어났어요. 후배들에 대한 애티튜드가 권위적이지 않고 열려 있는 제작자고 선배님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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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는 `고요의 바다` 제작자로 나선 선배 정우성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공|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는 지구에 물이 부족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원부족, 기후변화, 자원경쟁, 계급문제, 연구윤리 등 여러 주제를 건드리며 생각할 거리를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공유가 생각하는 '고요의 바다'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던 공유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음, 한마디로 말씀드리기 쉽지 않은데, 결국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고요의 바다'가 인문학적인 얘기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급사회, 윤리적 부분, 환경 오염 자원 문제 등 많은 걸 다루고 있는데, 여러 번 들으셨겠지만 인류가 생존하는 데 있어서 '어디까지'를 얘기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작품에서 월수라는 게, 인간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 자원이고, 인간에게 물이 필요해서 물을 찾아 떠났는데, 그 물로 인해서 대원들이 죽음을 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랄까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찍었죠. '고요의 바다'가 전하는 메시지를 한가지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인류의 생존을 위해 물을 개발시켜야 하는데, 이 물이 금단의 열매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생각을 계속 지울 수 없더군요."

'고요의 바다' 이후에는 물 절약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졌단다. 그는 "평소 겨울에 샤워할 때 화장실 온도를 높이기 위해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있다가 들어가는 습관이 있었는데, '고요의 바다' 찍고 나서는 안 그런다. 나에게는 큰 변화"라며 빙긋 웃었다.

작품의 결말에 대해선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한)윤재를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프다. 윤재가 눈을 감으면서도 감기 쉽지 않았을 이유는, 지구에 홀로 남겨질 딸 때문 아니었을까. 마지막 윤재의 힘겨운 눈물 한 방울이 그렇지 않을까 싶었는데, 슬프지만 희망적인 결말이라는 생각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시즌2에 대한 기대에 대해 묻자 "윤재는 시즌2를 상상할 수 없다"고 난처해하면서도 "시즌2는 내가 기대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드라마 시청자 분들에게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공유의 '고요의 바다' 여정은 마무리됐지만 '고요의 바다'를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시도해 온 공유의 도전은 계속된다.

"'서복'도 SF이긴 하지만 스릴러 성격이 크다 보니 장르적으로 '고요의 바다'와도 달랐어요. '고요의 바다'는 한국이나 아시아에선 불모지나 다름 없는 장르였는데, 도전의식이 생긴 건 맞고, 해보고 싶었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배우로서 늘 안타까웠던 부분이, 장르가 한정적이라는 것. 그래서 다양한 장르를 도전하고 싶은데, 비슷한 장르가 중복되는 게 배우로서 좀 아쉬웠는데 그런 점에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지금 한국의 기술력이면 충분히 멋있는 비주얼 구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있었어요. 좋은 시나리오가 필요한데, 원석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할리우드에 비하면 작은 예산이고, 그들에 비하면 저예산 영화에 속하지만 그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작품이라 생각해요. 저는 '고요의 바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안에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생각합니다."

데뷔 후 20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그의 여정을 늘 애정으로 지켜봐 준 팬들을 위해, 공유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유례 없는 소통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해외 각국의 팬들이 주시는 축하에 소통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그는 앞으로도 "더 욕심내지 않고 지금처럼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확실하게 단언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오래 일하면서 상당 부분 익숙해지긴 했지만 늘 같은 과정인 것 같아요. 여전히 두렵고, 여전히 불편한 부분도 존재하죠. 그래서 제 미래에 대한 특히 연기에 대한 부분을 말할 땐 늘 조심스러워요. 저는 그저 지금처럼만 했으면 좋겠고, 이런저런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저의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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