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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코오롱인더 주축 흩어진 수소 사업 ‘교통정리’하는 코오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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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섬유 사업에 주력하던 코오롱그룹이 수소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전략을 그리는 가운데 이웅열 명예회장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역할에 관심이 모인다.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웅열 회장은 장남 이규호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돼야 회사를 물려주겠다고 밝혀왔다. 재계에서는 이 부사장이 그룹 수소 사업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한 뒤 지주사 지분을 늘리는 식으로 승계 토대를 닦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코오롱그룹이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중심으로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옥 모습. (코오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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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수소 매출 1조 목표

▷계열사별 밸류체인 구축 박차

코오롱그룹은 미래 먹거리로 수소 사업을 낙점하고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에 역량을 쏟고 있다. 한 때 주춤했던 바이오 사업도 미국 임상 3상 재개 등으로 반등한 가운데, 최근 들어 수소 사업에 힘을 싣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코오롱그룹은 바이오와 수소를 신 성장동력으로 보고 질적 도약을 노리고 있다.

수소 경제 밸류체인은 크게 수소 생산·저장·운송·충전·활용·관련 인프라 구축 등 여러 단계로 구분된다. 수소 경제는 밸류체인이 세분화돼 있고 단계별로 필요한 기술이 달라 어느 한 기업이 사업 전체를 독점하기보다 밸류체인별로 강점을 가진 기업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중심으로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플라스틱 등이 수소 밸류체인 구축의 일임을 받았다. 그룹 내 수소 사업 중추 역할을 맡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연료전지용 수분제어장치, 고분자 전해질막(PEM), 막전극접합체(MEA) 등의 제품을 생산 중인데, 수분제어장치는 국내 최초 양산에 돌입했으며 세계 점유율 1위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3년 기술 개발 완료 후 현대차 투싼에 이어 넥쏘까지 막가습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2023년 MEA, PEM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2년에는 양산 가능 여부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외 코오롱글로벌은 풍력 사업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전해 기술로 그린 수소를 직접 생산·공급한다. 그린 수소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친환경적이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상용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글로텍은 탄소섬유와 에폭시를 활용한 수소압력용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차량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하우징 부품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초기 시장 단계인 수소 사업 특성상 관련 사업의 매출액은 아직 미미하다. 가령, 그룹 수소 사업 맏형 격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는 글로벌 점유율 1위의 수분제어장치, 막전극접합체와 고분자 전해질막 등 수소 관련 사업이 산업자재부문에 속해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소 소재 관련 매출액을 지난해 기준 약 300억원으로 추산했다. 코오롱그룹은 2030년 수소 사업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운 것에 비춰 갈 길이 멀다.

코오롱그룹은 수소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 조직 구성과 운영에 변화를 줬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신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CSO(Corporate Strategy Office)부문을 신설했다. 미래 성장 전략 마련을 위한 M&A(인수합병)·JV(합작법인) 설립을 주도한다. CSO부문장은 허 성 부사장이다. 그는 미국 메탈세일즈 구매부문 부사장, 세계 도료(페인트) 분야 1위 기업인 악조노벨 총괄이사를 거쳐, 2014년부터 3년간 삼화페인트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한화L&C 등에서 COO(최고운영책임자)로 30년 가까이 국내외 화학 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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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호 부사장 역할 주목

▷수소 사업 전면 나설 듯

이 같은 코오롱그룹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받는 인물이 이규호 부사장이다. 코오롱그룹은 2018년 말 이웅열 명예회장 은퇴 이후 총수 부재 상황이다. 그룹은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경영 협의체인 ‘원앤온리위원회’를 통해 주요 현안에 관한 의사 결정을 조율한다. 코오롱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이웅열 명예회장 후계자는 이규호 부사장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코오롱그룹은 故 이원만 창업주부터 故 이동찬 전 회장, 이웅열 명예회장까지 장자 승계 원칙을 이어왔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이 부사장은 2018년 이웅열 회장이 은퇴를 선언한 뒤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FnC부문 COO를 맡았다. 이후 2020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2018년부터 3년간 코오롱글로벌의 미래 먹거리인 셰어하우스 부문 자회사 리베토의 대표이사(CEO)를 맡았다.

이 부사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드물다는 평가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른 시기에 그룹 차원 수소 전담조직이 신설될 경우 이 부사장이 조직장을 맡는 식으로 수소 사업 전면에 등장할 것을 예상한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종의 후견인 역할을 맡을 인물로는 윤창운 그룹 부회장이 꼽힌다. 윤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인사에서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나 별다른 보직이 부여되지 않아 역할론을 두고 물음표가 따랐다. 코오롱그룹은 윤 부회장 외 안병덕 부회장이 지주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윤 부회장이 수소 등 미래 사업의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안 부회장이 기존 주력 사업을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이해한다. 단, 이에 대해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윤 부회장은 그룹 경영 현안을 두루 챙기는 어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두 부회장 역할이 어떤 식으로 나뉠지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조만간 코오롱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수소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수소 관련 사업부를 한데 모아 별도 사업부로 분할(스핀오프)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것으로 본다. 코오롱그룹은 화학과 건설 등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기존 주력 사업부와 수소 관련 사업부가 서로 혼재된 상태여서 신 사업부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힘든 구조다. 앞서 배터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밀었던 SK그룹과 LG그룹은 서로 이질적인 사업부가 혼재해 있던 조직 구조를 정비한 뒤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상장하는 절차를 밟았다. 코오롱그룹 또한 이 부사장을 중심으로 수소 관련 사업부를 정비한 뒤 이를 단일 조직으로 ‘교통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신임 코오롱글로벌 사장에 김정일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사장이 발탁된 것이나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수소 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CSO부문을 신설한 것 등은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싣는다.

이 과정에서 수소 사업 특성상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수소 사업은 밸류체인의 연결고리 간 의존도가 높아 어느 사업보다 효율적인 비시장 전략 구사가 중요하다. 수소 사업은 기술만으로 독자적인 시장을 창출하기보다는 정책과 여러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비시장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전략적 접근이 이뤄져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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