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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누가 국민을 편 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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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공약한 野 겨냥해 李 “분열의 정치에 철퇴” 주장

내가 하면 통합, 남은 편가르기… 유체이탈 화법 文과 똑같아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0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차담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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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야당을 향해 “국민 편 가르기 정치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단칼에 특정 집단만을 선택하는 정치는 나쁜 정치로 옳지 않다”며 “그런데 제1야당 대선 후보와 대표가 국민 분열적 언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고 썼다. 유세에서도 “처절한 편 가르기, 보수 우익 포퓰리즘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분열의 정치를 하는 퇴행적 집단에 철퇴를 내려달라”며 연일 맹공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등 2030세대 남성을 겨냥한 공약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을 지목한 것이다. 타깃이 되는 성별이나 연령대가 명확한 공약을 내놓았다고 해서 분열의 정치라고 단정 짓는 것부터 지나치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여성 40%도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런 비판이 더 당혹스럽게 다가오는 건, 문재인 정권 5년간 사실상의 국정 운영 기조가 바로 ‘국민 편 가르기’였으며 정권을 이어받겠다는 이 후보도 그 주역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41% 득표율로 당선된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오늘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당정청에 사정기관, 친여 시민단체까지 똘똘 뭉쳐 전 정권과 관련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적폐 몰이가 시작됐다. ‘적폐 청산’ 구호가 대중에게 식상하게 느껴질 때쯤 느닷없는 친일 몰이가 들이닥쳤다. 문 대통령이 “친일 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선언하자 청와대 참모들까지 ‘죽창가’를 들먹이며 현 정권에 비판적인 진영 전체를 ‘토착 왜구’로 싸잡아 몰아세웠다. 선거가 다가오면 이런 식의 선동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자기 진영의 정치적 이득에 눈이 먼 이들에게 국익과 직결된 일본과의 외교 관계는 뒷전이었다. 문 정권 부동산 정책의 참혹한 실패 역시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임대인과 임차인, 강남과 비강남을 갈라 표가 더 많은 다수의 환심을 얻기 위한 ‘얼치기’ 편 가르기 정책이 시장 기능을 마비시키는 대혼돈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한술 더 떴다.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대한민국은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했다. 현 정권이 ‘만능키’로 활용했던 친일·반일 프레임은 물론 80년대 운동권식 논리인 친미·반미 갈라 치기까지 동원하겠다는 거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수시로 표현은 바뀌지만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혁파’를 외치며 토지이익배당금제를 시행하겠다는 그의 부동산 정책 근간 또한 부동산 보유자들에게 대량의 세금을 걷어 다수에게 나눠주겠다는 극단적인 편 가르기 발상에서 시작된다. 그런 그가 야당의 ‘이대남’ 공약을 겨냥해 “정치나 선거에서 해선 안 될 금기 같은 것”이라고 비난하며 “국민 통합의 길로 가겠다”고 하고 있으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2017년 1월 대선을 4개월 앞둔 당시 문재인 후보도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 중 하나가 국민 편 가르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대선을 2개월 앞둔 현재 이 후보의 앞뒤 안 맞는 ‘내로남불’ ‘유체이탈’ 언행과 정확히 일치하는 태도다. 이 후보는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다르다”며 끊임없이 현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까지 나서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국민은 ‘정권 교체를 위한 야당 후보 당선’을 지지하며 이런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걸 간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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