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에 던지는 엄중한 경고[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온돈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총을 들고 있다. 이들의 뒤로 탱크가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연일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로스토프온돈=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은 한반도에도 전략적 위협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강대국의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하기 위한 보복 전술의 교본을 다시 쓰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국제법에 의한 기존 질서에 따라온 아시아, 특히 한국에 불길한 징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명 이상의 군대를 배치하고, 우크라이나 전산망을 마비시킬 수 있는 대규모 사이버 작전에 나섰으며, 극초음속미사일을 서반구에 배치해 제2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일으키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한국이 우려해야 하는 이유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전술에 변화를 주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할 당시 정규전과 사이버전을 섞은 ‘하이브리드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는 전면전 대신 최소한의 비용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분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이웃 국가에 덫을 놓느라 분주하다. 최근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을 쌓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으로 위장한 공작원을 잠입시켰다고 밝혔다. 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산망에 대규모 장애를 일으키기 위해 심은 위험한 악성코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러시아의 수정주의 또한 군사 작전 못지않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러시아 외교관들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임을 알면서도 외교 협상을 자신들이 요구하고 있는 안보 협정을 주장하는 무대로 활용했다. 이런 기만적인 방식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듯 선전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해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을 취하는 명분을 쌓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는 옛 소련 제국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에너지 수출을 무기화하고 카자흐스탄에 군대를 파견했다. 미국과 유럽이 분열되고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의도적으로 미국을 상대로 시험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에 대한 경고인 또 다른 이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그간 대외 전략의 초점이었던 중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부터 상당한 자원과 역량을 러시아 문제 해결을 위해 이동시키기로 한 것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미국이 유럽과 인도태평양이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악의적인 행동을 위한 문을 활짝 열어줄 수 있다.

시 주석은 올해 일당독재를 위해 큰 승리의 서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성공, 하반기 중국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세 번째 연임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그 결말을 맺을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의 협력 강화를 우려하고 있는 중국은 중국의 부상을 가속화하는 상황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세를 덮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보다 가능성이 낮다. 중국은 러시아보다도 더 싸움 없이 승리를 쟁취하고 싶어 한다.

그동안 북한은 강대국의 긴장 고조 속에서 공짜로 안보를 보장받는 행복한 무임 승차자가 되고 있다. 10년 전 김 위원장의 집권 초기부터 북한은 핵 억지력과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병진 노선을 고수해왔다. 최근 북한의 반복된 미사일 실험은 경제 제재가 북한의 핵·미사일 야망을 좌절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김 위원장의 결심을 보여준다.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주지 않으면 김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경쟁 관계를 이용하기 위해 북한의 전통적 후원자들과의 관계를 재건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대북 제재를 줄여야 한다고 열렬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한미일 협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다툼을 반길 것이다.

러시아는 힘을 통해 평화 대신 외교로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열망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한국은 하루빨리 이런 수정주의자들의 전략을 이해하고 이들의 공세를 억제하기 위해 동맹, 파트너들과의 집단안보 강화를 지지해야 한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