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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갈등의 불씨 된 미완의 공수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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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공수처 1년 성과와 논란]②공수처 출범 위해 급하게 통과시킨 공수처법, 애매한 조항으로 파견경찰 수사 등 위법 논란 낳아

머니투데이

(과천=뉴스1) 신웅수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10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통신 조회 논란을 빚고 있는 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팬클럽 회원들과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 본인과 아내, 자녀 등에 대해 통신자료 조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1.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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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을 두고 검찰과 벌인 기싸움도 공수처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와 검찰이 향후 주요 쟁점에 관한 법원 판단을 존중해 갈등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19년 12월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탄생이 확정됐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이 강한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4+1 협의체'를 구성해 공수처법을 통과시켰다.

공수처법을 급하게 통과시키려는 과정에서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흠이 났다. 민주당이 본회의 상정 직전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공수처장 추천에 있어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제6조에 따라 정원 7명으로 구성되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는 기존 6명에서 5명이 됐다.

후보추천위 위원은 7명으로, 법무부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당과 야당 교섭단체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다. 위원 중 야당 교섭단체 추천 2명을 제외하면 여당 입김을 받기 쉬운 사람들로 판이 짜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 반대를 뚫고 공수처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며 법개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야당에 불리한 수사가 진행될 때면 "처장이 임명권자에 충성한다"는 공수처 흔들기식 발언이 나올 빌미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장 지난해 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자 야권을 중심으로 김진욱 공수처 처장이 편향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과 공수처 사이 '기소 유보부 이첩' 갈등의 근본 원인도 공수처법에서 찾을 수 있다. 공수처는 자체 공소 제기가 가능한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검찰에 이첩해 수사하게 한 뒤, 수사가 마무리되면 다시 받아와 공수처가 기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검찰은 이첩된 사건은 검찰에서 처분하는 게 원칙이라고 본다.

공수처법 제24조1항은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나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수처 측은 이첩이 1회로 한정되지 않으며,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기소만큼은 공수처가 해야 기관 설립 취지에 맞다고 본다. 검찰은 검찰에 모든 범죄를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공수처의 기소독점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前)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3월 공수처의 '이성윤 사건' 재이첩 요구에 대해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날을 세웠다. 공수처도 5월 공개한 '사건사무규칙'에 기소 유보부 이첩이 가능하다고 구체화함으로써 받아쳤다.

공수처 파견 경찰관의 수사 참여가 위법하다는 논란 발생에도 애매한 공수처법이 한몫했다. 공수처법 제44조는 '공수처 직무의 내용과 특수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다른 행정기관으로부터 공무원을 파견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수처는 이 조항을 통해 지난해 30여명 경찰관을 파견 받았고,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 등 수사에 참여시켰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수원지검팀은 법원에 압수수색 효력을 취소해달라는 준항고를 제기하며 파견 경찰관의 수사 참여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수원지검팀의 주장을 인정할 경우, 위법 논란은 공수처 수사 사건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갈등이 많은 데 반해 합의는 없어 국민적 피로감이 쌓이고 기관 신뢰도는 낮아졌다"며 "공수처는 기존 형사사법체계에 맞춰 공수처법을 해석하고, 검찰은 공수처가 신생 기관인 점을 감안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갈등이 올해도 지속되면 공수처 폐지 여론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관들이 자기 중심적으로 판단하느라 합의를 못봤는데, 법원 판단이 나오면 따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법원 판단으로 정리가 안되는 부분은 공수처를 만든 국회가 책임지고 입법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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