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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바이든 1년] “이란 핵협정·미얀마 사태 등 ‘뒷짐’…글로벌 리더십 여전히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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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들이 본 바이든 1년] 인터뷰-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베네수엘라 등 망가지고 있지만

리더십 없는 G-0 상황 계속돼

트럼프 탈퇴한 TPP 바이든도 꺼려

한반도 비핵화 대화에 관심적지만

홍콩 인권탄압은 함께 비난 바라


한겨레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브레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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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브레머

이언 브레머(52)는 글로벌 정치 리스크 연구와 컨설팅을 수행하는 유라시아그룹 설립자이자 회장이다.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세계에서 주도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없다는 지-제로(G0) 이론을 주장하면서 국제정치 분야에서 이름을 높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년 전 취임하며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돌아왔나?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여전히 초강대국이다. 하지만, 글로벌 강국으로 미국이 정치·경제 시스템에서 모범이 되고 있는가. 미국은 산업화한 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정치적으로 분열됐고, 경제적으로 불평등하며, 백신 접종 비율도 낮다. 1·6 의사당 난입사태를 보라. 더 많은 미국인들이 갈수록 ‘주적’은 내부의 정치적 반대자들이라고 여긴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미국이 돌아왔다’고 보지 않는다.”

―1년 동안 세계는 더 평화롭고 안전해졌나?

“트럼프가 깬 ‘이란 핵협정’은 복원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으로 유럽 안보환경은 더 위험해졌다. 에티오피아·미얀마·베네수엘라 등이 망가지고 있지만 어느 나라도 뭔가 하려 하지 않는다.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하는 지-제로(G-0)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도 트럼프처럼 중국에 대해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고, 보호무역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둘은 다른가?

“‘미 중산층을 위한 외교’라는 바이든의 기조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 정책 측면에서 비슷하게 들린다. 트럼프가 탈퇴한 티피피(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바이든도 복귀하려 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국내 정치 현실로부터 큰 제약을 받는다. 국가가 이토록 분열돼 있고,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나 자유무역의 설계자가 되는 걸 국민들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인지는 큰 상관이 없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유럽과 러시아다. 트럼프는 유럽연합(EU)이 없어지길 바랐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했으며, 러시아와 친해지려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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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는 어떻게 보나?

“지난해 3월 앵커리지에서 외교장관들이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안정됐다. 양국이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것은 가능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 두 나라가 놀라울 정도로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미·중이 협력하지 않고 탈동조화(디커플링)하는 것은 마치 한쪽 다리를 자르는 것과 같다. 정치적 편의주의와 국수주의가 있지만, 경제적 현실이 중요하다. 그래서 미-중 관계를 ‘신냉전’이라 볼 수 없다. 나는 바이든 내각의 인사 대부분과 대화하는데 그들은 경제 관계의 중요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서로 신뢰가 없고, 대만과 남중국해 등 경쟁과 갈등 영역이 많다. 중국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인권 탄압을 하는데 미국이 그런 잔혹한 탄압을 벌이는 나라와 좋은 신뢰 관계를 가질 수 없다. 미-중 관계는 사랑이 식은 부부가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결혼을 유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두 나라가 실제 전쟁으로 가진 않을까?

“대만을 둘러싼 군사 충돌은 두 나라에 대단히 파괴적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중국이 (대만만큼)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개발하거나 군사력이 미국을 훨씬 능가하지 않는 한 가까운 미래엔 충돌 가능성이 매우 낮다.”

―바이든 정부가 외교에서 민주주의·인권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바이든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었지만 성취한 게 없다. 미국은 더 이상 국제 민주주의의 모델이 아니다. 미국인 절반이 지난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여기는 상황에서는 다른 나라에 선거를 어떻게 치르라고 말할 수 없다. 미국은 민주주의 수출이 아닌 수입이 필요하다.”

―올해 초 발표한 ‘2022년 10대 리스크’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큰 변수가 아닌가?

“북한은 2021년 보고서에도 없었다. 지난해 미-북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비핵화 대화에 훨씬 관심이 적다.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하긴 했지만 북한은 바이든 정부 내 우선순위가 전혀 아니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압력을 받는 위치에 있다.

“트럼프는 한국을 거래적 관점에서 봤지만 바이든은 북한에 대한 위협 대응뿐 아니라 지역 안보에서 핵심적 파트너로서 더 전략적으로 바라본다. 문제는 바이든이 한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위에 반대하고, 홍콩·신장에서의 인권 탄압을 함께 비난해주길 바란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사이의 커다란 경제 관계로 볼 때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있다는 점도 안다. 그래서 앞으로 안보뿐 아니라 공급망, 핵심기술 등 경제 안보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게 한국의 이익에 맞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오미크론·인플레·분열에 무거운 1주년

[바이든 1주년] 미 국내 상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20일 취임하며 코로나19 극복, 경제 회복, 미국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전임자가 넘겨준 과제가 가혹한 탓도 있었지만, 핵심 과제를 둘러싼 상황은 1년이 흐른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독립기념일인 7월4일 “코로나19로부터 독립에 가까워졌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 오미크론 변이라는 복병을 만나 올 초 하루 확진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백신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총력을 쏟았으나, 2차 접종을 마친 이들의 비율은 63%, 추가접종(부스터샷)까지 마친 이는 약 24%에 머무르고 있다.

경제 분야에선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무겁게 짓누른다. 지난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0% 올라,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때문에 퀴니피액대학의 지난 12일 발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33%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놓인 정치 환경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더 나은 재건’이란 이름의 사회복지 지출법안은 여당인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 등의 반대로 진척이 없다. 보수층의 강한 지지를 얻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재출마 의사를 내비치면서 바이든 반대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의 다수당이 공화당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2022년 미-중 관계, ‘신냉전’과 ‘열평화’ 사이

[바이든 1주년]중국이 본 1년

중국에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2년째에도 미-중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호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 ‘악재’는 넘쳐나기 때문이다.

올해 미-중 관계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문을 연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1월15일 타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역시 2년의 시한을 넘겼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본격적인 무역협상은 시작도 못 한 상태에서, 합의 이행 여부를 두고 양쪽 입장이 갈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대만이 동시에 신청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도 미·중이 첨예하게 충돌할 만한 사안이다.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은 지난 10일 <중미초점>(중메이쥐자오)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중-미 관계를 ‘신냉전’에 빗대 ‘열평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2022년과 그 이후 시대에 ‘열평화’란 흐름이 중-미 관계의 패러다임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냉전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상호 비난과 지정학적 경쟁이 불을 뿜는 ‘열평화’ 모델이 고착화되면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국제무대에서 양국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면,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사회의 현안을 둘러싼 협력이 쉽지 않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연합훈련(림팩)에 대만이 참여하게 될 여름 무렵엔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부에선 “현 상황에서 답답한 건 미국”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다. 더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 10월께 열리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에 도전한다. 미-중 갈등이 증폭되는 게 국내 정치적으론 되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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