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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바이든 1년] “‘반중 동맹’ 강화 속, 기후 등 중국과 ‘공동운명’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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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들이 본 바이든 1년] 인터뷰-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핵무기·팬데믹·테러·금융위기 등 미·중 혼자 극복 못할 도전 많아

바이든, 평화적 체제 경쟁 필요 느낄 것…한국에 선택강요는 헛수고


한겨레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앨리슨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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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앨리슨(81) 하버드대 교수는 학계와 정부를 두루 거친 외교·국방 분야 석학이다. 1977~1989년 국제관계 등을 연구하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을 지내고,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특별보좌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 차관보를 지냈다. 그는 2017년 펴낸 <예정된 전쟁>에서 미·중의 전략경쟁이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취임 1년을 맞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총평하면?

“1961년 취임한 존 F. 케네디 이후 9명의 대통령과 비교할 때 객관적 관찰자라면, 몇가지 어려운 외교 문제들에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바이든 접근법의 핵심은 ‘전략적 명확성’이다.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어떤 지도자도 직면해 보지 않은 최대의 국제적 도전이다. 바이든은 그런 중국에 대항해 균형을 맞출 힘의 상관관계를 만들기 위해 동맹을 갱신했다. 파리기후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재가입하고, 기후와 민주주의에 관한 정상회의를 주최했고, 쿼드(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정상들과 대면회담을 열었고, 오스트레일리아·영국과 새로운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다. 또, 한국·일본·인도·독일 등의 정상을 워싱턴에 초대했다. 바이든은 또 미국의 자원을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들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전임자들이 계속 미뤄온 것을 해냈다. 즉, 미국의 핵심 국익이 걸려 있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한 것이다.”

―그래서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시절과 달라졌나?

“바이든이 이런 일들을 했다 해서 트럼프 때와 다른 세계에 있진 않다. 미국은 1950년에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 1991년에는 5분의 1을 생산했고, 오늘날에는 겨우 6분의 1만을 생산한다. 반면, 중국은 세계의 경제대국이 됐다. 미국의 상대적 경제력이 쇠퇴하고, 실현 가능한 외교정책의 선택지가 축소됐다. 이런 현실에 적응하는 것은 그 필요성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미·중이 ‘투키디데스 함정’(신흥 강국과 기존 패권국의 충돌)에 빠져 전면전으로 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나?

“투키디데스가 가르친 것처럼,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100년 전의 독일, 현재의 중국 같은 신흥국이 각각 스파르타, 대영제국, 미국 같은 패권국을 대체하려고 위협할 경우,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결과는 전쟁이다. 책에서 보여줬듯이, 지난 500년간 신흥국이 패권국에 도전한 사례는 16번이고, 그중 12번이 전쟁으로 끝났다. 하지만 (20세기 초 영-미, 냉전시대 미-소련 등) 네번은 그렇지 않았다. 오늘날 전쟁이 발생할지 여부는 미·중의 경쟁 관계가 통제 불능한 상황이 되어 어느 쪽도 원하지 않는 충돌로 이어지지 않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미·중이 그런 충돌을 통제할 수 있을까?

“나는 미국과 중국에 ‘투키디데스 함정’에 관해 깊이 생각하고 전쟁의 위험을 이해하는 지도자들이 있다는 데 용기를 얻는다. 바이든은 공존이 아니면 공멸뿐이라는 점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왜냐면 미·중은 기술(핵무기)과 자연(기후변화)으로 인해 공동 운명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 나는 바이든 정부가 (대중) 전략을 세울 때 케네디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위기를 넘긴 뒤 얻은 통찰력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케네디와 흐루쇼프는 수억명을 죽일 수 있는 핵전쟁의 위험 속에서 정면으로 대치했었다. 그 경험을 통해 정신을 차린 케네디는 8개월 뒤, 그러니까 암살되기 직전 소련과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연설을 했다. 즉, 미국인들이 ‘미국이 소련을 매장하라’고 요구하기보다, 정반대의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지닌 다양한 정치 체제와 함께 살도록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미래 속에서, 미·중이라는 두 경쟁자는 누구의 가치와 통치 시스템이 시민의 요구를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격렬하지만 평화롭게 경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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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이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게 가능한가?

“미국이 국익을 증진하고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기후변화와 같은) ‘실존적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면서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분야에서 경쟁하는 게 가능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

한편, 중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행위자가 될 잠재력을 가진 진정한 투키디데스적 경쟁자다. 미국보다 인구가 네배 많은 중국이 미국의 절반 정도의 생산성을 갖추게 되면, 미국 국내총생산의 두배가 된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맞서 우호적 힘을 모으고, 핵심 영역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장기적 경쟁을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엔 더 큰 경제 성장, 인공지능 같은 신흥기술을 주도하는 것, 더 생산적이고 다양한 노동력을 구축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미·중의 격한 경쟁이 불가피한 가운데 두 나라가 동시에 자멸하지도 않고 상대를 죽일 수도 없다면, 상호 협력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이 작은 행성에서 미·중의 공동 운명은 기후변화와 핵 파괴에서 멈추지 않는다. 상호연결된 세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치명적 팬데믹, 초국가적 테러리즘, 금융위기 등의 문제는 미·중 누구도 혼자 극복할 수 없는 도전 과제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두 나라의 필수적 이익을 진전시키기 위한 협력은 미국이 펼치는 전략의 본질적 특징이어야 한다.”

―바이든은 대외정책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한다. 이런 ‘가치 외교’가 외교에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바이든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는 여러분 후손들은 독재와 민주주의 중에 어느 것이 성공했는지에 관한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쓸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다. 미국은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미국인들이 인정하기 불편하지만, 이 경쟁의 결과는 여전히 진정으로 불확실하다.”

―미·중의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전략은 어때야 하나?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예상했듯이, 21세기 체스판에서 경제력 균형은 군사력 균형만큼이나 중요해졌다. 더구나 지도자들의 통치 권한은 자국민에게 번영을 가져다주는 능력에 달렸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같은 나라들이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미국과 안보 관계를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에 미·중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강요한다면 헛수고일 것이다. 한국 정부가 앞으로 마주할 도전은 이 두가지 우선순위 사이에서 긴장을 관리하는 것일 것이다. (여기서 성공하려면) 서울·베이징·워싱턴 사이의 조심스럽고 정교한 외교가 필요하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오미크론·인플레·분열에 무거운 1주년

[바이든 1주년] 미 국내 상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20일 취임하며 코로나19 극복, 경제 회복, 미국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전임자가 넘겨준 과제가 가혹한 탓도 있었지만, 핵심 과제를 둘러싼 상황은 1년이 흐른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독립기념일인 7월4일 “코로나19로부터 독립에 가까워졌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 오미크론 변이라는 복병을 만나 올 초 하루 확진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백신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총력을 쏟았으나, 2차 접종을 마친 이들의 비율은 63%, 추가접종(부스터샷)까지 마친 이는 약 24%에 머무르고 있다.

경제 분야에선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무겁게 짓누른다. 지난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0% 올라,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때문에 퀴니피액대학의 지난 12일 발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33%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놓인 정치 환경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더 나은 재건’이란 이름의 사회복지 지출법안은 여당인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 등의 반대로 진척이 없다. 보수층의 강한 지지를 얻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재출마 의사를 내비치면서 바이든 반대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의 다수당이 공화당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2022년 미-중 관계, ‘신냉전’과 ‘열평화’ 사이

[바이든 1주년] 중국이 본 1년

중국에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2년째에도 미-중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호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 ‘악재’는 넘쳐나기 때문이다.

올해 미-중 관계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문을 연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1월15일 타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역시 2년의 시한을 넘겼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본격적인 무역협상은 시작도 못 한 상태에서, 합의 이행 여부를 두고 양쪽 입장이 갈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대만이 동시에 신청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도 미·중이 첨예하게 충돌할 만한 사안이다.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은 지난 10일 <중미초점>(중메이쥐자오)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중-미 관계를 ‘신냉전’에 빗대 ‘열평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2022년과 그 이후 시대에 ‘열평화’란 흐름이 중-미 관계의 패러다임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냉전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상호 비난과 지정학적 경쟁이 불을 뿜는 ‘열평화’ 모델이 고착화되면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국제무대에서 양국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면,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사회의 현안을 둘러싼 협력이 쉽지 않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연합훈련(림팩)에 대만이 참여하게 될 여름 무렵엔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부에선 “현 상황에서 답답한 건 미국”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다. 더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 10월께 열리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에 도전한다. 미-중 갈등이 증폭되는 게 국내 정치적으론 되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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