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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풀린 콜드케이스… “안네 프랑크 밀고자는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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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父 쪽지에서 밀고자 지목 내용 발견
나치 정보원이던 유대인 공증사가 장본인
안네 아버지, 밀고자 알았지만 덮은 정황도
한국일보

'안네의 일기'를 남긴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네의 일기’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참상을 세상에 알린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와 그 가족의 은신처를 밀고한 사람이 또 다른 유대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네의 아버지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덮은 정황도 확인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60minutes)’에 따르면,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과 역사학자, 범죄학 전문가, 컴퓨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프랑크 가족 밀고자가 유대인 공증사인 아놀드 판 덴 베르그라고 주장했다. 안네는 홀로코스트를 피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다락방에서 가족과 함께 2년간 숨어 지내다가 1944년 8월 나치에 발각돼 강제수용소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1945년 16세 나이로 숨졌다. 아버지 오토 프랑크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도 모두 사망했다.

조사팀은 오토가 남긴 익명의 쪽지 사본을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다. 수십 년 전 밀고 사건을 맡았던 수사관의 서류 더미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판 덴 베르그가 밀고자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조사팀이 별도로 추적한 결과, 판 덴 베르그는 나치가 유대인 간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조직한 유대인연합회 회원이었다. 이 조직은 1943년 해체돼 회원들은 강제수용소로 보내졌지만, 판 덴 베르그는 평소처럼 암스테르담에 살았다고 한다.

조사팀을 이끈 전 FBI 요원 빈센트 팬코크는 “판 덴 베르그가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나치의 정보원 노릇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토는 판 덴 베르그에 대한 의심을 품었지만 그 사실이 알려졌을 때 반(反)유대주의 정서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팀은 안네 일가 밀고자를 밝히기 위해 ‘콜드 케이스 다이어리’라는 웹사이트를 열고 2016년부터 추적해 왔다. 네덜란드국립문서보관소, 전쟁ㆍ홀로코스트ㆍ인종학살연구소, 암스테르담 시당국, 안네프랑크재단 등 각 기관도 소장 자료를 기꺼이 제공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78년 만에 미제 사건이 해결되는 셈이다.

안네 가족 밀고자에 대한 조사는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었다. 그간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은 안네 가족 청소부, 오토의 종업원, 오토를 협박했던 남성, 나치 비밀경찰 요원이었던 유대인 여성 등 대략 30명에 달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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