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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1위까지…버추얼 아이돌, '인간 걸그룹'보다 성적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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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가요계에도 버추얼 바람

래아킴·유나 등 잇달아 출격

걸그룹 '이세돌'은 차트 정상까지

"메시지 있는 음악·장기 플랜 중요"

이데일리

‘버튜버’(버추얼+유튜버) 6명으로 구성된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사진=J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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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버추얼(virtual·가상의) 가수들이 몰려온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속 성큼 다가온 비대면·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등장해 문화계 전반에서 활약하던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들의 가수 도전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음원차트에서 깜짝 1위에 오른 버추얼 걸그룹도 등장했다. 가요계도 점차 ‘버추얼 열풍’의 영향권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분위기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젊은 세대가 원하는 이상적 모습을 구현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강점”이라며 “앞으로 이들의 활동이 가요계에서도 하나의 분야이자 장르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컴퓨터 기술 등을 활용해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 가수 활동을 펼치는 건 새로운 풍경은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세기말인 1998년에 ‘사이버 가수’라는 타이틀을 내건 아담이 데뷔했고, 같은 해 아담의 여자 버전 류시아도 출사표를 냈다.

하지만 그 이후 20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성공 사례가 없었다. 아담과 류시아는 화제 몰이에는 성공했지만 투입 비용 대비 수익성이 떨어져 반짝하고 사라졌다. 그 뒤로 나온 버추얼 가수들은 대중의 관심권 안에 들지 못했고 자연히 신곡 발매도 뜸했다.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MZ세대’로 통하는 10~30대가 열광하는 메타버스 붐을 타고 버추얼 가수들이 잇달아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는 중이다.

이 가운데 ‘이세돌’로 불리는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세돌’은 ‘버튜버’(버추얼+유튜버) 6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77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한 인기 트위치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VR(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해 버추얼 캐릭터의 모습으로 온라인 방송을 진행하는 ‘버튜버’들이 소셜 VR 플랫폼 ‘VR 챗’을 통해 진행된 오디션을 거쳐 데뷔 기회를 얻었다.

이들이 지난달 발표한 데뷔곡 ‘리:와이드’(RE:WIND)는 발매 당일 음원사이트 벅스 실시간 차트에서 깜짝 1위에 등극해 주목받았다. 유튜브에서 꾸준한 관심을 불러모은 뮤직비디오는 300만뷰 돌파를 목전에 뒀다. 동시기 데뷔한 웬만한 ‘인간 걸그룹’ 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스트리머 ‘우왁굳’은 “오디션을 통해 그룹의 성장 과정과 스토리를 전달하며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동 가능한 캐릭터로 실제 가상세계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빠르면 2월 말쯤 2번째 곡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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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과 손잡고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LG전자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래아킴(사진=미스틱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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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번째 곡 ‘론리’를 발표한 휴맵컨텐츠의 버추얼 가수 유나(사진=휴맵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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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버추얼 가수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LG전자가 AI 기술로 구현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래아킴(김래아)은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과 손잡고 데뷔곡 제작에 나섰다. LG전자와 윤종신의 기획사인 미스틱스토리는 지난 11일 래아킴의 데뷔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래아킴이 이미 SNS 활동과 패션잡지 화보 촬영 등을 통해 존재감을 키워놓은 상태라 가수 활동을 향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스틱스토리 관계자는 “래아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는 중”이라며 “다른 버추얼 가수들과의 협업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맵컨텐츠가 기획한 버추얼 가수 유나는 최근 두 번째 곡 ‘론리’(Lonely)를 발표했다. 지난해 내놓은 ‘키스 미 키스 미’(Kiss Me Kiss Me)와 마찬가지로 엑소, 레드벨벳 등 유명 아이돌의 히트곡을 쓴 이현승 프로듀서의 곡이다. 휴맵컨텐츠는 곡 발표 시기에 맞춰 유나의 NFT도 발행했다.

휴맵컨텐츠 관계자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음원 및 웹툰을 통해 타 버추얼 가수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라며 “3월 개최를 목표로 메타버스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버추얼 가수들의 성공 사례가 꽤 많다. 영국 밴드 블러의 보컬 데이먼 알반과 만화가 제이미 휼렛에 의해 만들어진 버추얼 밴드 고릴라즈는 2001년 발매한 1집으로 80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고,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도 섰다. 일본에선 보컬 합성 프로그램 ‘보컬로이드’를 활용해 음악 활동을 하는 하츠네 미쿠와 같은 버추얼 가수가 꾸준히 신곡을 내고 공연 활동도 펼치고 있다.

최근 국내 버추얼 가수들의 음악 완성도와 기획력이 이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향상했다는 점은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대목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이상적인 비주얼만 추구하다간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젊은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 음악을 확보해가며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버추얼 가수를 성장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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