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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대신 반도체과 갈까요?" 취업 보장 계약학과 상한가에 '속앓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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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연대 반도체 학과 인기 고공행진
높은 인기에도 인원 30명 안팎 수준
학과 정원 제한에 고육지책으로 운영
한국일보

주요 기업 계약학과 운영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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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를 버리고 반도체 계약학과에 갈까요?"

이번 2022학년 정시모집을 앞두고 화제를 일으킨 한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최우선순위로 분류된 '의치한약(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의 줄임말)'에 대기업 후원과 더불어 개설된 계약학과가 당당히 경쟁 상대로 올라선 최근 분위기가 전해지면서다. 해당 게시글에 대해선 약대를 선호한 "그래도 전문직이다"란 반응에서부터 대기업을 옹호한 "삼성전자 반도체에 취업하면 억대연봉이다"는 의견 등으로 엇갈리면서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극심한 취업난에 주요 기업의 계약학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으로부터 안정적인 장래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계약학과의 선호도는 수직 상승세다. 하지만 계약학과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학교나 기업은 운영 측면에서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18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고려대, 연세대, 경북대 등 계약학과들이 주요 학원에서 제작한 학과별 지원 가능 점수표상 의학계열을 제외하고 자연계 중 최상위권에 포진했다.

"업계 TOP 직장 취업 보장에 최상위 커트라인"


경쟁률도 상당하다. 정시 10명 정원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의 경우, 지원자만 58명으로 전체 평균 경쟁률인 3.72대 1을 상회했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역시 평균 경쟁률(4.76대 1)을 웃돈 6.18대 1로 마감됐다.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수시모집 당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경쟁률은 무려 131.9대 1까지 기록했고 경북대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과는 46.2대 1로 지원자가 몰렸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2006년 성균관대가 삼성전자와의 협약을 통해 처음 신설한 이후 2019년 고려대(SK하이닉스 반도체), 연세대(삼성전자)가 협약을 통해 2021학년부터 선발에 들어갔다. 경북대는 2011학년부터 삼성전자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모바일공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계약학과의 인기는 역시 학비 지원 등 기본적인 장학금 제공과 일정 조건 충족 시 100% 확정적인 해당기업의 취업 보장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부 임직원 초봉이 전체 정보기술(IT) 업계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 대학생들의 취업 1순위 기업으로 올라서면서 계약학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병진 이투스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취업이 워낙 어려운 상황에서 계약학과의 분야 자체도 최근에 많이 이야기되고 있어 학생들 사이 인기가 많다"며 "의대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합격 커트라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학계선 "대학이 기업 인력 양성소냐"...기업선 "울며 겨자먹기"


다만, 인기에 비해 계약학과의 인원수는 30명 내외로 적은 편이다. 학교와 기업 모두 계약학과 운영에 부담을 가지고 있어서다. 우선 학계에선 계약학과 자체를 탐탁치 않게 보는 분위기다. 한 대학 관계자는 "좋은 학생들이 다 계약학과로 몰리고, 회사의 지원까지 두둑하니 교수들이 계약학과를 좋아할 수 없는 형편이다"며 "학교가 특정 기업의 인력 양성소여선 안 된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대의 경우 학내 반대 여론으로 삼성전자 계약학과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도 계약학과 설립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반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한 '2020 반도체 산업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부족한 반도체 석·박사 인력은 200여 명 수준. 이에 산업계에선 꾸준하게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하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 유발시설로 분류, 모집 정원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다.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에서도 정원 확대안이 제안됐지만, 지역 균형 발전 논리에 막히면서 최종적으로 배제됐다. 결국 기업들은 정원 외로 취급되는 계약학과를 운영하면서 대학의 재정 지원도 받지 못하고 막대한 운영 비용을 지불하는 고육지책을 쓰는 상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산업계 입장에서는 관련 학과 인원을 늘려주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며 "자금 여유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계약학과라는 방법을 택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난 해소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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