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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잘못 부인하는 과오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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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통령 특권인 사면에 의해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 파면, 투옥되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년형 죄수에서 민간인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헌법이 위임한 대통령 권한을 헛되게 행사한 죗값을 모두 치르지 않았다. 더욱이 재판과정 내내 국정농단이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끝내 시인하지 않음으로써 잘못을 부인하는 과오를 반복했다.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 유산 덕을 톡톡히 보며 성장주의와 군사주의, 보수 정치를 답습한 결과였다.

경향신문

허상수 | 전 성공회대 교수 사회학 박사


촛불시민자율혁명을 거쳐 취임한 문재인 정부는 낡은 시대의 불미스러운 과거 청산에 나섰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박정희 독재를 지켜 온 14개 국가재건최고회의령과 포고를 폐지했다. 그러나 박정희 장기 독재, 그 잔인하고 참혹했던 독재의 유산을 말끔히 정리, 청산, 제거하지 못했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를 위헌이라 판결했으나 국가는 그 인권침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절차를 추진하지 않았다. 국가는 그 박정희 독재 치하에서 중대한 인권피해자들이 빼앗긴 권리, 잃어버린 직업과 재산을 찾아 주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정의로운 국가로 대전환해 인권국가로 이행하는 데 미흡했다.

필자는 박정희 체제가 영구 집권할 목적으로 제정, 시행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라는 헌법 위반 법률에 의해 40년 동안 범죄 전과자로 남았었다. 육군 소장 박정희 등은 1961년 5월16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했다. 그들은 장기집권 야욕도 모자랐는지 기어이 1969년 대통령 3선 연임을 허용하는 개헌을 강행함으로써 한번 더 헌정을 짓밟았다.

더 나아가 박정희 독재집단은 1971년 12월6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회에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공화당 의원 중심으로 강행 처리했다. 1948년 제헌 헌법부터 보장해왔던 언론·출판·집회의 자유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모두 차단, 봉쇄한 악법 중 최악 법률이었다. 이들 헌정 파괴자들은 의회민주주의와 공화주의, 헌정주의를 빈틈없이 부숴버리면서 1972년 10월17일 궁정 쿠데타를 통해 영구집권을 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모방하며 ‘10월유신’이라고 국민들을 또 속였다. 50년 전 일이다.

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뒤인 1980년 봄, 국내 최대 규모였던 중앙국제특허법률사무소에서 전국연합노동조합 서울시지부 분회를 결성하고 그 대표자로 선출되었으나 5공화국 신군부가 노동계 정화 대상자로 지목하고 사퇴를 강요했다. 1981년 봄 검찰은 1980년 4~5월 서울 한복판에서 집단해고 철회 집단행동을 했다면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필자를 구속했다.

한국 입법부는 그 장기 집권을 유지하기 위해 졸속 입법했던 대표적 악법,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1981년 12월17일 폐지했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 독재시대 서울남부지검 공안검사가 필자에게 들씌워 놓은 낙인은 나의 이력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법의 안정성’ 논리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법의 안정성’ 주장은 600만 유대인들을 인종 학살했던 독일 나치 히틀러 체제가 몰락하여 전쟁범죄자들을 처벌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 이후에도 나치 판사들이 독일에 잔존, 월권할 수 있었던 궤변이었다. 당시 사법부는 인권과 정의의 보루 역할을 포기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독재자가 죽고 악법은 폐지되었으나 국회는 아무런 후속 입법을 하지 않았다. 만약 이행기 정의 확립에 관심과 이해를 지닌 의원들이 나섰다면 박정희 독재 청산 입법을 즉시 단행했어야만 했다. 필자는 이 악법에 의해 4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불만, 모멸, 자학 속에 잠겨 지냈다.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이 필자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에 따라 필자는 40년 만에 자유의 몸으로 법치국가에 되돌아왔다. 이제라도 박정희 독재숭배자들이 역습하지 않도록 경계·주의하며 박정희 독재 유산를 단죄·청산해야 한다. 그래서 정의로운 국가로 탈바꿈해야만 미래의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민주주의와 정의, 인권과 평화는 어느 것 하나 양보할 수 없는 유권자의 권리이자 지켜내야 지속 가능한 성질을 지닌다.

허상수 | 전 성공회대 교수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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