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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해운사 담합 과징금 8000억서 크게 줄어 96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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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브리핑룸에서 해상 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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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국내외 23개 해운사가 15년간 해상 운임을 짬짜미로 인상해 오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해운사에 1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해운업계 깊숙이 곪아 있던 병폐에 철퇴를 내렸다. 다만 과징금 액수는 앞서 공정위가 심사보고서에 적시한 8000억원에서 크게 후퇴했다. 그럼에도 해운업계는 해운법상 허용된 해운사 공동행위의 취지를 무시한 결정이라며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한~동남아 수출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한 23개(국적선사 12개, 외국선사 11개) 컨테이너 정기선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해상 운임 담합은 2003년 고려해운·장금상선 등 주요 국적선사 사장들이 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중국·일본을 오가는 3개 항로의 운임을 동시에 인상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여러 국적선사와 아시아 항로 외국선사가 잇따라 가담했다.

이들은 기본운임과 부대운임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대형 화주에 대한 입찰에서도 담합을 했다. 서로 화물은 빼앗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켰고, 담합으로 정한 운임을 화주가 내지 않으면 일제히 선적을 거부했다. 합의 위반 사례를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어 담합을 지키지 않은 선사에 총 6억 300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담합으로 운임을 올렸다는 의심을 피하고자 1000원의 금액 차와 2~3일의 시간 차를 두고 운임을 인상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담합을 의심한 화주가 신고를 했다는 해양수산부의 연락을 받고선 보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이 인정하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해운사 공동행위가 합법이 되려면 ▲공동행위 이후 30일 이내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 ▲화주 단체와 정보 교환·협의 ▲공동행위 탈퇴 시 부당한 제한 금지 등의 요건이 지켜져야 한다. 해운업계는 “해수부에 18차례 운임회복 신고를 했고 여기에 120차례 운임 합의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18차례 신고에 120차례 합의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화주 단체와 충분한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과징금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조치 수준을 결정하면서 산업의 특수성 등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밝혔다.

해운업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즉각 반발했다. 한국해운협회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표한다”면서 “설사 절차상 흠결이 있어도 해운기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의 취지가 훼손돼선 안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대는 꼴”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공정위는 왜곡된 내용으로 해운업계를 불법집단으로 매도했다”며 해운사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해운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해운업 주무부처인 해수부도 “공정위가 지적한 해운업계의 공동행위 가운데 세부 협의는 신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위법으로 볼 수 없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세종 이영준 기자

유대근 기자

서울 이기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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